횡성 피라냐 발견, 제6의 대멸종 전조인가

조홍섭 2015.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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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충돌이 부른 대멸종, 인류는 생물 옮겨놓기로 재현…멸종속도 114배

관상용 도입으로 외래종 2천종 넘어, 기르던 동물 처리·처분 대책 시급


강원도 피라냐_환경부.jpg » 강원도 횡성에서 발견된 열대 아마존 물고기 피라냐. 이가 날카롭다. 사진=환경부  

 

생물다양성 세계의 금언은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이다. 고립과 격리는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지만 통합은 어느 한쪽의 멸종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태평양의 외딴 섬 갈라파고스가 ‘진화의 실험실’이 된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애초 떨어져 있던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결합은 비극적 사건이었다. 아프리카, 호주, 남극과 붙어있던 남아메리카는 3500만년 전부터 외딴 대륙으로 떨어져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생물이 진화했다.

 

Glyptodon-1.jpg » 남아메리카에서 살다 멸종한 아르마딜로의 친척인 글립토돈의 화석. 폭스바겐 비틀 크기에 장갑으로 덮여있다.

 

코끼리만 한 나무늘보, 두꺼운 갑옷과 꼬리에 가시가 나 진짜 공룡 같은 자동차 크기의 아르마딜로, 1t짜리 거대 쥐, 키 3m의 최상위 포식자 ‘테러 버드’ 등등….

 

그러나 300만년 전 지각변동으로 남·북 아메리카가 충돌해 연결되자 검치호, 400㎏ 무게의 사자, 곰 등 포식자가 남아메리카로 쏟아져 들어와 거대 초식동물 등 특이한 동물이 모두 멸종했다. 생물지리학자 테니스 맥카티는 이를 “티라노사우루스 몰락 이후 가장 큰 살육 사태”라고 불렀다.

 

M. Taglioretti and F. Scaglia_terror-bird_s.jpg » 북아메리카와 연결되기 전 남아메리카 최고의 포식자였던 '테러 버드'의 거의 완벽한 화석.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됐다. 키가 3m에 이른다. 사진=M. Taglioretti and F. Scaglia
 

남아메리카를 짓밟은 북아메리카 동물은 1만2000년 전 똑같은 운명을 맞았다. 빙하기에 해수면이 낮아져 베링해가 육지로 이어지자 유라시아에서 인류가 건너왔고, 매머드와 검치호를 비롯해 대형 포유류 대부분이 곧 멸종했다.
 

인류가 지구에 남긴 족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사이먼 루이스 영국 런던대 박사 등은 남극에서 시추한 얼음층을 분석한 결과 1570~1620년 사이 대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갑자기 7~10ppm 줄어든 사실을 알았다.

 

연구자들은 지난 3월15일치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그 원인을 1492년 콜럼버스의 상륙 이후 벌어진 유럽인의 신대륙 정복이라고 보았다. 유럽인이 옮겨온 병원체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 5000만명이 사망했고, 이들이 재배하던 방대한 농지가 다시 숲으로 돌아가면서 대기 속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던 것이다.

 

in4.jpg » 남극 빙상에 나타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1610년 근처에서 갑자기 농도가 뚝 떨어진 것이 보인다. 그림=루이스 외 <네이처>
 

인류는 농작물, 가축, 병균 등의 생물을 세계 곳곳에 옮겨놓았다. 중앙아메리카의 옥수수는 유럽, 아프리카, 중극으로, 감자는 남아메리카에서 유럽과 중국으로 갔고 반대로 아시아의 밀은 북아메리카로, 설탕은 남아메리카로 이동했다.

 

세계화는 점점 가속화해 인류는 지구 차원에서 생물 뒤섞기를 하고 있다. 마치 초대륙 판게아가 다시 나타난 것처럼 인류는 지구를 하나의 대륙으로 만들고 있다. 생물 멸종의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함께 이런 생물 이동이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최근 주요 멸종 요인으로 등장했다.

 

게라르도 세바요스 멕시코국립자치대 박사 등 연구자들은 6월19일치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보수적으로 쳐도 지난 세기 동안 척추동물 종의 평균 멸종률은 과거보다 114배 컸다”며 “우리는 이미 제6의 대량멸종에 접어들었다”고 결론 내렸다.

 

강원도 레드파쿠_환경부.jpg » 횡성 저수지에서 발견된 레드파쿠.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이는 열매를 깨뜨려먹기 좋게 진화한 것이다. 사진=환경부
 

최근 강원도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 누군가 버린 것으로 보이는 남아메리카 열대 담수어 피라냐와 파쿠가 발견된 것은 일상화한 생물 뒤섞기의 한 단면이다. 열대어라 겨울엔 죽을 터이지만 메르스에 놀란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해 퇴치했다. 외래 기생충이나 병원체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피라냐가 사람을 일부러 공격하는 ‘식인 물고기’인지는 의문이고, 환경부가 파쿠를 “알몸으로 헤엄치는 남자들의 고환을 먹이로 착각하여 공격하기도 해 ‘볼 커터’라고도 불림”이라고 설명한 것은 농담을 진담으로 알아들은 실수였다.

 

2013년 덴마크에서 파쿠가 발견됐을 때 코펜하겐 자연사박물관의 한 교수는 외래종의 위험을 알리려고 언론에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고 <시엔엔>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파쿠는 물위에 뜬 열매를 먹는 채식주의 물고기다.

 

in2_Dinakarr -YellowCrazyAnt-Dinakarr-4May11.jpg » 도마뱀붙이를 끌고가는 노랑미친개미 무리.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침입종이다. 사진=Dinakarr,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실, 우리나라에 피라냐나 파쿠보다 잠재적으로 더 위험한 동물은 노랑미친개미다. 미친 듯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돌아다니는 습성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몸집은 조그맣지만 ㎡당 2254마리까지 불어난. 침입한 지역의 곤충은 물론 도마뱀, 새, 포유류 등 대부분의 동물과 충돌을 빚으며 생태계의 구조를 바꾸어놓는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발간한 <세계 100대 침입종>에 첫 번째로 올라 있는 이 개미는 열대 아프리카와 동남아가 원산인데 일본, 하와이, 북미 등에 침입했다. 인도양 크리스마스섬의 유명한 붉은 육지 게를 공격해 1년 반만에 300만마리 죽인 일도 있다.

 

특히, 도시와 산림 외곽 등 교란지역에 빠르게 침입해 우리나라는 잠재적 분포 가능성 높은 것으로 꼽힌다. 환경부가 지정한 위해우려종에 올라 있다. 피라니아와 파쿠도 연내에 위해우려종에 등재될 예정이다.

 

in1.jpg » 충북 청주의 한 웅덩이에서 발견된 아프리카 발톱개구리. 참개구리를 끌어안고 있다.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는 색이 탈색된 알비노 품종이다. 사진=두꺼비 친구들

 

국내에 유입되는 외래생물은 관상용 도입이 늘면서 해마다 25%씩 증가해 지난해 2167종에 이르렀다. 취미용으로 들여온 외래생물이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1984년 수족관에서 유출된 열대 조류가 지중해 전역에 번져 큰 문제가 된 적이 있고, 1990년대 초 해변에 있던 관상용 수족관이 허리케인으로 깨지면서 풀려나간 태평양의 육식 어종 쏠배감펭이 대서양과 카리브해에 급속히 번져 해양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in3.jpg » 높은 밀도로 번지고 있는 점쏠배감펭. 사진=리치 커레이, 산호 환경 및 교육 재단, 노아

 

피라니아에 이어 충북 청주의 습지에서는 남아프리카 발톱개구리가 발견됐고 인터넷과 판매점에는 수많은 신기한 외국 동물이 널려 있다. 기르던 동물이 싫증나거나 관리가 힘들다고 아무 데나 놓아주면 안 된다. 그렇다면 그 동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조언할 책임이 정부와 애완동물 판매상에 있건만, 그런 교육과 캠페인을 벌인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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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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