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처음 본 너구리, “깨끗하게 잘 먹었쥬?”

김봉균 2015. 07. 27
조회수 21383 추천수 0

갇혀 지내는 너구리에 복날 선물은 첨 본 과일 수박

구석에 갖고 가 앞발고 누르고 알뜰하게 '폭풍 흡입'

 

여름 하면 어떤 과일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많은 분이 시원한 수박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산 버드랜드 야생동물치료센터를 방문해 주신 손님께서 더운데 고생한다며 수박을 주고 가셨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이 무더운 여름을 함께 이겨나가고 있는 동물에게도 시원한 수박을 주었습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동물에게 생소한 먹이를 주면 호기심과 평소와 다른 행동을 유발하고, 이것이 갇혀 지내는 동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wa1.jpg » 수박을 가지고 들어가자 잠에서 깨 관심을 보이는 너구리 클라라와 데이비드.  
 
wa2.jpg » 먹어도 되는지 탐색 중입니다.

 

wa3.jpg » 클라라와 데이비드 모두 즉각적으로 수박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그러나 생소한 과일이어서인지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수박을 놓아주자 두 너구리가 모두 성큼 다가와 수박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수박을 처음 접한 두 너구리는 어떻게 먹어야 할지 잘 몰라 이리저리 냄새도 맡아보고, 핥아 보기도 하며 수박을 분석했습니다. 그러다 수박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각각 한 덩이를 냉큼 물고는 방해받지 않을 만 한 은밀한 장소로 이동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wa4.jpg » 큰 수박을 입에 물고 방해받지 않을 만 한 장소를 찾고 있는 너구리 클라라.  
 

너구리들은 무척이나 알뜰하게 수박의 하얀 부분이 훤히 보일 때까지 열심히 먹었습니다. 수박의 끝까지 먹지 않고 새것에 손을 댄다고 어머니께 꾸중을 듣곤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wa5.jpg » 껍질이 둥글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수박을 앞발로 눌러 고정한 후 폭풍 흡입하는 모습.  
 
너구리가 수박을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보여드리기 위해 ‘먹방’을 준비했습니다. 잠깐 대리만족의 시간을 갖도록 하실까요?


 

무더운 여름, 불쾌지수도 높아지고 힘이 들지만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내어 가족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수박 한 조각씩 나눠 먹는 건 어떨까요? 여름이 즐거운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wa6.jpg » 깨끗하게 잘 먹었쥬?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최근기사 목록

  • 버려진 밭 그물, 새들에겐 ‘죽음의 덫’버려진 밭 그물, 새들에겐 ‘죽음의 덫’

    김봉균 | 2018. 01. 02

    새매, 물까치 등 걸려 서서히 죽어가제구실 못해도 방치, 주인·당국 무관심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은 무수히 많다. 갑자기 눈앞을 가로막는 회색빛 건물과 유리창이 즐비하고, 눈부신 빛과 굉음을 내뿜으며 내달리는 자동차와 도로 역...

  • 움직이는 돌덩이로 변한 너구리에 생명의 숨결을…움직이는 돌덩이로 변한 너구리에 생명의 숨결을…

    김봉균 | 2017. 11. 20

    너구리 치명적 기생충 개선충 감염사람도 감염되지만 위험하지 않아살아 움직이는 돌덩이가 있다면 누가 믿을까? 메두사의 눈을 마주하거나, 마법사가 나타나 살아있는 존재에게 돌로 변하는 마법을 부렸다는 신화 속에나 나올 이야기일 테니 당연히...

  • 농사나 축내는 고라니를 왜 구조하냐고요?농사나 축내는 고라니를 왜 구조하냐고요?

    김봉균 | 2017. 10. 17

    생명에 '그깟 녀석'이 어디 있나…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해한반도에 많지만 세계적 멸종위기종, 포유류 가운데 최대 구조 종 칠흑 같이 어두운 밤, 저 멀리 갈대숲에서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괜스레 오싹한 느낌이 들었지만 누구일...

  • 내게 다가온 제비, 우리는 흥부일까 놀부일까내게 다가온 제비, 우리는 흥부일까 놀부일까

    김봉균 | 2017. 09. 19

    배설물 지저분하다고 둥지 떼어내고 이물질로 막는 놀부떨어진 새끼 올려주고, 무너진 집 새로 지어주는 흥부도 많아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새가 있다.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착한 흥부에게는 복이 가득 담...

  • 항문을 ‘톡톡톡’, 새끼 고라니 배변 유도항문을 ‘톡톡톡’, 새끼 고라니 배변 유도

    최유리 | 2017. 08. 31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실습기생각 만큼 아름답지 않은 야생동물 구조에서 방생까지, 현실 깨달아안타까움, 죄책감, 헌신…야생동물은 호기심 대상 아닌 동등한 생명체동물이 좋아서 시작한 일야생동물에 대한 관심은 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