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나비와 개미의 달콤한 공생, 내막은 약물 조작

조홍섭 2015. 0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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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남색부전나비, 그물등개미에 꿀물 주고 보호 받는 전통적 공생으로 알려져

꿀물 통해 도파민 억제 물질 투여, 개미가 덜 돌아다니고 애벌레 적극 방어 유도 

 

TAKASHI KOMATSU.jpg » 남방남색부전나비 애벌레를 돌보고 있는 그물등개미. 이들의 관계가 공생이 아니라 기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고마츠 타카시

 

개미와 진딧물의 공생은 잘 알려져 있다. 개미가 진딧물을 무당벌레 등 천적으로부터 막아주면, 진딧물은 그 보답으로 꽁무니의 꿀샘에서 당분 방울을 내어 보답한다. 언뜻 개미가 진딧물을 가축으로 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딧물도 든든한 경호원을 둔 셈이어서 둘 다 혜택을 보는 공생 관계이다.
 

개미는 진딧물뿐 아니라 나비나 딱정벌레의 애벌레와도 이런 식의 공생을 한다. 그런데 호조 마사루 일본 류큐대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이 남방남색부전나비 애벌레와 그물등개미 사이의 ‘공생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 본 결과 공생보다는 기생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lpsdake _Arhopala_japonica.jpg » 남방남색부전나비 수컷의 모습. 사진=Alpsdake,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두 생물 사이의 관계를 실험을 통해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나비 애벌레는 종가시나무에서 잎을 뜯어먹는데 그물등개미가 이 애벌레 몸위에 올라가서 주변에 말벌이나 거미 같은 천적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준다. 애벌레는 보담으로 등에서 당분과 아미노산이 듬뿍 든 액체를 분비해 준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흔히 보던 공생 관계 그대로이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애벌레의 분비물을 먹은 개미와 그렇지 않은 개미를 비교해 보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꿀물을 받아먹은 개미의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현저하게 덜 분비됐는데, 그런 개미일수록 애벌레 주변을 떠나지 않고 덜 돌아다녔다. 또 애벌레는 포식자를 만났을 때 경계 신호로 촉수를 뻗는데, 꿀물을 먹은 개미일수록 이 신호에 적극 대응하는 행동을 보였다.
 

부전나비 애벌레와 개미.jpg » 남색남방부전나비와 그물등개미. 꿀물을 먹은 개미는 주로 애벌레 주변에 머문다. 사진=호조 마사루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연구자들은 이 꿀물 속에 개미의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있으며, 결국 애벌레는 개미의 뇌에 먹이를 통해 약물을 주기적으로 주입함으로써 애벌레를 충직하게 지키는 일을 하도록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렇다면 남방남색부전나비 애벌레와 그물등개미 사이의 관계는 공생일까 기생일까. 개미의 보호는 애벌에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애벌레의 꿀물이 아니더라도 개미가 먹을 다른 먹이는 많다.

 

따라서 이 둘 사이의 관계는 남방남색부전나비가 그물등개미에 기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연구자들은 “보호와 보답의 상호관계는 전통적으로 공생으로 간주됐지만 실상은 기생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ojo et al., Lycaenid Caterpillar Secretions Manipulate Attendant Ant Behavior, Current Biology (2015), http://dx.doi.org/10.1016/j.cub.2015.07.01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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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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