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년 버틴 앵무조개 장식용으로 멸종위기

조홍섭 2011. 10. 25
조회수 67783 추천수 0

외계 생물 닮은 렌즈 없는 눈, 흐늘거리는 촉수

완벽한 나선 무늬와 광택 지녀 장신구로 인기, 남획 막기 위한 대책 필요 

 

800px-Nautilus-JB-01.jpg

▲눈과 촉수가 독특한 앵무조개의 모습. 독일 베를린동물원 수족관에서 찍었다. 사진=J. 베커, 위키미디아 커먼스.  

 

고생대 바다를 헤엄치던 암모나이트와 비슷한 몸통에 렌즈가 없는 특이한 눈, 외계생물을 떠올리게 하는 흐늘거리는 수많은 촉수….

 

독특한 모습의 앵무조개는 대표적인 '살아있는 화석'이다. 약 5억년 전 지구상의 등장한 최초의 복잡한 구조를 한 생물의 하나인 앵무조개는 그 마지막 후손 6종이 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뉴기니아 일대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앵무조개는 조개가 아니고 오징어나 낙지와 같은 두족류이다. 다른 두족류보다 더 원시적이어서 눈에 수정체가 없고 90개의 촉수에는 흡반이 없다. 껍질 내부에서 자라면서 차례로 벽을 쌓아 빈 방을 남기기 때문에 나선형을 이루는데, 빈 방에 공기를 채워 부력을 조절한다. 또 물을 제트류로 쏘아 그 추진력으로 이동한다. 

 

793px-NautilusCutawayLogarithmicSpiral.jpg

▲앵무조개 껍데기 내부의 완벽한 나선 모양. 자연계의 대표적 황금 비율로 꼽힌다.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그러나 앵무조개는 과학적 가치가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이용돼 왔다. 방으로 나뉜 껍데기의 단면이 완벽한 나선을 이루는 데다 진주 대용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빛깔이 곱기 때문이다. 앵무조개는 큰 것은 20㎝까지 자란다. 

 

이미 르네상스 시대부터 앵무조개는 장식용 컵으로 인기를 끌었다. 요즘에는 갖가지 장신구 등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팔리고 있다. 국내의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인도네시아 산 은장식 앵무조개를 18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작은 장신구는 이보다 훨씬 싸게 팔린다.

 

800px-Milano_-_Castello_sforzesco_-_Nautilus_su_argento_cesellato_-_Germania,_sec__XVI_-_Foto_Giovanni_Dall'Orto_-_6-1-2007.jpg

▲16세기 독일에서 앵무조개로 만든 장식용 컵. 사진=지오반니 달로토, 위키미디아 커먼스. 

 

5억년을 지구상에서 버텨온 앵무조개가 인류의 '지나친 사랑'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은 앵무조개의 국제 거래를 중단해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유엔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에 등재되면 그 생물의 수출입이 통제를 받게 된다.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필리핀에서 앵무조개의 서식실태를 조사한 피터 워드 미국 워싱턴 대 생물학자는 "끔찍한 학살이 벌어져 앵무조개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chambered-nautilus.jpg

▲자연상태의 깊은 바다에서 촬영한 앵무조개. 사진=페트르 크라토크빌, 퍼블릭도메인 픽쳐스닷넷. 

 

현지 어민들의 증언을 들으면, 10년 전에 견줘 앵무조개의 어획량이 10분의 1에서 100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껍데기 하나당 1달러씩 받는 앵무조개를 잡기 위해 수백미터 길이의 주낙을 놓는다. 수많은 낚시바늘에 미끼를 끼운 이런 방식으로 깊은 바다에서 사는 앵무조개를 손쉽게 낚아 올린다.

 

앵무조개는 따뜻한 남서태평양의 비교적 깊은 산호 바다에 사는데 밤에는 물고기나 새우 등을 잡아먹기 위해 얕은 바다로 나온다. 이 원시 두족류는 성숙하는데 15년이나 걸리기 때문에 남획하면 곧바로 멸종 위기에 몰린다.

 

▲앵무조개의 수중 생태. 자료=유튜브 

 

해양 생물학자들은 현재까지 앵무조개의 분포와 개체수 등에 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상태에서 남획이 벌어져 이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신문은 "국제거래가 금지된 코뿔소 뿔이나 상아와는 달리 앵무조개는 값싸게 다량으로 거래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하루 450㎏ 먹는 코끼리, 기후변화 줄이는 ‘착한 식성’하루 450㎏ 먹는 코끼리, 기후변화 줄이는 ‘착한 식성’

    조홍섭 | 2019. 07. 19

    콩고분지 둥근귀코끼리, 작은 나무 먹어치워 크고 조밀한 나무 늘려적도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콩고분지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훼손되지 않은 열대우림이 보존된 곳이다. 이곳에는 사바나에 사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종이 다른 둥근귀코끼리가 산다....

  • 수도권은 개발 부작용 걱정, 지역은 소멸 걱정수도권은 개발 부작용 걱정, 지역은 소멸 걱정

    이수경 | 2019. 07. 15

    수도권 교통혼잡비용만 연 30조, 지역 읍면동 43%가 소멸 위험우리나라의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2017년 현재 5136만명인 인구가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67년에는 1982년 수준인 3929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 헤드뱅잉하는 앵무새 스노볼, 음악 맞춰 14개 즉흥 댄스까지헤드뱅잉하는 앵무새 스노볼, 음악 맞춰 14개 즉흥 댄스까지

    조홍섭 | 2019. 07. 12

    춤추는 앵무 ‘스노볼’ 고개 까닥이고 발 들고, 헤드뱅잉까지 창의적 춤 동작 개발     앵무새는 까마귀와 함께 새들 가운데는 물론 영장류와 견줄 만큼 똑똑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앵무새가 다른 비인간 동물을 제치고 사람과 비슷한 ...

  • 야생동물은 포식자보다 등산객이 더 무섭다야생동물은 포식자보다 등산객이 더 무섭다

    조홍섭 | 2019. 07. 11

    백두대간 등산로 첫 무인카메라 조사 밤·낮 없는 등산객, 서식지 교란에 사람 지나간 뒤 하루만에 나오기도       백두대간 등산로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면 어떤 동물이 찍힐까. 가장 많이 등장한 동물은 당연히 야생동물보다 3배 많은 ...

  • '뻐꾹∼'과 '뻐뻐꾹∼'의 차이 암컷에 달렸다'뻐꾹∼'과 '뻐뻐꾹∼'의 차이 암컷에 달렸다

    조홍섭 | 2019. 07. 10

    발성 실패 아닌 주변 암컷 소리에 대한 반응     뻐꾸기가 ‘뻐꾹∼뻐꾹∼뻐꾹∼’이란 단조로운 노래만 하는 건 아니다. 수컷은 ‘뻐뻐꾹∼’이란 변주도 하고, 잘 알려지지는 않지만 암컷도 크고 독특한 소리로 ‘뽀뽀뽀뽀뽀뽀뽁∼’하고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