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원금' 까먹는 슈퍼 포식자, 성체만 주로 잡아

조홍섭 2015. 09. 01
조회수 42104 추천수 0

사람은 다른 포식자보다 다 자란 먹이 비율이 최고 14배 많은 '슈퍼 포식자'

야생 동물이 '이자'인 어린 개체 포획하는 반면 인간은 '원금'인 성체 주로 죽여

 

Ernest_Hemingway_on_safari,_1934.jpg » 인간은 자연계 최상위 포식자를 능가하는 슈퍼 포식자이다. 새끼가 아니라 다 자란 성체를 사냥하는 성향이 두르러진다. 사진은 미국 작가 헤밍웨이 1934년 아프리카에서 사자를 사냥한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호랑이나 늑대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잡아먹는 동물은 대개 어린 개체이다. 수가 많을뿐더러 덜 위험하고 잡기 쉽기 때문이다.
 
사냥꾼은 다르다. 가장 크고 멋진 동물을 목표로 삼는다.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서 사람은 가장 크고 건강하며 환경에 잘 적응한 물고기를 주로 잡는다. 이처럼 인간은 다른 포식자와 달리 성체를 많이 잡는 경향이 있다. 그 영향은 지구 전체에 미친다.
 
크리스 대러몬트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 등 연구자들은 전세계 육지와 바다에서 포획되고 있는 2135개 야생동물 집단을 분석한 결과 인류가 다 자란 동물을 포획하는 비율은 다른 포식자보다 최고 14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21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다른 포식자는 원금은 놓아두고 이자에 해당하는 해마다 증식되는 어린 개체를 주로 잡아먹지만 인류는 성체를 잡아내 원금을 까먹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Guillaume Mazille_s.jpg » 알을 낳으러 하천을 거슬러오르는 연어를 사냥한 늑대. 야생 포식자도 성체를 사냥하지만 그 비율은 인간보다 훨씬 적다. 사진=기욤 마쥬
 
산란을 위해 하천에 돌아온 연어를 잡아먹는 늑대처럼 야생동물도 성체를 노린다. 그러나 육지에서 사냥꾼은 이런 대형 포식자보다 성체를 잡는 비율이 9배 높았다. 특히 사냥꾼이 초식동물보다 사자 같은 대형 포식동물의 성체를 죽이는 비율이 3.7배나 높았다.
 
왜 인간은 생식의 절정기에 이른 성체를 주로 노리는 성향을 띠게 됐을까. 연구자들은 무기 기술이 발달해 먼 거리에서 성체를 죽일 수 있게 됐고, 크고 잘 생긴 사냥물을 잡는 것이 지위를 과시하는 문화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사자 등 맹수의 머리를 기념물로 남기는 트로피 사냥은 그런 상업적 모습이다.
 
바다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인간이 성체 물고기를 잡는 비율은 상어나 참다랑어 같은 다른 해양 포식자보다 14.1배 높았다.
 
세계 바다에서의 어획량은 보고되지 않거나 내버리는 부수어획물을 빼고도 연간 1억t을 넘는다. 반면 육지에서 야생동물 포획량은 연간 500만t 이하이다. 바다에서는 육지와 달리 기계화된 포획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graph.jpg » 인간과 다른 포식자가 먹이동물의 성체를 잡는 상대적 비율. 왼쪽 노란색은 야생동물이 잡는 성체 비율을, 가운데는 인간 사냥꾼, 오른쪽은 인간 어획이 포획하는 동물 가운데 성체의 비율을 가리킨다. 야생동물에서는 그 비율이 1% 정도에 그친다. 사냥꾼은 특히 최상위 포식자의 성체를 많이 죽인다. 바다에서는 유형을 가릴 것 없이 모든 종류의 물고기 성체를 많이 잡는다. 그림=보리스 웜, <사이언스>
 
“인간은 수렵채취에서 농경과 축산으로 옮겨가면서 포식자 구실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슈퍼 포식자’가 됐다.”라고 보리스 웜 캐나다 댈하우지대 교수가 이 저널에서 논평했다. 그는 “인간의 이런 포식행동은 생태계에 강한 선택 압력으로 작용해 빨리 커다랗게 자라는 형질이 사라지는 등 진화 방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대러몬트 교수는 인간을 슈퍼 포식자로 만든 사회적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동 분업과 지구 차원의 무역 체계, 여가에 대한 몰두로 인해 고도로 전문화한 개인들이 앞선 포획 기술을 갖추게 됐다. 게다가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정책 덕분에 전에는 너무나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했던 야생동물의 탐색과 추적, 포획의 어려움을 사라지게 됐다.”
 
자연 생태계 안에서 포식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태계 서비스를 한다. 병든 개체를 조절하고 산불을 억제하며 중·소형 포식자 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슈퍼 포식자로서 많은 동물을 죽이면서도 생태계에서 이런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은 먹이 동물의 생물량을 생태계 안에서 순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한 무역과 위생처리시설을 통해 매립지와 하수처리장에 집중시켜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성체 포획 비율을 자연적인 포식자 수준까지 낮추고 어업의 ‘지속가능 이용’ 개념도 수정해야 한다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대러몬트 교수는 “인간을 슈퍼 포식자로 만든 것은 우리의 사악하게 효율적인 살해 기술과 세계화한 경제 시스템, 그리고 단기적 이득에만 관심을 두는 자원관리 방식”이라며 “포식동물에 대한 관용, 먹이 나누기 프로그램, 마을 공동체 주도의 어업 등을 통해 인간의 이득만을 고려하지 말고 다른 포식자의 행동에서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hris T. Darimont et.al., The unique ecology of human predators, Science, 21 August 2015, Vol 349 Issue 6250, pp. 858-859.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aac4249

 

B. Worm, A most unusual (super)predator,  Science, 21 August 2015, Vol 349 Issue 6250, pp. 784-785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aac869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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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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