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콩’ 그 이후, 소비자가 알아야 할 유기농 상식

김찬국 2015. 09. 07
조회수 18825 추천수 0
유기농은 단지 무농약 아닌 땅과 생명을 살리는 농법
해외 유기농산물보다 지역과 제철 먹거리가 더 친환경적

05210459_R_0.JPG » 결혼 뒤 제주도에서 살며 직접 기른 유기농 콩을 직거래 장터에 내놓았다가 위법 논란을 빚은 가수 이효리씨. 결국 처벌 대상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이효리씨. 사진=제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어느 연예인의 유기농 콩 해프닝 뒤 어떤 일이 벌어졌나
  
지난해 11월 가을 농사의 갈무리가 이루어지던 때, 어느 유명 연예인의 유기농 콩 해프닝이 벌어졌다. 결혼 후 제주도에 살고 있던 가수 이효리씨가 자신이 직접 키운 콩을 동네 직거래장터에서 ‘소길댁 유기농 콩’으로 판매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리꾼 중 한 사람이 공개된 콩 사진에서 ‘유기농’이라고 적은 팻말을 확인하고,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를 위반했다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평소 동물보호 등 소신 있는 활동으로 잘 알려진 그녀의 삶의 방식에 불만을 가졌을지도 모를 어느 누리꾼의 신고로 그녀는 행정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org1.jpg »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가수 이효리씨(오른쪽)가 자신이 직접 키운 콩을 ‘소길댁 유기농 콩’이라고 불러 ‘유기농’ 표시에 대한 해프닝이 생긴 바 있다. 사진=이효리 블로그


아마도 신고한 이는 기관의 인증을 받아 유기농산물 표기를 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효리씨는 자신이 직접 재배한 콩을 ‘유기농’이라고 부른 데 대해 별도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물론 이 글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당연한 일처럼 들릴 테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조사를 통해 고의성과 위법성이 미약하다고 판단하여 별도의 처벌은 내리지 않았다. 유기농 인증 표기법은 판매 여부를 떠나 유기농이라 표기하거나 이와 유사한 표시 등으로 소비자가 잘못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모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 위반에 대한 처분은 법령 위반 사실과 고의성, 피해 사례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 경우는 실제 차익을 노리고 법을 위반할 의도가 없었던 것이다.
 
당사자는 유기농 인증과 관련된 절차를 전혀 몰랐고, 정부 인증 마크로 유기농 표시를 한 게 아닌 글씨로만 적었으며, 유기농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기관의 인증이 필요하다는 점 자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05327985_R_0.jpg » 경남 산청군 단성면의 한 농민 부부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 무엇을 인증하는 것인가?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는 정부가 지정한 전문인증기관이 소비자에게 더욱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농축산물을 선별·검사하여 안전성을 인증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환경을 지키고 더 안전한 농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유기합성 농약과 화학비료, 사료첨가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최소량만을 사용하여 생산한 농축산물을 친환경농축산물이라고 부른다.
 
이 중,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증은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저농약농산물의 3종류가 있고, 친환경축산물에 대한 인증은 유기축산물, 무항생제축산물의 2종류가 있다. 
 
org2.jpg » 친환경 인증 종류별 표시방법: 최근 새롭게 변경된 친환경 인증 로고는 국가가 인증한 품질 좋고 안전한 농축산 식품임을 알 수 있도록 국새 모양의 초록색 사각표지로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하였다.
 

친환경농축산물의 종류와 인증 기준은 [표 1]과 같다. 친환경농축산물에 대한 인증관리는 생육과 수확 등 생산이나 출하 단계에서 인증 기준을 준수했는지에 대한 검사와 함께 시중 유통에 대해서도 허위표시를 하거나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없도록 사후관리를 한다.


org3.jpg

 

‘유기농’ 표기를 위한 절차: 이게 유기농이 아니면 뭐가 유기농인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정한 ‘유기농’의 조건은 매우 엄격하다. 단순히 농약만 치지 않았다고 해서 유기농이라고 부를 순 없다.
 
농약뿐 아니라 화학비료 같은 합성물질을 재배 과정에서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직 유기물만을 이용해 농사를 지어야만 유기농으로 인증받을 수 있다. 여기에 몇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기농’ 인증마크나 유사한 단어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정한 관계기관의 까다로운 인증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몇 년 동안 그 땅에 화학비료를 안 준 것은 물론이고, 주변 농지에서도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즉, 고향 부모님께서 자식에게 주려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한 번도 안 주고 키웠어도 ‘유기농’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아무리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해도 인증을 받아야 ‘유기농’이 되는 셈이다.
 
‘소길댁’이 빠뜨린 것이 아마 이 부분일 것이다. 특히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바로 그 해에 인증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03953490_R_0.JPG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의 유기농 논에서 재배한 호밀을 한 농민이 자신의 소에게 먹이고 있다. 사진=세계유기농대회 한국조직위원회


그동안 해당 토지에 농약이나 비료를 뿌려 농산물을 재배했었다면 다년생 작물의 경우 수확 전 3년간 해당 토지에 어떤 합성물질도 사용하면 않아야 이후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인접 농가에서 별도의 관리 없이 농약을 살포하면 바람을 타고 날아온 농약의 영향으로 인증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농산물품질관리원과 민간인증기관을 통해 신청서를 제출하고 서류 심사와 현장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때 인증 신청서, 인증품 생산 계획서, 경영 관련 자료 등이 필요하다.
 
신청인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고 현장을 방문하여 운영 기록과 재배 포장, 용수, 생산물 등을 심사한 뒤 인증 기준에 따라 인증서를 교부하거나 부적합 사유를 통보한다. 이렇게 교부된 인증서는 저농약 농산물(2년)을 제외하곤 1년간만 유효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돈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길댁’이나 이 글을 읽는 일부 독자들이 텃밭에서 유기농법으로 생산했다고 하더라도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고려할 여지는 적다.

 

허술한 인증관리 시스템: 인증 표시가 있으면 충분한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농산물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친환경 농산물 시장이 2014년 3조1373억 원에서 2020년 7조4749억 원까지 그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하더라도 친환경 먹을거리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04327710_R_0.jpg » 한 생협 회원이 매장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하지만 정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업무를 위탁받은 일부 민간 인증기관들의 부실심사와 일부 생산업자들의 비양심적인 행태로 친환경 인증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증관리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2001년 도입 당시 4678호에 불과했던 인증 농가수가 7년 만에 17만 2000호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지만 이후 점차 감소하게 된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위반 사례가 2009년 1936건, 2011년 8773건, 2013년 5835건 등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2009년 이후 친환경재배농가와 재배면적, 인증량이 감소하여 2014년 7월에는 10만 6000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2014년 7월 친환경 인증 농가 및 민간 인증기관을 대상으로 유기농 인증기준과 인증절차 준수 여부 등에 대한 특별단속을 하여 인증기준을 위반한 3753 농가의 인증을 취소하였다.
 
이 중 제초제 등 유기합성 농약을 사용한 경우가 3563 농가로 전체 위반의 95%를 차지하였다.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농약을 사용하고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눈속임하다 인증이 취소된 것이다.

 

상식 있는 소비자의 역할 
 

04044054_R_0.jpg »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의 고즈넉한 모습. 이곳에선 유기농으로 농작물을 생산한다. 사진=박경만 기자


유기농은 단순히 농약을 치지 않는 방식이 아니라 관행농업 전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농업으로 볼 수 있다. 예전의 논에는 미꾸라지와 우렁이 등이 함께 살았지만, 지금 논에는 다른 생물은 찾아보기 어렵고 벼만 가득하다.
 
결국 유기농업은 우리 밥상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 땅의 생명을 지켜내는 일일 수 있다. 다만 그 인증이나 소비의 방식에서 현재보다 나아질 여지가 있을 것이다.
 
진정한 유기농업은 생산물에 농약이 묻어나지 않도록 하는 정도가 아니라, 농산물과 더불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 물, 공기, 흙 등까지도 함께 돌볼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생산자들이 좋은 농축산물을 생산해내면 이를 선택할 현명한 소비자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업은 상당한 양적 성장을 보였고, 식량 증산에 매달려 농약과 비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는 변화도 생겨났다. 국민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고품질 안전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 증가하며 유기농·저농약 등 친환경 농산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식 있는 소비자가 할 일을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소비자는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의 의미를 알 필요가 있다. 저농약, 무농약, 유기농 등의 구분이 갖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이에 맞추어 구매한다면 더 많은 농가가 저농약보다는 무농약, 더 나아가 유기농으로 생산하게 될 것이다.
 
둘째, 유기농과 함께 지역 먹을거리(로컬푸드), 제철 음식 등을 함께 고려하자. 아직은 유기농을 ‘농약이 묻어 있지 않은 안전한 농산물’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유기농은 우리의 건강뿐 아니라 땅과 생명을 살리는 의미도 함께 갖는다.
 
마찬가지로 환경을 고려한다면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제철 음식이나 지역 먹을거리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외 먼 곳에서 생산된 ‘유기농’보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먹을거리가 보다 환경을 고려한 결정일 수 있다. 
 
셋째, 여전히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천연’, ‘자연성분’, ‘무공해’ 등 친환경 관련 표현만 있지 어떤 의미에서 친환경적인지 분명하지 않게 현혹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에 해당하는 제품이 있다.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에서는 천연, 무공해, 저공해 등 소비자에게 혼돈을 초래할 수 있는 표시를 하지 않게 되어 있다. 소비자들도 친환경 표시를 보면 왜 그런지 이유를 따져 묻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넷째, 2014년 9월부터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하여 비영리기관과 생산자 단체 위주로 인증기관을 지정하고, 고의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승인한 경우 단 1회만 위반해도 인증기관으로의 지정을 취소하고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제도가 얼마나 잘 운영되는지 지켜보는 것 역시 소비자들의 역할이다.
 
무엇보다도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방식으로 생산된 농축산물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면 더 이상 그러한 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나은 방식으로 생산된 농축산물을 찾아 구매하려는 노력이 장기적으로 생산 체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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