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하고 서글픈 새들의 둥지 천태만상

윤순영 2015. 09. 11
조회수 31167 추천수 0



깃털로 들머리 가리고, 물위에 방석 엮어 띄우고, 딱따구리 둥지 줄여 쓰고…

천조각, 플라스틱, 철사까지 재료로…그렇게 우리는 바꾸고 새들은 적응한다

 

크기변환_YSJ_87961.jpg » 이끼와 부드러운 깃털, 거미줄로 물잔 모양의 둥지를 짓는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긴꼬리딱새.

 

둥지는 새들의 집이다. 그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며 포식자나 위험으로부터 피한다. 특히 번식기가 다가오면 새들은 알을 낳아 안전하게 새끼를 키울 수 있는 둥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크기변환_YSJ_6100.jpg » 땅바닥에 둥지를 트는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검은머리갈매기.

 

둥지는 나무 위나, 나무구멍, 땅바닥, 벼랑, 바위, 물 표면 등 새 종류와 생활 방식에 따라 다르다. 둥지 모양도 물잔, 밥그릇, 접시, 반구형, 굴 등 다양하다. 둥지 재료도 천차만별이다.

 

크기변환_DSC_4996.jpg » 들머리에 깃털로 문을 만들어 위장한 흰머리오목눈이의 둥지. 새끼가 먹이를 받아먹고 들어가면 둥지 아래에 보이는 깃털이 닫혀 안이 보이지 않는다.

 

, 물까치, 까치는 나뭇가지로 둥지를 만드는 대표적인 새이며 흰머리오목눈이는 이끼를 이용하여  타원형의 둥지 위에 새의 깃털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위장 문을 만들어 달아 아예 둥지 안이 보이지 않게 한다.

 

크기변환_YSY_1301.jpg » 참매는 15미터 이상 높이에 마른 나뭇가지를 이용해 둥지를 짓는다.

 

크기변환_YS1_2220.jpg » 마른 나뭇가지와 이끼를 이용해 둥지를 짓는 물까치는 집단번식을 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둥지를 만드는 조류 중에서 멧비둘기는 나뭇가지로 나무 위에, 저어새는 줄 뿌리와 갈대로 바위나 땅바닥에 둥지를 흉내만 낸 듯 엉성하게 만들지만 그들에겐 최상의 둥지다.

 

크기변환_1SY_8921.jpg » 흙 벼랑에 구멍을 파고 둥지를 만든 물총새.

 

긴꼬리딱새는 거미줄과 깃털, 이끼를 사용해 물잔 모양의 둥지를, 제비는 개흙으로 둥지를 만든다. 딱새는 마른풀과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여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만든다.

 

크기변환_DSC_3186~1.jpg » 개흙과 볏짚을 사용해 둥지는 짓는 제비.

 

물총새와 청호반새는 흙 벼랑을 이용해 흙을 파고 들어가 둥지를 만든다. 다직박구리는 암초의 틈, 암벽의 갈라진  벼랑에 난 작은 구멍에 식물의 가는 뿌리나 마른 풀을 써서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만든다.

 



크기변환_YSJ_9675.jpg » 반구형인 팔색조 둥지.

 

팔색조는 나뭇가지, 마른 풀, 나뭇잎, 이끼를 사용하여 반구형의 둥지를 만들고, 뿔논병아리는 물위에 수초를 역어 방석 모양의 둥지를 뛰운다.

 

크기변환_YS1_5051.jpg » 물위에 수초를 모아 둥지를 짓는 뿔논병아리.

 

새들은 나뭇가지, 나뭇잎, 이끼나 동물의 털, 마른 풀잎과 가는 뿌리 등을 물어 와 바닥에 쌓아서 충격 흡수, 보온력, 통기성, 습도까지 고려한 쾌적한 둥지를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 알을 낳는다.

 

크기변환_YSY_5916.jpg » 이끼를 주 재료로 사용하는 큰유리새.

 

오색딱따구리나 까막딱따구리는 수컷이 몇 개의 나무에 구멍을 조금 내어 둥지를 만들 후보지를 준비한 뒤 암컷을 유혹한다. 짝짓기 할 암컷이 결정되면 암컷과 같이 둥지를 만들 나무를 최종 확정하고 부부가 함께 번식하기에 적합하도록 둥지를 만든다. 까막딱따구리 둥지는 원앙의 둥지로 사용되기도 한다.

 

크기변환_DSC_2146~3.jpg » 목질이 연한 은사시나무에 둥지를 만든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까막딱따구리.

 

스스로 나무를 파내 집을 짓는 딱따구리도 이제는 무른 나무를 선택하여 손쉽게 집을 짓는다. 특히 까막딱따구리는 소나무, 전나무 등 단단한 침엽수 나무에 구멍을 파 집을 지어 여러해 사용해 왔으나 은사시나무 조림이 늘어나면서부터 제법 아름드리로 자란 무른 나무에 집을 짓는 편이 손쉽다는 것을 알아챘다.

 

 크기변환_1SY_1621.jpg » 딱따구리는 목질이 연한 오동나무를 선택하여 둥지를 만들었다. 이 둥지를 다시 소쩍새가 사용하고 있다.

 

흰눈썹황금새, 파랑새, 동고비, 박새, 호반새, 소쩍새 등도 딱따구리가 쓰다가 버린 나무구멍을 재활용해 둥지로 쓴다.

 

크기변환_YSJ_0120.jpg » 동고비는 딱따구리가 쓰던 둥지 들머리를 흙으로 막아 자신만이 들어 갈수 있도록 미장을 한다. 흙을 물고 와 둥지 구멍을 좁히는 공사를 하고 있는 동고비.

 

새들을 환경 변화에 적응해 둥지를 만드는 곳도 다양해지고 있다.

 

크기변환_DSC_2001~2.jpg » 신발장에 둥지를 튼 딱새.

 

크기변환_DSC_0910.jpg » 우편물 함에 둥지를 마련한 딱새.

 

그뿐만 아니다. 요즘 환경의 변화로 인해 순수 자연재료만 쓰던 새 둥지에서 눈에 띄게 비닐, 비닐 끈, 종이, 헝겊, 플라스틱 등을 재료로 쓰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철사 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크기변환_YS3_1246.jpg » 줄 뿌리와 갈대를 둥지 재료를 사용하는 저어새 둥지 안 오른쪽에 인쇄된 두꺼운 종이가 보인다.



 

새들도 그 시대의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례지만, 환경오염이 만연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크기변환_SC_0166.jpg » 버려진 헝겊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지은 꾀꼬리 둥지.

 

동물들은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살고, 사람은 환경변화를 만들며 사는 존재이다.

 

크기변환_시우리150404-3.jpg » 비닐 끈으로 만들어진 새 둥지.

     

달라지는 새 둥지는 환경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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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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