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캄캄한 북극해 겨울에도 생물은 잠들지 않아

조홍섭 2015. 0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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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 동안 밤만 계속되는 스발바르 북극해 3년간 잠수 조사 결과

번식하고 사냥하고…여름보다 생물다양성 더 높은 생물도 있어

 

Prof Geir Johnsen (NTNU)_s.jpg » 북극의 겨울바다 속에서 새우 한 마리가 해조류 표면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북극의 겨울바다는 알려진 것과 달리 생명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Prof Geir Johnsen (NTNU)

 

북위 79도에 위치한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는 늦가을부터 넉 달 동안 밤이 계속된다. 혹한이 계속되는 육지에서 생명 활동은 멈춘다. 그러면 바다는 어떨까. 차고 어두운 바다에서도 생물은 활동을 멈춘 채 봄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이제까지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노르웨이 등 7개국 과학자 약 100명이 2013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년 연속 스발바르 피요르드 한 곳에서 조사한 결과는 이런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24일치에 실린 이들의 보고를 보면, 캄캄한 북극해는 먹이를 쫓고 번식하는 생물들로 넘쳤다.
 
북극해의 겨울을 조사해야겠다는 생각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요르겐 베르예 노르웨이 북극대학 교수는 논문을 발행한 셀 출판사의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발바르의 피요르드에서 어느 겨울밤 작은 배를 타고 나갔을 때였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했어요. 그런데 어두운 깊은 바다에도 수없이 많은 청록색 ‘별’이 떠있는 거예요. 발광생물이 내는 빛이었지요. 심장이 멎을 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처럼 많은 생물이 빛을 내고 있다면 생태계가 휴식 모드에 있지 않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Prof Geir Johnsen2 (NTNU)_s.jpg » 북극 스발바르의 겨울 정오 모습. 빛을 내는 것은 지평선의 태양, 달, 오로라, 연구소의 인공불빛 등이다. 사진=Prof Geir Johnsen (NTNU)

 
연구자들은 겨울 동안 얕은 피요르드 해안을 잠수하면서 수중촬영을 통해 생물종을 기록하며 물고기와 새의 위 내용물을 조사했다. 죽은 대구를 바다 밑바닥에 던져놓고 청소동물이 모이는 모습도 수중촬영했다.
 
남쪽으로 떠났을 거라고 예상했던 바닷새가 겨울에도 먹이 사냥에 열심인 모습은 연구자들을 가장 놀라게 했다. 베르예는 이렇게 말했다.
 
“새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암흑 속에서 헤엄치면서 좋아하는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대체 먹이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사냥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새가 이렇게 고위도에서 겨울사냥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건 바닷새들이 겨울 북극해에서 사냥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Prof Geir Johnsen3 (NTNU)2.jpg » 캄캄한 북극 바다위를 헤엄치는 바다오리. 잠수해 먹이를 잡기도 한다. 사진=Prof Geir Johnsen (NTNU)

 

바다쇠오리 등 바닷새들이 이동할 때 낙오한 개체가 아니라는 것은 새들의 위에 먹이가 가득 차 있는 데서도 확인됐다. 실제로 겨울바다에서 요각류 등 동물플랑크톤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었고 번식에 나서기도 했다.

 

가리비 등 조개도 성장을 이어갔다. 바다 밑에 던져준 죽은 대구에는 게, 소라 등 수많은 종류의 갑각류가 몰려들었다. 

 

북극해 바닥에 가라앉힌 대구에 몰려든 갑각류

 

 

사실 북극해는 여름에도 물이 차다. 겨울에 크게 달라지는 건 빛이다. 빛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생물이 잘 살아가는 것은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얕은 바다의 해조밭 등에선 겨울에 여름보다 오히려 생물다양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북극에서 석유 채광과 관광 등 인간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마당이어서 주목된다.
 
베르예 교수는 “캄캄한 북극의 밤에 모든 생명활동이 꺼지기 때문에 마음 놓고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이번 연구로 밝혀졌듯이 어두운 극야는 많은 생물이 번식을 하는, 다른 시기보다 더 민감한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rge et al., Unexpected Levels of Biological Activity during the Polar Night Offer New Perspectives on a Warming Arctic, Current Biology (2015), http://dx.doi.org/10.1016/j.cub.2015.08.02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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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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