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망봐주고 사냥, 물고기도 사회성 있다

조홍섭 2015. 10. 07
조회수 27398 추천수 0

산호초 물고기 먹이 사냥에 같은 종 또는 다른 종과 협동 잇따라 밝혀져

청소물고기는 '명성'까지 신경 써, 복잡한 인지능력 이전에 협동 발달 가능성

 

fish2_Jordan Casey2.jpg

흔히 물고기는 둔하고 사회성 없는 찬피동물로 그려진다. 그런 선입견이 차츰 깨지고 있다. 지적이고 사회성 있는 물고기가 발견되고 있다.
 

상대방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나중에 보상을 받는 호혜적 행동은 사람 등 포유류와 조류 일부에서만 나타난다. 그만큼 복잡한 인지능력이 필요하다.

 

상대에게 혜택을 베풀었는데, 받기만 하고 도망친다면 곤란하다. 그래서 호혜적 행동을 하려면 상대방을 인식하고, 지난 행동을 기억하며, 나중에 보답을 예상하고 의식적으로 먼저 투자하는 능력이 전제가 된다.
 

그런데 어떤 물고기는 이런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이먼 브랜들 박사 등 오스트레일리아 제임스쿡대학 연구자들은 대보초(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서식하는 물고기인 독가시치에서 직접적인 호혜행동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9월25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fish1_Jordan Casey.jpg » 협동사냥을 하는 다른 종류의 독가시치. 같은 성끼리 늘 붙어다니며 사냥하는 독특한 행동이 연구의 계기가 됐다. 사진=조던 케이시
 

연구자들은 잠수를 통해 여우독가시치 등 산호물고기 4종의 행동을 조사했다. 이들 물고기는 같은 성의 짝과 함께 다니며 먹이활동을 하는데, 한 마리가 먹이를 먹는 동안 다른 짝은 그 위에서 헤엄치며 머리를 들고 주변을 경계하는 행동을 한다.


이들의 먹이는 산호초 틈 깊숙한 곳에 있는 조류와 해면 등인데, 머리를 들이밀어야 하기 때문에 포식자의 눈에 띄면 매우 취약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동료가 망을 봐주면 마음 놓고 먹이를 먹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외톨이 개체에 견줘 짝을 이룬 독가시치가 경계와 먹이 먹기에서 훨씬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계와 식사 당번은 수시로 바뀐다. 또 경계를 서던 물고기가 위험을 느끼면 지느러미를 쳐서 신호를 보낸다. 이것은 다른 산호물고기에게서도 발견되는 일종의 의사소통 방식이다. 또 경계 물고기가 자리를 뜨면 먹이를 먹던 물고기도 어김없이 뒤를 따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동물의 호혜적 행동이 진화하려면 복잡한 인지적 사회적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이제껏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로 그런 능력이 호혜적 행동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Richard Ling _Epinephelus_tukula_is_cleaned_by_two_Labroides_dimidiatus.jpg » 그루퍼의 기생충을 잡아먹는 청소물고기. 그러나 기생충보다 물고기의 피부보호 점막을 쪼아먹기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Richard Ling,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연구 이전에도 물고기의 사회적 행동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산호지대에서 큰 물고기와 청소물고기 사이의 관계는 대표적인 예이다.

 

청소가 이뤄지는 산호초의 특정 장소에 큰 물고기가 와 입과 아가미를 벌리고 있으면 청소물고기가 안팎을 드나들며 기생충을 잡아먹도록 해 기생충 제거와 먹이 획득의 공생이 이뤄진다. 그러나 실제 조사한 결과 이들의 관계는 훨씬 복잡했다.

 

청소물고기는 그루퍼 등 큰 물고기의 기생충보다 영양가가 풍부한 피부 보호 점막을 선호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점막을 뜯어먹는데 그때마다 손님은 깜짝 놀라 몸을 뒤튼다.

 

큰 물고기는 이처럼 서비스가 나쁜 청소 장소는 기피하게 된다. 청소물고기도 다른 경쟁자가 많거나, 다른 고객 또는 배우자가 지켜보고 있을 때는 딴 짓을 줄여 명성이 손상되는 것을 피했다.

 

곰치.jpg » 두 포식자인 곰치와 그루퍼도 다투지 않고 오히려 협동해 사냥하는 행동을 한다. 사진=리두안 브샤리 유튜브 동양상 촬영

 

산호초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곰치와 그루퍼의 협동도 유명한 사례다. 이집트 홍해 등의 산호초에서 관찰한 두 포식자는 서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힘을 합쳤다.

 

곰치와 그루퍼의 협동 사냥 유튜브 동영상

 

 


그루퍼는 산호 틈에 숨어있는 곰치에 다가가 머리를 흔들며 마치 "사냥하러 가자"고 제안하는 행동을 한다. 곰치가 따라나서면 그루퍼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산호 틈을 곰치가 뒤져 먹이가 튀어나오면 기다리던 그루퍼가 낚아챈다.

 

먹이가 숨어있는 바위틈에 그루퍼가 거꾸로 선 자세로 "여기 먹이가 숨어있다"고 하듯이 곰치에게 도움을 청하는 행동도 관찰됐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imon J. Brandl & David R. Bellwood, Coordinated vigilance provides evidence for direct reciprocity in coral reef fishes, Scientific Reports, 5:14556, DOI: 10.1038/srep1455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한반도 고유종 다람쥐 프랑스 천덕꾸러기 된 까닭한반도 고유종 다람쥐 프랑스 천덕꾸러기 된 까닭

    조홍섭 | 2017. 11. 24

    빙하기 고립 독립 종으로 진화, 남한 내에도 3개 집단 분화1980년대까지 수백만 마리 수출, 라임병 숙주로 골치꺼리다람쥐가 바쁜 철이다. 숲 바닥에 떨어진 밤톨이나 도토리, 씨앗 등을 볼주머니에 가득 채운 뒤 땅속 깊숙이 파 만든 저장 창고...

  • 여행비둘기 50억마리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여행비둘기 50억마리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조홍섭 | 2017. 11. 17

    수수께끼 같은 100년전 멸종사1860년대 이후 30년만에 몰락수렵꾼 사냥만으론 설명 안돼“번식에 필요한 규모 무너진 탓”‘개체수 많아도 멸종 가능’ 새 가설1914년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마사’란 이름의 29살 난 여행비둘기가 죽었다. 북아메...

  • 개·고양이는 사람보다 하루 먼저 지진 느낀다개·고양이는 사람보다 하루 먼저 지진 느낀다

    조홍섭 | 2017. 11. 16

    하루 전 안절부절못하고 주인에 들러붙어지진 1∼3주 전부터 젖소 짜는 우유량 줄어개나 고양이가 안절부절못하거나 젖소에서 짜는 젖의 양이 갑자기 줄어드는 현상이 곧 닥칠 지진의 전조로 주목받고 있다. 지진을 앞둔 동물의 다양한 이상행동 가...

  • 소행성 다른 데 떨어졌다면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소행성 다른 데 떨어졌다면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

    조홍섭 | 2017. 11. 13

    충돌지점 화석연료와 유기물이 치명타, 13% 확률에 해당대양이나 대륙 중앙 떨어졌다면 육상공룡은 아직 어슬렁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지구 생태계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육상동물의 주역이 아닌 공룡이...

  • 브라이드고래의 ‘천하태평’ 사냥법브라이드고래의 ‘천하태평’ 사냥법

    조홍섭 | 2017. 11. 08

    표면에 입 벌리고 기다린 뒤 ‘꿀꺽’수질오염 적응, 문화적 전파 가능성밍크고래, 브라이드고래, 대왕고래, 긴수염고래 등 수염고래의 사냥법은 비슷하다. 바다 표면을 돌아다니며 크릴이나 작은 물고기가 몰린 곳을 찾은 뒤 거대한 입을 크게 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