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댁에 왕귀뚜라미 보내드려야겠어요~”

물바람숲 2015. 10. 28
조회수 28035 추천수 0
농촌진흥청 “울음소리, 노인 우울증 치료에 도움”
뇌 활성도도 높아져…연구 결과 국제 학술지에 실려
144600958614_20151029.JPG » 귀뚜라미. 한겨레 자료 사진.왕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노인들의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가을에 쉽게 들을 수 있는 왕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65살 이상의노인들의 우울증을 치료하고 인지 능력을 높이며 정신 건강을 개선한다는 점을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에서 심리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사용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제런톨로지>(노인병학)에 실렸다고 전했다.


농진청은 65살 이상의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왕귀뚜라미를 2달 동안 키우게 하고, 다른 그룹은 키우지 않게 했다. 그 결과, 귀뚜라미를 키운 그룹은 우울증 지수가 낮아지고 인지 기능 지수는 높아지고 정신적 삶의 질(건강) 지수가 높아졌다. 그러나 키우지 않은 그룹은 변화가 없었다. 또 자기공명영상으로 이들 두 그룹의 뇌를 찍어보니 키운 그룹에서 뇌 활성도와 임무 수행 정확도가 모두 높아졌다.

왕귀뚜라미는 고려 때부터 궁중의 여인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키웠다는 기록이 있고, 시나 산문에도 귀뚜라미 소리를 소재로 한 경우가 있다. 최근에도 가수 안치환씨가 ‘귀뚜라미’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왕귀뚜라미는 우리가 가을에 흔히 볼 수 있는 바로 그 귀뚜라미다. 자연에서는 1년살이 곤충으로 가을에 소리를 내어 짝짓기를 한 뒤 알을 낳고 죽는다. 알은 겨울 휴면 기간을 거치고 봄여름에 깨어나 2달가량 어린벌레(약충)로 지낸 뒤 늦여름에 어른벌레(성충)가 돼 2달가량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기르면 휴면 기간이 없이 알에서 바로 어린벌레, 어른벌레로 자란다.

다만 어른벌레로서 소리를 내는 기간이 인공에서도 2달에 불과하고 그 뒤에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이것이 노인들에게 또다른 심리적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농진청 강필돈 곤충산업과장은 “개나 고양이 같은 보편적 반려동물 외에 왕귀뚜라미와 같은 곤충을 키우는 것도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반려·애완 벌레로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배추흰나비, 호랑나비 등이 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물바람숲
‘물바람숲’은 다양한 분야와 전문성을 지닌 필자들이 참여해 펼치는 환경 담론의 장이고자 합니다. 이곳은 환경 이슈에 대한 현장 보고, 사진과 동영상, 논평, 뒷 얘기, 문제제기, 토론과 논쟁이 소개되는 마당입니다. 필자들은 환경 담론의 생산자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논의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마중물’ 구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3D 가짜 거북 알’로 불법 유통망 추적‘3D 가짜 거북 알’로 불법 유통망 추적

    조홍섭 | 2020. 10. 23

    코스타리카서 현장 시험 성공, 1시간마다 위치 정보 전송입체(3D) 프린터로 만들어 겉모습은 진짜와 똑같고 안에는 위성 위치추적 장치를 넣은 가짜 거북 알이 개발돼 불법 채취꾼을 잡고 유통망을 파악하는 데 쓰일 수 있게 됐다. 중미 코스...

  • 우리 몸엔 늦가을과 늦봄 두 계절만 있다우리 몸엔 늦가을과 늦봄 두 계절만 있다

    조홍섭 | 2020. 10. 22

    늦가을엔 바이러스 감염 대응…‘겨울잠’ 단백질도 많아져온대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4계절은 가장 분명한 환경 변화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몸은 4계절이 아닌 2계절을 산다는 사실이 분자 차원의 추적 연구결과 밝혀졌다.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

  • 꽃샘추위 한 번에 어린 제비 사망률 곱절로꽃샘추위 한 번에 어린 제비 사망률 곱절로

    조홍섭 | 2020. 10. 21

    더워진 봄 산란 앞당기면 새끼 굶주릴 위험 커져, 30년 장기연구 결과기후변화는 평균으로 오지 않는다. 봄은 일찍 찾아오고 평균기온은 오르지만 꽃샘추위는 잦아진다. 동물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장기 현장연구로 밝혀...

  • 한국인에는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한국인에는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

    조홍섭 | 2020. 10. 19

    인도보다 3천년 앞서 쌀 재배, 고혈당 막는 유전적 적응 일어나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오랜 벼농사 덕분에 고탄수화물 식사로 인한 비만과 당뇨병 등의 부작용을 막는 유전적 적응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오랜 목축 역사가 있는 유럽 ...

  • 냄새로 코로나 검사, 개 활용 연구 활발냄새로 코로나 검사, 개 활용 연구 활발

    조홍섭 | 2020. 10. 16

    헬싱키 공항 현장 배치…80∼90% 정확도 감염자 실시간 찾아요양원 식구들이 아침마다 돌아가며 개와 아침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사람보다 10만배나 뛰어난 개의 후각을 이...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