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가 매일 저녁 생굴 60개씩 먹은 이유

황선도 2015.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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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생산 늘리는 아연 등 미네랄 풍부…'사랑의 묘약' '바다 우유' 등 별명

굴, 갓굴, 토굴 등 다양한 종 서식…어리굴젓, 굴구이, 굴밥, 굴미역국 등 별미
 

1_David.Monniaux_1024px-Ostrea_edulis_Marennes_p1050140.jpg » 굴은 동양과 서양을 가릴 것 없이 오래 전부터 귀한 식품으로 사랑받아 왔다. 찬바람이 불면 굴의 철이 온다. 사진=David.Monniaux, 위키미디어 코먼스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완전식품, 그리고 사랑의 묘약이라고 말하는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이와 같이 어패류의 맛에는 제철이 있는데, 맛이 좋은 시기를 말한다.
 
어패류의 맛은 수온과 먹이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지방 함량이 증가하는 산란 전에 맛이 좋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굴처럼 산란기에는 독소가 있어서 먹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부터 ‘굴은 보리가 패면 먹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고, 일본에서는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으며, 서양에서는 여름철 특히 영어로 달 이름에 ‘알(R) 자가 들어있지 않는 달인 5, 6, 7, 8월에는 먹지 말라.’ 했다.
 
굴의 산란기가 7~8월 여름철로 이때는 생식소를 성숙시키기 위해 영양분의 대부분을 소비하여 살도 빠지고, 글리코겐 함량이 최소로 낮아져 맛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난소에서 분해된 독소가 나오니 먹지 말라는 경고이다.

 

0_Llez-Crassostrea_gigas_01.jpg » 여러 각도에서 본 굴의 모습. 사진=Llez, 위키미디어 코먼스
   
조선시대 허균의 책‘도문대작’(屠門大嚼)은 글자 그대로 고기를 먹고 싶으나 먹을 수가 없어 고깃집 문(屠門)이나 바라보고 크게 씹는(大嚼) 흉내를 내며 자위한다는 뜻의 성어를 제목으로 삼았다.
 
그는 서문에서 “내가 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하게 되니 지난날에 먹었던 음식이 생각나서 견딜 수 없다. 이에 종류를 나누어 기록해 놓고 때때로 보아가며 한번 맛보는 것이나 못지않게 한다.”라고 밝혔다. 당시 식품의 특징과 명산지, 가공과 조리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 오래된 식품전문서인 셈이다.
 
이 책에 “함경도 고원과 문천의 동해안에서 나는 굴이 크고 좋은데, 맛은 서해안에서 나는 것보다 못하다.”라고 산지마다 생산물의 맛을 비교할 정도이다. 또 “굴 따는 여인들이 얼굴 붉히며 굴을 치마 속에 감추느라 허겁지겁한다.”라고 묘사하며 굴을 남편에게 먹이면 밤새 보채는 사랑의 묘약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읽는 나도 얼굴이 붉어진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큰놈은 지름이 한 자 남짓 되고, 두 쪽을 합치면 조개와 같이 된다. 몸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품이 구름조각 같으며, 껍질은 매우 두꺼워 종이를 겹겹이 발라 놓은 것 같다. 바깥쪽은 거칠고 안쪽은 미끄러우며, 그 빛깔이 눈처럼 희다. 껍질 한쪽은 돌에 붙어 있고, 다른 한쪽 껍질은 위를 덮고 있으나 진흙탕 속에 있는 놈은 부착하지 않고 진흙탕 속에서 떠돌아다닌다. 맛은 달콤하다. 그 껍질을 닦아 바둑알을 만든다.”라고 자세히 기록하였다.
 
서유구는 <전어지>에서 “굴은 조석이 드나드는 곳에서 돌에 붙어살며, 울퉁불퉁하게 서로 맞붙어서 방과 같다.”라고 서식생태를 기록했다. 조선 성종 때의 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에는 굴을 강원도를 제외한 7도 70 고을의 토산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으로 미루어 굴은 우리나라 연해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즐겨 먹어왔음을 알 수 있다.
 
“굴은 바다 어물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며 먹으면 향미가 있고 보익하며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한다.” 이것이 바로 굴에 대한 허준의<동의보감> 기록이다.

 

2_David.Monniaux_Crassostrea_gigas_p1040848.jpg » 굴의 패각. 갈아서 바둑돌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David.Monniaux,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생굴이 바로 ‘사랑의 묘약’이라고 믿었다. 옛날에는 어느 나라에서건 어떤 물건을 비슷한 모양의 인체와 동일시하곤 했는데, 깐 생굴이 정자를 생성하는 고환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성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굴을 먹으면 먹을수록 사랑을 길게 한다(Eat oysters, love longer)’라 하여 굴을 정력제로 여기고, 집착할 정도로 즐겼다고 한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전장에서도 끊임없이 굴을 먹었고,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는 한꺼번에 175개의 굴을 먹었으며, 희대의 정력가 카사노바는 매일 저녁 식사 때 60개씩 생굴을 먹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영웅은 색을 좋아한다,’는 말을 ‘영웅은 굴을 좋아한다,’고 바꾸어야 할 듯하다.
 
과학자는 풍설조차 의심하고 증거를 대고 검증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자료를 수집해 보니, 굴은 섹스미네랄이라고 불리는 아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찾았다.
 
성인의 하루 아연 소요량은 10~15㎎ 정도인데, 굴에는 100g에 아연이 50~100㎎ 들어있으니 아연의 보고라 아니 할 수 없다. 굴을 상시로 먹으면 정자의 생산이 증가하고 정자의 활동이 증폭되며, 성선 자극 호르몬과 방출 호르몬의 분비가 높아져서 성 능력이 향상된다. 쉽게 말해서 굴은 정자 수를 증가시키고, 그 활동도 촉발시키므로 강장제이고 발기불능에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윤운식01015454_R_0.jpg » 남성들이 정력강장제로 즐겨 먹는 생굴. 사진=윤운식 기자

오늘날에도 굴은 ‘바다의 우유’로 불리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고 있는 완전식품이다. 굴에는 글리신, 글루탐산 등의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과 타우린, 시스틴 등의 생체조절 기능을 하는 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조화되어 있어 맛과 함께 더불어 신진대사도 활발해진다.
 
생굴 100g당 타우린 함량은 400~1000㎎ 정도라고 한다. 타우린의 생리적 기능으로는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심장병의 부정맥이나 혈압을 정상화시킬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 시력회복 등에 효과가 있다.
 
굴은 계절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산란기를 제외하고는 5~6%의 포도당으로 이루어진 다당류인 글리코겐을 함유한다. 이 글리코겐은 심장의 혈액순환 운동을 높이고 간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면서 췌장기능을 촉진하는 등 각 장기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향상시키는 작용이 있어 에너지 저장원 구실을 한다.
 
굴은 철, 구리, 아연, 망간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다. 그 중의 하나인 철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성분이 된다. 예로부터 굴은 빈혈과 간장병 후의 체력회복에 애용되어 온 훌륭한 강장식품으로, 과음으로 깨어진 영양의 균형을 바로 잡는데 도움을 준다.
 
생굴은 셀레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셀레늄의 생리적 기능은 인체의 세포와 세포막을 발암물질로부터 보호하고 수은,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 독성을 감소시키는 등 해독기능이 우수한 식품이다. 한마디로 무병장수를 돕는 알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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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은 열대지방에서 한대지방에 이르기까지, 염분 농도가 낮은 하구에서 염분 농도가 높은 외양까지 거의 전 세계 바다에 분포한다. 굴은 연체동물 문, 이매패 강, 굴 목, 굴 과에 속하며, 현재 세계적으로는 100종 이상이 있다.
 
연체동물은 조개나 오징어와 같이 연한 살을 가진 동물을 말하고, 이매패는 패각이 양쪽으로 두 개로 이루어진 조개를 말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굴 종류는 굴(Crassostrea gigas), 바위굴(C. nippona), 토굴(Ostrea denselamellosa)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양적으로 많고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종은 참굴이라고 부르는 굴이다.
 
굴은 영어로 오이스터(Oyster), 일본어로 가키(カキ, 牡蠣), 중국어로는 모려(牡蠣; 굴은 수놈뿐이고 암놈은 없다는 뜻임), 여합(蠣蛤), 모합(牡蛤)이라고 부르며, 어른들은 아직도 석화(石花)라고 부른다. 굴은 둥근 모양에서부터 가늘고 긴 모양에 이르기까지 형태가 일정하지 않다.
 
굴은 암수가 한 몸인 자웅동체이며 알을 내는 난생이다. 굴의 산란기는 여름이며, 내만 등 염분이 낮은 조간대에서 산란한다.
 
알은 바닷물 속에서 수정된 뒤에 알에서 깬 유생은 2주 정도 동안 부유생활을 하다가 바다 밑 바위나 돌에 착생한다. 만 1년이 되면 성숙하여 어미가 된다.

 

3-1_N yotarou_Crassostrea_nippona_01.jpg » 강하구에서 잡히는 강굴, 또는 벚굴. 사진=N yotarou, 위키미디어 코먼스
   
바위굴도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나 일반적으로는 긴 타원형으로 남해안과 동해 남부 연안에 분포한다. 섬진강에서 잡힌다고 해서 강굴 또는 벚꽃 필 때 잡는다고 해서 벚굴로 부르는데, 표준어는 무엇일까? 갓굴(Crassostrea ariakensis)이다.
 
이 이름을 찾기 위해서 학자 또는 전문가 대여섯 사람에게 문의했다. 백인 백답이었다. 표본이 없으면 동정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일반인과 학자 사이에 간극이 크다.
 
표준어를 쉽게 바꿀 수도 없지만, 표준어가 현실에서 통용되는 용어와 동떨어진 것도 문제이다. 통용되는 용어를 검증하고 학문적인 논의를 거쳐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벚굴01874567_R_0.JPG » 초대형 벚굴. 섬진강 하구에서 나며 강굴로도 부른다. 표준명은 갓굴이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굴 양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보면, 1908년 광양만 내 섬진강 하구에서 일부 양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의 양식방법은 돌이나 패각 같은 것을 바다에 던져넣는 바닥식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부터는 일본인에 의해 영산강 하구와 송전만 등에서 양식업이 시작되었는데, 양식방법은 소나무나 대나무 등을 세우는 홍립식(?立式)이었다. 1930년대에 이르러는 수하연을 수직으로 매달아 양식하는 수하식(垂下式)이 개발되었다.
 
수하식은 수면을 입체적으로 이용하므로 생산성이 높고 굴의 질도 좋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굴 양식업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고, 1950년대에 이르러 본격화되었다.
 
대일 김 수출의 격감으로 곤경에 빠진 김 양식 어민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에서 굴 생산을 대책으로 강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양식방법도 1950년대 말부터는 뗏목수하식을 사용하여 생산성을 크게 높였으며, 1960년대에는 연승수하식도 개발하였다.
 
1970년대는 굴 양식업의 성숙기로 지금의 통영인 충무를 중심으로 남해안에서 급속도로 발달하였다. 1972년 11월24일 한·미 패류위생협정을 계기로 안전성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인정을 받게 되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굴 생산량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각부 굴 기준으로 연간 21~30만t이며, 양식 굴이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통영 수하식.JPG » 경남 통영의 수하식 굴양식장 모습. 사진=이병학 기자
 
굴은 주로 겨울철 생산시기에 각종 제품으로 만들어지는데, 굴젓, 마른굴, 훈제기름담금통조림 등 보장성이 있는 식품들로 가공된다. 나는 굴을 이용한 요리로 생굴을 으뜸으로 치지만, 굴을 넣은 돌솥비빔밥은 별미이다.
 
충청도 사람으로 어릴 적부터 길든 입맛으로 충남 서산의 어리굴젓을 꼽을 수 있다.  ‘어리’라는 말은 ‘덜된, 모자란’의 뜻을 지닌 ‘얼’에서 나온 말이다.
 
짜지 않게 간을 하는 것을 ‘얼간이’라고 하며, 얼간이로 담근 젓을 ‘어리젓’, 그렇게 담은 김치를 ‘얼간이김치’이라고 한다. 됨됨이가 똑똑하지 못하고 모자라는 사람을 ‘얼간이’라고 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소금에 절여진 것처럼 생기를 잃어버렸다는 뜻일 것이다.

 

간월도 연합01227004_R_0.JPG » 서산 어리굴젓의 재료인 석화를 채취하는 간월도 어민. 사진=연합뉴스  
 
어리굴젓의 원료로는 알이 발달하지 않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바위에 붙은 자연굴인 석화가 가장 좋다. “서산 어리굴젓이 유명한 이유는 바위에서 자라다가 갯벌로 떨어져 크게 자라지 못한 알굴로 담기 때문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갯벌이 발달해 있는 서해안의 특성에 적응한 굴의 서식생태를 말해 준다. 같은 어리굴젓이라도 서산 간월도에서 나는 것을 제일로 친다.
 
서산 간월도 어리굴젓은 고려 말부터 알려지기 시작하였으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무학대사가 간월암에서 수도할 때 이태조에게 진상한 것을 계기로 수라상에 올려져 진상품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간월도 석화는 다른 지방의 굴에 비해 빛깔이 거무스름하고 알이 작으나, 양념이 속살까지 배어들어 젓갈 맛이 깊게 든다.

 

간월도 이병학03217960_R_0.jpg » 간월도에서 나는 어리굴젓. 사진=이병학 기자
 
갓 딴 석화를 갖은 양념에 버무려 옹기에 넣어 일정기간 발효시켜 내놓는데, 알갱이가 오돌오돌 씹힌다. ‘밥 한술에 어리굴젓 한 점’이라는 말처럼 입맛이 없는 겨울철에 어리굴젓만 있어도 밥 한 공기를 너끈히 비울 수 있다.
 
나는 굴 하면 통영보다 여수가 생각난다.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가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추억하고 사고하기 마련이다.
 
지금부터 10년도 더 이전인 2003년 즈음, 남해수산연구소에 근무하며 살던 여수시, 정확히 말하면 통합 전 여천시 소호동에 화양굴구이집이 있었다. 겨울이면 활성화되지 않은 무슨 공장 창고건물 하나를 통째로 빌려 식당을 운영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규모가 매우 커서 왁자지껄하며 시끄러운 독일의 대형 생맥주집을 연상할 정도이었다.
 
‘굴구이’라고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자체 제작했다는 직사각형의 찜기에 통굴과 물을 넣고 프로판 가스로 쪄서 즉석에서 목장갑을 끼고 굴칼로 까먹는 것이었다. 다 먹고 나면 굴죽을 주는데 이 또한 일품이었다.
 
당시 4명이 먹을 수 있는 한판이 1만 5000원이라 타지에서 찾아온 친구들 대접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홀 시중하는 아저씨가 여수대학교 교수였는데, 수익이 월급보다 많다고 야간에 투잡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풍문이다.

 

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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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고등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어류생태학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자원조성 업무를 맡고 있다. 뱀장어, 강하구 보전,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수산자원 회복 등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anisdhw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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