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퍼덕 꿀꺽, 지저분하지만 정교한 개 물먹는 비결

조홍섭 2015. 12. 15
조회수 31173 추천수 0

혀 뒤로 젖혀 물에 넣은 뒤 빠른 속도로 빼낼 때 생긴 물기둥을 덥썩 물어

개와 고양이는 물기둥 만드는 것 같아, 고양이는 물표면 미는 동작 차이

 

dog3-1.jpg » 개가 물 마시는 모습을 옆과 밑에서 본 모습. 혀를 뒤로 구부리고 있다. 사진=Gart etl al., <PNAS>  
 
고양이와 달리 개가 물을 마시는 모습은 어딘가 서투르고 성급해 보인다. 사방에 물을 흩트리며 소리를 요란하게 내는 행동이 효율적인지도 의심스럽다.
 
개는 다른 많은 포유동물처럼 무는 능력을 키우느라 뺨이 발달하지 않았다. 사람이나 말처럼 입술을 오므려 물을 빨아먹을 수가 없다.
 
그런데 크기와 품종이 다른 개 19마리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고속촬영과 모델 실험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개들은 유체역학 원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불리한 구강구조에도 매우 효율적으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이 연구는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한국인 연구자 정승환 교수 등 연구진이 한 것으로, 과학저널 <미국학술원회보(PNAS)> 15일치에 실렸다.
 
dog2.jpg » 개가 물속에 혀를 넣은 뒤 뒤로 젖쳐 빼내면서 물기둥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찍은 고속촬영 사진=Gart et. al., <PNAS>

 

이미 애견가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개는 물을 마실 때 혀를 국자처럼 쓰지 않는다. 물속에 넣을 때 혀는 코 쪽이 아니라 아래턱 쪽으로 굽힌다. 혀는 뒤집어 놓은 국자 모양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모양의 혀가 물에 일으키는 유체역학적 효과에 주목했다. 물속에 들어간 굽은 혀는 매우 큰 가속도(1~4g)와 초속 0.7~1.8m의 고속으로 물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이때 물기둥이 공중에 형성된다.


 

개는 재빨리 이 물 덩어리를 낚아채 마시고는 다시 편 혀를 물속에 집어넣고 굽힌 뒤 강하게 빼내는 동작을 반복한다. ‘철퍼덕, 꿀꺽’하는 소리는 이 과정에서 난다. 연구자들은 이 동작을 흉내 낸 모형으로 물기둥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입의 구조가 비슷한 개와 고양이는 왜 물 마시는 모습이 그리 다를까. 연구자들이 측정한 결과 고양이도 혀를 물 밖으로 빼내는 가속도는 개와 비슷했다.

 

White_cat_drinking_from_a_gold_fish_pond.jpg » 고양이가 물을 마시는 모습. 털에 물이 묻지 않게 조심스럽게 물가둥을 만든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고양이는 개와 달리 물속으로 혀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혀를 뒤로 구부려 물 표면을 미끄러지듯 밀어올린다. 그러면 물은 혀의 움직임에 따른 관성력을 받아 작은 기둥을 만들면서 위로 솟아오르다 중력과 비기는 순간 무너져내린다. 고양이는 바로 이 순간 입으로 공중에 뜬 물을 받아 먹는다(■ 관련기사: 고양이는 개보다 뛰어난 물리학 박사).
 
고양이의 물 마시기 연구는 2010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 연구팀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해 화제를 불렀다. 당시에는 개의 물 마시기는 연구되지 않았고, 그저 고양이가 훨씬 세련된 동작으로 물을 마시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비록 겉모습은 지저분해도 개도 고양이처럼 유체의 성질을 잘 활용해 물기둥을 만든 뒤 이를 받아먹는 것은 동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 교수는 “고양이가 정상상태(steady)의 관성력을 이용한다면 개는 비정상상태(unsteady)의 관성력을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개는 왜 뒤집힌 국자 형태로 혀를 구부려 물이 입 양쪽으로 질질 새는 허술한 행동을 하는 걸까. 이 연구에서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입에서 흘러내린 물이 물기둥이 유지되는 시간을 늘리거나 물기둥의 부피를 크게 하는 데 기여할지 모른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정보:
 
Sean Gart, John J. Socha, Pavlos P. Vlachos, and Sunghwan Jung, Dogs lap using acceleration-driven open pumping,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514842112

 

바로잡습니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인 정승환 버지니아공대 교수의 이름을 애초 `정성환'으로 잘못 표기해 바로잡았습니다(2015.12.16 10:3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큰코영양 20만 떼죽음 원인은 세균 감염큰코영양 20만 떼죽음 원인은 세균 감염

    조홍섭 | 2018. 01. 19

    2015년 전체 62%인 20만마리 떼죽음혹한 뒤 고온다습 기상이 면역약화 불러세계적 멸종위기종인 큰코영양이 떼죽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2015년 5월 중순 카자흐스탄 초원지대를 둘러본 수의학자들은 경악했다. 이제까지 간혹 벌어진 떼죽음과는 차...

  • 벌새 깃털 닮은 ‘무지개 공룡’ 중국서 발굴벌새 깃털 닮은 ‘무지개 공룡’ 중국서 발굴

    조홍섭 | 2018. 01. 17

    벌새와 깃털 색소체 구조 유사1억6천만년 전 오리 크기 공룡새들이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비결은 깃털에 있다. 깃털의 색소체 구조 덕분에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깔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작의 꼬리나 벌새의 머리, 비...

  • 물고기도 고통에 빠져 모르핀을 찾는다물고기도 고통에 빠져 모르핀을 찾는다

    조홍섭 | 2018. 01. 15

    단순 반사행동 넘어 통증인지 확인, 학계는 이미 합의…정책 대응 시작돼한국 ‘산천어축제' 열풍에 빠진 사이 영국, 다른 가축 수준의 복지 기준 적용양식장에서 기른 산천어, 송어, 빙어를 풀어놓고 얼음낚시나 맨손으로 잡는 겨울축제가 대표적인...

  • 불나면 불씨 옮겨  사냥하는 ‘불새' 있다불나면 불씨 옮겨 사냥하는 ‘불새' 있다

    조홍섭 | 2018. 01. 14

    불붙은 나뭇가지 다른 곳 옮겨 도망치는 쥐·도마뱀 등 사냥원주민 불놓기 여기서 배웠나, 노래와 전통의식에 들어있어덤불과 풀로 덮인 열대 사바나의 초원지대에 들불이 나면 동물들은 불꽃과 연기를 피해 혼비백산 달아난다. 일부 포식자들에겐 뛰...

  • 꽃보다 나비가 7천만년 먼저 진화했다꽃보다 나비가 7천만년 먼저 진화했다

    조홍섭 | 2018. 01. 11

    2억년 전 가장 오랜 나방 비늘화석 발견수분 섭취 위해 이미 긴 대롱 입 지녀 나비와 꽃은 서로를 돕는 대표적인 공생 생물이다. 나비는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번식을 돕고 대신 영양가 풍부한 꽃꿀을 먹는다. 나비와 나방은 꽃꿀을 효과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