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 산수화 같은 조개, 밟히면 '바지락 바지락'

황선도 2015.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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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은 잡힐 때 놀라 펄 흡입, 가리비는 하루 500m까지 '깡충' 

쫄깃하고 시원하며 감칠맛 나는 조개, 조리법과 먹는철 제각각

 

05042516_R_0.jpg » 충남 태안군 파도리 갯벌에서 주민들이 채취하고 있는 바지락. 패각의 무늬가 다채롭다. 사진=태안군청  

 
시원한 칼국수 국물 맛 책임지는 바지락
 
바지락은 한국, 사할린, 일본, 중국, 타이완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연안에 분포하나 서해안에 특히 많다.
서식처는 담수의 영향을 받는 얕은 바다이고, 바닥에 모래와 진흙이 깔린 조간대에서부터 수심 5m 되는 데까지 산다.
 
바지락은 긴 타원형으로 조가비 겉면에는 많은 방사륵과 함께 나이를 알 수 있는 성장선이 뚜렷한 편이다. 바지락은 수 만개를 채취하여도 패각에 나있는 무늬가 각기 다르다.
 
조가비 색깔 역시 개체변이가 뚜렷하여 백색에서 청흑색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바지락은 이매패로서 두 개의 패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좌우 패각의 모양과 색이 다르기도 하다.
 
예술적 관점에서 보면 어느 것 하나 디자인이 같은 게 없는 셈이다. 바지락의 패각에 그려져 있는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하게 되는 것이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sh3.jpg » 살아있는 바지락의 모습. 사진=오픈케이지

   
바지락(Ruditapes philippinarum, 淺蛤)은 이매패강, 백합목, 백합과에 속한 조개로 우리나라에서 바지락은 ‘바지라기’라 불리던 것이 줄어 바지락이 되었다고 한다. <바다맛 기행2>에서 김준은 계화도에서는 만난 아주머니 말을 빌어 발밑에 조개가 밟히는 소리가 ‘바지락 바지락’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이름의 유래를 설명했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빤지락’, 경남지역에서는 ‘반지래기’, 인천이나 전라도 지역에서는 ‘반지락’이라고도 부른다. 한때 반지락이 표준말로 착각해서 논문에도 표기되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이름이 다양하다. 영어로 숏넥키드클램(Short-necked clam), 리틀넥클램(Little neck clam) 그리고 일본 이름은 아사리(アサリ), 중국어는 황합(黃蛤) 또는 소합(小蛤)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보면, “바지락(布紋蛤)은 큰놈은 지름이 두 치 정도이고 껍질이 매우 엷으며, 가로 세로 미세한 무늬가 있어 가느다란 세포와 비슷하다. 양 볼이 다른 것에 비해 높게 튀어나와 있을 뿐 아니라 살도 또한 풍부하다. 빛은 희거나 혹은 청흑색이다. 맛은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언제 어디에나 쉽게 볼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조개 중 하나이다.
   
바지락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조개의 하나로 양식이 비교적 쉬워 서·남해안 어촌의 주요 소득원이 되고 있다. 봄이 되면 바지락은 산란에 대비하여 해수를 수관으로 원기왕성하게 빨아들여 물속에 있는 유기물을 먹으면서 쭉쭉 성장한다.
 
바지락은 서식 장소에 따라 맛과 형태도 차이가 난다. 유기물이 풍부한 해수에서 성장한 바지락은 패각도 크고 조갯살도 충실하지만 환경이 나쁜 곳에서 자란 놈은 작달막하고 패각에 나있는 무늬도 볼품없다.

04198503_R_0.jpg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의 한 식당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끓이고 있다. 사진=박미향 기자

   
‘봄 조개, 가을 낙지’라 하여 봄에는 조개가 제철이고, 가을에는 낙지가 제맛이다. 바지락, 백합, 재첩 등을 삶으면 뽀얀 국물이 생기는데 이 조개국물이 감칠맛 난다.
 
우리말 표현에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도 ‘시원하다.’라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이런 느낌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시원한 감칠맛 나는 국물은 베타인, 글루탐산, 이노신산과 호박산 등이 어우러져 내는 맛이다. 조갯국에는 간을 보호하는 성분들이 들어있어 주당들에게 해장국으로도 훌륭하다.
 
바지락은 빈혈에 효과적인 성분인 철을 함유하고 있는데, 철은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성분의 하나다. 바지락은 양질의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을 함유하고 있는데, 타우린은 혈액 속에 남은 콜레스테롤을 배출하여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요리에는 산 것을 사용하여야 하는데, 혹시 펄흙이나 유기물이 있다면 해감을 해야 한다. 흙이나 모레는 바지락이 채취될 때 놀라서 흡입한 것으로서 본래 조개는 몸에 들어온 이물질은 배출하려는 습성이 있으므로 바닷물이나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두면 저절로 모래를 토해낸다.
 
산골이나 내륙지방에서는 칼국수를 만들 때 닭 국물을 사용하지만, 해안가에서는 바지락을 넣고 칼국수를 끓인다. 내가 먹어본 일산의 바지락 칼국수는 배가 불러도 또 들어간다. 그 시원한 해물 맛은 밀가루의 텁텁함을 감싸주는 조화를 부린다.

 

새가 변해 조개가 됐다는 설화의 새조개

 
sh4.jpg »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새조개의 모습. 사진=오픈 케이지
 
겉모양은 이매패 조가비여서 일반 조개류와 비슷하나 복족(腹足)이라 부르는 발의 형태가 새의 부리와 닮아서 새조개(Fulvia mutica)란 이름을 얻었다. 여수, 광양 등지에서 겨울철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조개이다.
 
새조개는 육질이 새고기 맛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조갯살 식감이 쫄깃하다. 일어로 토리가이(トリガイ, 鳥貝)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영어로는 에그코클(Egg cockle), 코클쉘(Cockle shell)이라고 한다. 이미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새조개는 “큰 놈이 너댓 치 정도로 껍질이 두껍고 미끄러우며, 참새 빛깔에 무늬가 참새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된다. 북쪽 땅에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에는 희귀하다. 대체로 껍질이 두개 합쳐진 조개를 합(蛤)이라 한다. 이들은 모두 진흙탕 속에 묻혀 있으며, 난생이다.”라고 새와 연관지어 기록하였다.

 

04991726_R_0.jpg » 새조개. 사진=박미향 기자
 
새조개는 주둥이 부분이 검을수록 좋고, 살이 두터워야 제맛을 낸다. 제철은 12∼3월이고 1∼2월 한겨울에 맛의 절정을 이루는데, 이후 산란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살이 빠지면서 일시에 맛과 향이 떨어진다. 품질은 가막만, 여자만, 광양만, 진해만 등지가 우수하다.
 
주로 초밥이나 회로 먹으며, 여수에서 겨울 한철에 맛 볼 수 있는 조갯살 데침(샤브샤브)이 일품이다. 그러한 만큼 값이 비싸다.

 

04991730_R_0.jpg » 충남 홍성군 남당항의 한 음식점에서 차린 새조개 샤브샤브. 사진=박미향 기자
 
김준의 <바다맛 기행2>에서는 목포의 ‘홍어 삼함’을 빗대어 여수의 ‘새조개 삼합’을 더했다. 새조개에 노릇노릇한 삼겹살과 잘 익은 김치를 곁들어 상추에 싸먹으면, 소주 생각이 절로 난다.

패각은 광택이 있는 연한 황갈색이나 내면은 분홍색을 띄고 있으며, 패각 겉면에 난 톱니모양 무늬인 방사륵의 흔적이 내면에까지 나타나 있다. 패각에는 46∼47개 정도의 방사륵이 있고, 방사구라고 부르는 고랑의 깊이는 얕은 편이며 짙은 갈색의 털이 끼어 있다.
 
비너스를 탄생시킨 가리비
 

sh2.jpg »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1486). 가운데 조가비가 큰가리비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산드로 보티첼리(1444~1510)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에서 오른손으로 젖가슴을 가리고 왼손으론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자연스레 치부를 가린 백색의 미녀가 올라선 조개가 바로 가리비이다. 넓고 얕은 것이 마치 부채처럼 생긴 가리비에서 미와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가 태어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인과 조개의 연관성을 암시한다. 세계적인 석유회사인 쉘의 심볼이 가리비 조개껍질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회사의 심볼이 조개껍데기인 사연은 재미있다.
 
쉘 석유는 애초 조개를 취급하는 회사였다. 각종 토산물과 단추의 원료로 사용된 조개껍데기를 아시아에서 수입해 팔았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조개를 배에 싣고 올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조개를 실으러 아시아로 갈 때 빈 배로 가는 것이 큰 손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비어 있는 화물선에 석유를 싣고 운반하기 시작했는데, 석유가 조개껍데기보다 더 큰 돈벌이가 되자 아예 석유 수송업으로 전업했다.
 
그러나 원래의 조개 심볼만은 바꾸지 않았다. 사업 성공의 계기였을 뿐 아니라 그 심볼이 워낙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일화가 있다.
 
sh1.jpg » 큰가리비의 모습. 바다 밑바닥을 뛰어 이동한다. 사진=오픈 케이지
 
가리비는 전 세계적으로 300종 이상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중 큰가리비(Patinopecten yessoensis)는 분류학상 이매패강, 굴목, 가리비(Pectinidae)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는 큰가리비, 국자가리비, 비단가리비 등이 있다.
 
큰가리비는 영어로 스칼럽(Scallop), 그리고 일어로는 호다테가이(帆立貝, ホタテガイ)라고 부른다. 큰가리비는 참가리비라 부르며, 우리나라의 동해안과 일본의 홋카이도, 사할린 및 북부 연안에 한정해서 분포하는 귀한 수산자원이다.
 
암수가 다른 자웅이체로서 주로 수심 50m 이내의 세립질 모래지역에 서식한다. 큰가리비는 부유생물을 여과하여 섭식하며, 2년 정도 성장하면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반면에 서해안과 남해안에 서식하는 것은 비단가리비이다.
 
가리비는 어떤 조개 무리에서도 볼 수 없는 점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개의 패각을 강하게 닫을 때 분출되는 물의 힘으로 전진한다.
 
물을 분사하는 반동으로 1∼2m까지 뛰어 하룻밤에 500m도 이동하는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만큼 가리비는 힘이 있어 물속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대신 걸을 때 이용되는 부족(斧足)을 잃고 말았다.
 
부족은 패각 사이에 혀처럼 내민 부분으로서 바지락이나 대합 등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매패에는 발 구실을 하며 모래 속으로 파고들 때 사용한다.
 
부족을 잃어버린 부족류에는 가리비 외에 부착성의 패류인 홍합과 굴 등이 있다. 이렇게 쓰지 않으면 퇴화하는 법이다.

 

sh5.jpg » 큰가리비 패주로 만든 요리. 사진=무라야마 나오다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철은 12~4월의 겨울에서 봄까지다. 가리비도 키조개처럼 관자라고도 가이바시(かいばしら)라고도 패주(貝柱)라고도 부르는 패각근(貝殼根) 만을 먹는다. 가리비의 큰 패주에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특수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여성의 건강과 미용에 더없이 좋다고 한다.
 
패주가 주인인 키조개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성장기 어린아이가 오줌을 가리지 못해서 이불에 지도를 그리면, 그 아이한테 벌칙으로 키를 씌워 소금을 받아오라고 보냈다. 혼내고 나무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창피함을 느끼고 습관을 고치라는 것인데, 정작 아이에게는 큰 마음의 상처로 남았을 것 같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시키면 과연 따를까? 곡식의 알곡과 쭉정이를 가를 때 쓰는 키(箕)와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조개가 있는데, 키조개(Artina pectinata)이다.
 
달리 속앓이를 어루만져 준다 해서 서해부인이라고도 부르며, 영어로는 코움펜쉘(Comb pen shell) 그리고 일본이름은 타이라가이(タイラギ)이다.
 
sh6.jpg » 키조개를 까 패주를 분리하고 있다. 사진=이병학 기자
 
<자산어보>에는 ‘키홍합’이란 명칭으로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큰 놈은 지름이 대여섯 치 정도이고 모양이 키와 같아서 평평하고 넓으며 두껍지 않다. 실과 같은 세로무늬가 있다. 빛깔은 붉고 털이 있다. 돌에 붙어 있으나 곧잘 떨어져 헤엄쳐 간다. 맛이 달고 산뜻하다.”
 
현재 밝혀진 생태와 비교해보자. 키조개는 크기가 25㎝ 정도로 크며, 껍데기가 얇아 잘 부서진다. 수심 20m 전후의 펄모래에 밀집하여 서식한다. 

키조개 주산지는 서해안의 보령, 서천 연근해와 남해안의 득량만, 여자만 등지이다. 보령에 오천항이 있는데, 이곳이 키조개 잡는 어선의 입항지이다.
 
과거에는 소위 머구리라고 하는 우주복 같은 잠수복을 차려입고 다이빙하여 조업하는 근해 잠수기 어업이다. 이 잠수기 어선은 뱃머리에 노란색을 칠해서 멀리서도 쉽게 구분을 할 수 있게 하였다.
 
키조개는 수심이 깊은 바닥에 살기 때문에 잠수부가 들어가 일일이 캐는 일은 고되고 험한 작업이다. 지금은 발달되고 간편한 잠수복과 장비를 이용하여 조업을 한다.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산란기를 금어기로 지정한 7∼8월을 제외하고 연중 조업하는 키조개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해산물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도 제철은 겨울(11∼2월)이다.
 
04591378_R_0.jpg » 다양한 크기와 무늬의 조개 패각.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키조개, 홍합, 가리비, 소라, 개조개(대합), 새조개, 피꼬막(피조개), 모시조개, 백합, 바지락, 참꼬막, 새꼬막. 사진=박미향 기자
  
조개는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느낌과 함께 다른 식품에는 없는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천연 조미료 성분이 다량 들어 있어 언제 먹어도 물리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겨 먹는다.
 
조개는 봄철 된장국 맛을 돋우는 모시조개, 맑은 국을 끓여내는 백합, 삶아서 양념장에 무쳐먹는 꼬막, 미역국에 시원함을 더해주는 홍합, 살짝 데쳐 회로 먹는 새조개, 날로 먹는 피조개처럼 저마다 적절한 조리법이 있다.
 
그런데, 키조개는 조갯살 대신 가이바시(かいばしら)라고 부르는 관자, 패주(貝柱) 또는 패각근(貝殼根)을 먹는다. 요즘 젊은층에서는 버터와 같이 구워먹는 맛을 첫손가락으로 꼽는다.
 
패주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정혈작용이 있어 임산부의 산후 조리에 좋으며, 특히 술에 혹사당한 간장 보호와 정력 증강에 특효이다. 패주의 특유한 맛은 글루탐산, 이노신산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열을 가하면 영양가를 잃게 되므로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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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고등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어류생태학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자원조성 업무를 맡고 있다. 뱀장어, 강하구 보전,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수산자원 회복 등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anisdhw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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