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과 외래종 30년 전쟁 ‘팔당호 삼국지’

조홍섭 200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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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치와 블루길, 배스

댐 완공 뒤 혼란 틈타 블루길 먼저 ‘중원’ 장악
강준치 반격, 물고 물리는 혈투…배스는 ‘패망’

 


untitled-2_%25A4%25C4opy.jpg수도권 2300만의 식수원인 팔당호에서 소리없는 전쟁이 30여년째 벌어지고 있다. 토종인 강준치와 외래종인 블루길·배스가 호수의 최강자로 군림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각축전이다. 덩치가 큰 육식어종인 이들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호수에서 가장 흔한 물고기가 됐다. 자연히 서로의 새끼는 가장 중요한 먹이가 됐다.

 

1973년 팔당댐이 완공돼 계류가 호수로 바뀌자 생태계는 혼란에 빠졌다. 참갈겨니, 돌마자 등 여울 어종이 사라진데다 수질이 악화하면서 서식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놀던 물’ 미국선 고만고만한데 한국 원정 와 포악성으로 패권

 

교란돼 주인이 사라진 생태계를 먼저 차지한 것은 외래종이었다. 수산당국이 1970년대 중반 북한강에 방류한 블루길과 배스는 1990년대 초 팔당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고인물을 좋아하는데다 호숫가에 발달하기 시작한 애기부들, 줄, 달뿌리풀 등 수초대가 작은 물고기들의 서식지이자 산란장이 되면서 먹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공동수 한강물환경연구소장의 1992년 조사에서 이미 블루길은 팔당호에서 수적으로 가장 많은 종(우점종)으로, 배스는 이에 버금가는 종이 된다.


블루길과 배스는 원산지인 북미에서는 먹이사슬에서 중간포식자일 뿐이다.

그러나 경쟁자가 없는 우리나라에선 포식성이 더 강해지는 행태를 보인다.


변명섭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수생태학)는 “배스가 들어간 저수지에선 입에 들어가지 않는 큰 물고기만 살아남아 어류의 대형화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포식성이 강하다”며 “블루길도 배스만큼 눈에 띄진 않지만 산란기에 다른 물고기 알과 치어를 탐식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로서로 ‘피도 눈물도 없이’ 어린 새끼들 공격하며 씨 말려


블루길과 배스가 팔당호를 장악하던 1990년대 초 강준치도 모습을 드러낸다. 몸길이 80~90㎝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인 강준치는 호수 표면을 떼지어 헤엄치며 작은 물고기나 수서곤충을 잡아먹는다.

 

수질개선과 함께 수초대가 확장된 1990년대 중반 강준치는 팔당호를 장악하던 블루길, 배스의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른다. 손영목 서원대 교수(당시)팀의 1995~1996년 조사에서 강준치는 처음으로 팔당호의 우점종 자리를 차지했다. 손 교수는 “강준치의 현저한 증가는 소형 어류와 블루길 치어의 증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강준치가 블루길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변명섭 박사는 “블루길은 붙잡히면 지느러미의 가시를 펼쳐 굶주린 배스도 뱉어낸다”며 “강준치도 웬만큼 자란 블루길을 잡아먹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어린 강준치는 배스의 단골먹이이지만, 커다란 강준치에게 배스 치어는 손쉬운 먹이이다. 이완옥 중부 내수면연구소 박사는 “충주호에 강준치가 들어온 뒤 배스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구름처럼 떼로 몰려다니는 ‘조폭’…성질만큼 맛도 ‘더러워’


untitled-3_copy%25A4%25C0.jpg팔당호에서 강준치의 우위는 확고하지 않다. 2002년 변화근 강원대 박사의 조사에서 블루길은 다시 강준치를 제치고 우점종에 올랐다.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 변명섭 박사팀이 2003, 2004, 2006년에 정밀조사한 결과 강준치는 전체의 11.84%로 우점종을 자리를 되찾았다. 블루길은 10.22%로 두번째였다. 특히 경안천이 흘러드는 수초지대에서 강준치는 물고기 3마리에 1마리꼴로 많았다. 변 박사는 “초여름 경안천이 흘러드는 광동교에서 바라보면 대형 강준치들이 시커먼 구름처럼 떼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면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강준치가 많은데는 사람 탓도 있다. 고기의 맛이 떨어지고 잔가시가 많아 어부들이 어획을 기피한다. 이런 점에서 강준치는 블루길과 마찬가지로 혜택을 봤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어업은 어류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반면 배스는 1.27%에 그쳤다. 변 박사는 “배스가 정치망 등 일반적인 어류채집에 잘 잡히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배스의 비중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 때마다 ‘난민’ 유입, ‘다민족’ 생태계 유지

 

팔당호의 먹이피라미드는 역삼각형에 가깝다. 먹이인 소형 어종보다 포식자가 더 많은 형국이다. 예를 들어 몇년 전만 해도 이맘때면 팔당호 연안에 무수하게 많은 납자루 아과 치어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엔 찾기가 힘들다. 대부분 한국 고유종인 납자루 아과의 작은 물고기들은 조개의 몸속에 알을 낳는데, 행동이 느려 배스와 블루길의 만만한 먹이인데다 최근 고농도의 흙탕물이 민물조개의 아가미를 막아 폐사시킴으로써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팔당호에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이유는 뭘까. 조사방법이나 강도가 다르지만 현재 팔당호에는 댐 건설 이전보다도 많은 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팔당호의 위치와 지형으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변 박사는 “홍수 때마다 상류에서 다량의 물고기가 팔당호에 ‘공급’되고, 수초대가 물고기들의 피난처와 산란장 구실을 해 그나마 불안정한 생태계를 유지시켜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팔당호 3대 육식어종 프로필


■ 강준치=큰 강 하류의 표면을 유영하는 대형 민물고기로 40~50㎝ 길이가 흔하고 1m 가까이 자라기도 한다. 갑각류, 수서곤충, 어린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다. 인기 있는 낚시어종이지만 맛이 없고 잔가시가 많아 어업 대상은 아니다. 한강에서는 청평호와 팔당호에 많지만 상류인 소양호, 춘천호 등에는 없다. 충주호에도 늘고 있다. 임진강, 한강, 금강, 압록강, 대동강을 비롯해 동북아와 대만에도 분포한다.


■ 블루길=북미 원산으로 1969년 수산청이 도입해 팔당호에 방류한 이후 전국 대부분의 호수나 저수지로 확산됐다. 길이 15~25㎝로 원산지에선 잡식성이지만 국내에선 덩치가 클수록 새우나 작은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담수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꼽힌다. 정체수역을 선호해 팔당·대청·소양·안동호 등에서 가장 지배적인 종의 하나로 떠올랐다. 수컷이 둥지의 알과 새끼를 보호한다. 상업성이 없어 어업 대상종이 아니다. 생태계위해 외래동식물로 지정돼 있다.


■ 배스=북미 원산이며 수산청이 1973년 도입해 1976년 팔당호에 대량 방류했다. 낚시 대상종으로 전국의 호수나 저수지에 분포한다. 길이 25~60㎝로 큰데다 강한 육식성을 지녀 작은 물고기와 새우 등의 씨를 말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산란수가 10만개를 넘고 수컷은 알과 치어를 지키기 때문에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급속히 번창하고 있다. 환경부 생태계위해 외래동식물이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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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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