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방귀 뀐다, 미모사 뿌리 건드리면 ‘뿡’

조홍섭 2016.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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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면 뿌리털에 난 미세한 자루 보관 황화합물 가스 분출

유리나 쇠로 건드리면 무반응, 어떻게 차이 알고 왜 분출 몰라

 

H. Zell _1280px-Mimosa_pudica_003.jpg » 열대식물 미모사. 손으로 대면 잎을 접는 동작 말고도 새로운 행동이 밝혀졌다. 사진=H. Zell, 위키미디어 코먼스

 

식물원 온실이나 관상용으로 널리 기르는 미모사라는 열대식물이 있다. 브라질 원산의 콩과 식물인데, 손으로 만지면 깜짝 놀라는 것처럼 잎을 내려뜨리는 모습이 신기하다.
 
그런데 앞으로 미모사는 잎뿐 아니라 뿌리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미모사의 뿌리를 건드리면 방귀를 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발이 없는 식물은 화학물질을 주요 방어무기로 쓴다. 누리장나무처럼 만지면 악취를 풍기는 식물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자극적 냄새는 양파를 썰 때처럼 조직이 손상됐을 때 나오는 것이다.
 
악취를 수동적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뿜어내는 식물은 없을까. 이를테면 동물의 스컹크처럼 악취를 내어 자신을 방어할 수도 있지 않을까.

 H. Zell _Mimosa_pudica_001.JPG » 미모사가 있는 토양을 자극하면 악취가 난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식물이 능동적으로 가스를 방출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사진=H. Zell, 위키미디어 코먼스

 
래비 무사 미국 뉴욕 알바니대 식물학자 등은 미모사를 대상으로 이런 의문을 검증해 보았다. 미모사 뿌리 근처의 흙을 교란하면 악취가 나온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미세한 화학물질을 검출하는 장치와 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한 실험 끝에 미모사의 뿌리가 능동적으로 황이 주성분인 다양한 화학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식물 생리학> 12월호에 실렸다.
 
미모사는 뿌리 근처의 흙을 건드리거나 손으로 뿌리를 만지면 악취를 풍겼다. 키가 몇 센티미터인 작은 미모사 한 뿌리가 방 전체에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가스를 내보냈다.
 
흥미롭게도 미모사는 사람 손에는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실험도구로 쓰이던 유리막대나 금속제 핀셋 등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미모사 뿌리가 자극의 유형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여태까지 보고된 바 없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땅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는 정도로는 미모사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뿌리를 가볍게 잡아당기면 강력한 가스를 뿜었다.
 
연구자들이 미모사 뿌리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뿌리털에 일련의 미세한 자루가 달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길이가 0.1㎜가량의 길쭉한 자루가 뿌리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자극을 받으면 자루가 납작해지면서 속에 있던 가스가 방출된다.

 

mi.jpg » 미모사 뿌리털의 전자현미경 사진. 뿌리털에 돌기 모양의 자루가 촘촘하게 달려있다(a). b는 이를 확대한 모습. c는 돌기가 없는 뿌리털. d는 가스를 방출한 뒤 자루가 납작해진 뿌리털의 모습. 사진=무사 외 <식물생리학>
 
이 자루속 성분을 분석한 결과 만지지 않은 뿌리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칼륨과 염소 이온이 포함돼 있었다. 연구자들은 “미모사가 잎을 접을 때도 이들 이온농도의 변화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아 뿌리의 가스 배출과 잎을 접는 것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미모사가 자극을 받았을 때 잎을 재빨리 접는 까닭은 명백해 보인다. 잎을 접으면 침입자는 깜짝 놀라거나 잎에서 떨어지기 십상이다. 또 시든 것처럼 보여 천적의 식욕을 떨어뜨리는데다 잎에 가려있던 날카로운 가시가 드러나는 효과도 있다. 위험이 사라지면 10분쯤 뒤 잎은 서서히 원상으로 돌아온다.

 

H. Zell _1280px-Mimosa_pudica_002.jpg » 자극을 받아 입을 접은 미모사. 뿌리의 악취 방출도 작동 얼개는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용도는 미지수다. 사진=H. Zell,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나 미모사 뿌리가 자극에 악취로 대응하는 이유는 잎과 달리 분명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밝혔다. 천적을 물리치기 위할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식물이 영역 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는 용도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미모사가 같은 크기의 자극을 주는데도 손과 유리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도 수수께끼다. 사실, 식물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윈은 이미 끈끈이주걱이 촉수에 곤충이 닿는 것과 빗물이나 바람이 접촉하는 것을 구별할 수 있음을 기록했다. 어떤 난은 곤충의 더듬이가 꽃 중앙에 닿으면 자루를 터뜨려 폭발적으로 꽃가루를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식물이 어떻게 대상을 감지하는지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연구자들은 미모사속 식물 6종에서 이런 악취 분출 능력을 찾아냈고 앞으로 아카시아 등 다른 식물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찾을 예정이다. 식물의 ‘방귀’는 의외로 흔한 현상일지 모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abi A. Musah et. al., Mechanosensitivity Below Ground: Touch-Sensitive Smell-Producing Roots in the “Shy Plant,” Mimosa pudica L. First Published on December 9, 2015, doi: http://dx.doi.org/10.1104/pp.15.01705, Plant Physiology December 9, 2015 pp.01705.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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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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