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새로운 지질시대 접어들었나

조홍섭 2016.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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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라면 현재는 빙하기여야, 앞으로 5만~10만년 동안 빙하기 없어
인류의 온실가스 탓…플루토늄,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 ‘테크노 화석’ 남겨


1.jpg » 주기적인 빙하기 등 지질현상까지 바꾸는 인간의 영향을 고려한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를 설정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그린란드에서 시추한 얼음 속에는 눈과 함께 보존된 수만년 전 공기가 들어 있어 과거 환경을 알 수 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항공센터  

 
약 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맹위를 떨쳤다. 바다의 수분이 육지 빙하로 쌓이면서 해수면은 지금보다 120m나 낮아졌다.
 
그 바람에 황해는 육지로 변했고 동해는 캄차카 반대에서 홋카이도와 일본 열도를 잇는 기다란 육지에 갇힌 내해가 됐다. 이상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등이 경기도 하남시 습지 퇴적층에서 채취한 꽃가루를 분석한 결과 당시 한반도 중부 지방에는 현재 백두산 근처에서나 볼 수 있는 가문비나무와 자작나무 등이 무성했다.

 

ice age.jpg »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동아시아 바다의 모습. 동해는 부산과 규슈 사이의 좁은 해협만 열린 내해였고 황해는 육지였다. 그림=이상헌 외(2010)
 
지구는 260만년 전부터 커다란 빙하기에 접어들어 있다. 그러나 늘 추운 것은 아니고 빙하기와 간빙기가 번갈아 온다. 현생 지질시대인 홀로세는 간빙기다.
 
태양을 도는 지구궤도의 변화로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 내리쪼이는 햇볕의 양이 한계 값 이하로 떨어지면 빙하기로 접어든다. 현재 지구는 바로 그런 시기에 놓여있다. 그런데 왜 빙하기는 오지 않을까.

 

ice1_Hannes Grobe_1024px-Iceage_north-intergl_glac_hg.jpg » 지난 빙하기와 간빙기 얼음 분포. 진한 색은 간빙기, 연한 색은 빙하기 때를 가리킨다. 그림= Hannes Grobe, 위키미디어 코먼스
 
안드레이 가노폴스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원 등이 과학저널 <네이처> 14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내린 답은 ‘사람 때문’이다. 수백년 전 지구는 막 빙하기에 접어들 참이었다.
 
연구자들은 산업혁명 이전인 그때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이 아니고 240ppm이었어도 빙하기 도래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현재 그 농도는 400ppm을 넘어섰다.
 
그 결과 인류는 적어도 현재 문명이 계속되는 동안 빙하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간빙기는 앞으로 5만년, 온실가스를 많이 내보내면 10만년 동안 오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수만년 단위로 지구에서 벌어지던 지질현상을 바꾸어 놓았다. ‘인류세’란 새로운 지질시대를 설정하자는 논의가 나온 이유이다.
 
우리는 1만1700년 전 시작된 제4기 홀로세에 살고 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인류가 세계에 퍼져 농사를 짓고 도시를 이루던 시기였다.
 
홀로세란 ‘완전한 최근’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제 홀로세보다 더 최근의 지질시대를 만들자고 한다. 보통 수백만년 간격으로 두던 ‘세’를 왜 1만여년 만에 또 두어야 할까.

 

ChronostratChart2015-01-1.jpg » 국제층서위원회의 2015년판 지질시대 표. 왼쪽 가장 위 1만1700년부터 시작하는 홀로세가 표기돼 있다.
 
지질시대를 결정하는 권한을 지닌 국제층서위원회(ICS)는 이 문제를 다룰 ‘인류세 소위원회’를 운영해 왔는데 올해 말 투표를 위한 보고서를 제출받는다. 이 소위 회원 상당수가 포함된 필진이 8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인류세는 홀로세와 기능적으로 층서적으로 완전히 구분된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인류가 남긴 흔적이 바다 밑바닥 퇴적층이나 그린란드 얼음층에 뚜렷하게 남아있어 이를 조사하면 어느 시점인지를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된 지질시대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대기권 핵실험으로 나온 플루토늄239 원소는 1951년부터 전세계 지층과 얼음층에 나타나고 있고 1963~64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앞으로 10만년 동안 이 시대의 표지가 될 수 있다.
 
‘테크노 화석’도 인류세를 상징하는 증거가 된다. 콘크리트, 플라스틱, 알루미늄, 유리 등도 지층 속에서 다른 시기에 볼 수 없는 새로운 ‘암석’으로 출토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생산된 콘크리트만 500억t으로 지구표면 1㎡당 1㎏씩 덮는 양이다. 플라스틱은 해마다 3억t씩 생산되는데 그 무게는 인류를 다 합친 무게에 해당한다(■ 관련 기사: 플라스틱 돌덩이는 새 지질시대 '인류세'의 지표석?).
 
중생대 지층에서 나타나는 공룡의 종류에 따라 시기를 알 수 있는 것처럼, 테크노 화석은 어느 시점의 지층인지 해상도 높게 가르쳐 줄 것이다. 조사 주체가 후세 지질학자이든, 아니면 인류 이후의 지적 생물이든.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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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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