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유해화학물질, 알아야 지킨다

이동수 2016.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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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팔 사고가 계기…배출업체 위치, 배출물질 종류와 양, 독성 등 검색 가능
기업에는 배출량 줄이는 압력으로 작용…정부 시스템 불친절 아쉬워

 

04841051_R_0.jpg »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회원들이 2012년 발생한 구미불산사고 1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학물질 안전관리 강화와 환경피해보상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고만 문제는 아니다
 
근래 들어 화학물질 사고가 자주 언론에 소개된다. 국내에서는 2012년 구미 불산 사고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누출사고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가까운 중국에서 텐진항, 산둥성 폭발사고 등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화학물질 사고는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이고 충격적인 피해를 수반하기에 더욱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사고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평상시의 ‘정상적인 사업활동’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이다.
 
평상시의 배출로 인한 주변 환경의 오염도는 사고의 경우보다 낮지만 배출이 지속적이기 때문에 총 배출량은 사고 때 보다 대체로 더 많다. 또한 배출되는 물질이 만성독성이 있다면 눈에 금방 드러나지 않은 만성적 악영향을 사람과 생태계에 초래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증상이 드러나도 원인을 찾기 힘들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어렵기 때문에 사고와는 다른 면에서 주목을 해야 한다.
 
배출량 조사제도는 왜 중요할까

 

03656158_R_0.jpg » 인도 보팔시 여성들이 2010년 6월7일 보팔 법원 앞에서 인도 법원이 사상 최악의 산업 재해 1984년 ‘보팔 참사’ 책임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는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성들이 신발로 때리고 있는 사진 속의 인물은 보팔 참사를 일으켰던 회사인 미국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전 회장 워런 앤더슨이다. 사진=신화 연합
 
평상시 배출의 악영향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연코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여러 제도가 있지만 특히 시민의 입장에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조사제도이다.1)
 
이 제도는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평상시의 사업활동으로 인해 대기, 물, 토양으로 배출하는 화학물질의 양을 조사, 평가하여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1984년 인도의 보팔 사고로 인한 참사를 계기로 1987년에 미국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1992년 브라질 리우 회의,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권고 혹은 의무화한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OECD 가입의 한 조건으로서 이 제도의 도입이 이루어졌으며 1999년 처음으로 석유정제업과 화학업 2개의 업종을 대상으로 종업원 100인 이상의 업체에서 배출되는 80종의 물질에 대한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하며 시작되었다. 2015년 현재 화학업을 포함 39개 업종의 종업원 1인 이상 사업체에서 배출되는 415개 물질로 그 대상이 확장되어 있다 (표 1).

 

<표 1> 국내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 조사 제도의 경과
 
표1.jpg  

출처: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정보시스템
 
사실 이 제도는 배출과 이동량의 보고를 의무화할 뿐이지 배출량을 줄이라거나 줄이지 않는 경우 처벌을 하는 제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미국과 유럽 등 외국에서는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적인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도가 배출량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가장 큰 이유는 배출량 자료를 업체별로 그 위치와 함께 공개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업체가 화학물질을 어디에서 얼마나 배출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특히 누구든 집이나 일터 근처에서 어떤 업체가 유해물질을 얼마나 배출하는지 궁금할 때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공개는 일차적으로 시민이 자신에게 위험이 되는 요소에 대해 알아야 할 당연한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알 권리뿐만 아니라 이렇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면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며, 이는 사업체에 큰 압력이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정보의 공개를 통해 얻어진 자료가 업체가 부담을 느낄 만큼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시민들의 행위에 이용될 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럴 때에도 부담이 되지만, 단순히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도, 또한 체계적인 심리학 연구결과에 의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즉, 사회적 평판이 중요한 것은 개인이나 기관이나 마찬가지여서 남들이 보고 있을 때는 사회적으로 좀 더 바람직하다고 알려진 방향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남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사업체가 얼마나 의식하는가가 이 제도의 성패에 큰 역할을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에 우리나라의 배출량 조사제도에서는 지역별 혹은 공단별 배출량만 묶어서 공개하고 개별 업체의 배출량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 제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성과를 크게 축소시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업체별로 자료가 공개됨에도 누군가가 그것을 들여다보는 기척이 없다면 제도의 성과는 반감될 것이다. 따라서 자료의 공개와 더불어 그 자료를 많은 이들이 열심히 본다는 점이 확인될 때 비로소 이 제도가 좀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시민들이 이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내 집 혹은 우리 지역에 어떤 사업장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물질을 평소에 얼마나 배출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틈틈이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업체들의 배출량 감소를 위한 노력을 유도할 것이며, 또한 우리도 주변에서 사고로 누출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미리 알고 그에 대한 대비를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다. 뭐가 뭔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이 제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05473101_R_0.jpg » 2015년 8월13일 중국 텐진항 물류창고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신화 연합뉴스
 
배출량 자료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나
 
그럼 이 자료는 어디에 공개되어 있으며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우선 자료는 두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는 일과 건강, 민주노총 등 2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 네트워크’가 2015년부터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우리동네 위험지도’ 앱이다.
 
이 스마트폰 앱은 우리 주변 화학물질에 의한 위험정보를 알기 쉽게 보여주고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고자 개발되었으며 환경부 조사결과인 전국 3268개 사업장 1만 2700개의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이용해 주변 반경 500m, 2㎞, 5㎞ 안에 있는 사업장를 표시하고 그 사업장의 배출 화학물질 정보를 보여준다. 그 밖에도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앱이다.
 
다른 하나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운영하는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 정보 시스템이다. 여기에 접속하면 누구나 추가 절차 없이 자료에 접근할 수 있으며 아래 <그림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시스템 내에서 배출·이동량 정보 화면에서 다양한 내용의 검색을 할 수 있다.

 

<그림 1>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 정보 시스템 중 통합검색 배출·이동량 정보 화면 
 
fig1.jpg  
  
예를 들어 <그림 1>처럼 통합검색을 선택하여 연도, 지역, 업종, 업체 등을 선택하고, 배출량도 환경 매질별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그림 2>와 같이 업체별 메뉴로 가서 다양한 기준을 이용하여 검색할 수도 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연도별 선택이 가능하고, 지역은 기초자치단체의 수준까지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원하는 물질을 보고자 할 때는 직접 물질명을 입력하거나 주어진 목록에서 개별 물질부터 특성별로 나뉜 물질군의 선택까지 가능하다.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 물질 군으로서 유독물, 등급별 발암물질, 발암물질 군 전체 등을 들 수 있다. <그림 2>는 2013년도 경기도 내에 있는 삼성전자에서 배출되는 메틸알코올의 양을 검색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 상단에 입력된 검색조건이 있으며 중앙부에 검색에 실제 사용된 조건의 내용이 다시 확인되고 있고 하단에 검색결과가 표의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이 결과에서 배출량은 대기, 물, 토양에 배출된 총량을 가리키며, 자가매립량은 업체가 자체적으로 매립한 양을 나타낸다.
 
이동량은 해당 물질이 폐수나 폐기물에 포함돼서 다른 곳으로 이동된 양을 말한다. 검색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내에 삼성전자는 두 개의 메틸알코올 배출 사업장이 있으며 자가 매립은 없고, 각각의 환경 배출량과 이동량은 표에 나타난 대로이다.

<그림 2>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 정보 시스템 중 업체별 배출·이동량 정보 화면

 

fig2.jpg
 
불친절한 환경과학원 시스템
 
현재 제공되는 이 정보시스템에는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우선 지역을 선택할 때 행정구역 위주로 되어 있고 그 최소 단위도 기초 지자단체라서 내 집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고 싶으면 다시 지도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요즘 지도 위에서 관심 지점을 중심으로 원하는 거리 이내의 지역을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찾아 보고 싶은 물질을 선택할 때도 정확한 화학물질명이나 카스 등록번호(CAS Number: 미국화학회가 모든 화학물질에 부여한 일련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검색이 잘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최근 누출사고로 가장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 불산 혹은 염산을 그대로 입력하면 검색결과가 없다는 답을 얻게 된다. 불산 대신 플루오르화 수소 혹은 불산의 카스 등록번호인 7664-39-3를, 염산 대신 염화수소 혹은  7647-01-0를 입력해야 한다.
 
따라서 정확한 화학물질명을 모를 때에는 인터넷에서 보통 알려진 이름을 사용하여 카스 등록번호를 검색하여 알아내고 (예를 들면 “불산 CAS Number”), 이 정보시스템에서 그 카스 등록번호를 사용하여 물질을 선택하는 것이 아직은 가장 빠른 방법으로 보인다.
 
이것은 시민들에게는 불편의 수준을 넘어서 거의 장애가 된다.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보통 많이 사용되는 이름으로도 검색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여러 해나 장소를 동시에 선택하여 시공간적 변화추세를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훨씬 유용할 것이다. 업체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나 2년 전의 자료가 가장 최신 자료라는 점도 다소 아쉽다.
 
그러나 가장 큰 아쉬움은 제공되고 있는 배출량 자료의 정확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수치의 신뢰도에 대해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정부에서 속히 개선해야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 현재 사용하고 배출하는 물질의 종류는 파악할 수 있으며 배출량의 규모도 정성적으로는 알 수 있으니 우리에게 이 정보의 활용 가치는 크다.
 
<그림 2>의 가장 하단 왼쪽(빨간 밑줄)에 방문자 수가 표시되어 이 자료들을 이용하는 빈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이 방문자 수가 배출을 줄이도록 업체에 가하는 시민의 힘이니 새해부터는 자주 들어가서 관심 내용을 확인하여 그 수를 백배 천배 늘릴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이동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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