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은 해마다 일찍 핀다, 20년 뒤면 2월부터 봄

이은주 2016. 02. 04
조회수 14320 추천수 1

지난 83년 동안 2~3월 기온이 4~5월 기온보다 상승폭 2배
개나리·진달래 20일, 벚나무 12일, 아까시나무 4일 일찍 개화  

 
05502220_R_0.jpg » 입춘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다사마을 국도변에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자 동박새가 날아왔다. 광양/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아직 겨울이지만 이제 입춘이니 봄이 머잖다. 벌써 남쪽 지방에선 봄꽃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12월은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다. 물론 1월 들어 추위의 기세가 대단하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겨울 추위가 예전 같지는 않다는 데 많은 이가 동의한다. 
 
기상 전문가들도 늦게나마 돌아온 추위가 예상보다 일찍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고, 겨울의 지속 기간이 해마다 앞뒤로 짧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현재의 온난화 추세라면 20년쯤 뒤 한반도에서 계절상 12월은 가을, 2월은 봄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3.jpg » 2015년 기상청이 예보한 지역별 개나리 개화 예정일. 올해는 이 날짜가 어떻게 달라질까. 그림=기상청 누리집


겨울이 짧아지면서 봄을 알리는 봄꽃의 개화시기도 일러지고 있다. 그렇다면, 봄꽃의 개화기는 어떻게 결정되며 인간의 활동이 봄꽃 개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2014년 봄철 서울 여의도의 벚꽃은 예상과 달리 일찍 피었다. 기상청에서 4월11일께 봄꽃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기상청이 예보한 이 날짜도 평년보다 2~3일, 2013년에 비해서는 5일 정도 늦은 것이었다. 기상청이 이렇게 예측한 까닭은 벚꽃을 포함한 봄꽃 개화시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2월과 3월12일까지의 기온이 평년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었다.

 

05005694_R_0.jpg » 관측 사상 처음으로 3월에 서울에서 벚꽃이 핀 2014년 3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옆 길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사진=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하지만 기상청이 예보한 벚꽃 개화시기인 4월11일보다도 2주나 빠른 3월29일에 여의도에는 벚꽃이 피었다. 그날 저녁 뉴스에서는 “때 이른 3월 중하순 더위에 서울 벚꽃의 개화도 예년보다 13일이나 빨라졌다. 오늘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도 공식 개화했고, 벚꽃이 3월에 피는 건 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라고 보도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니 3월26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21.9℃, 27일 20.4℃, 28일 23.8℃로 평년보다 기온이 10℃가량 높았다. 2014년 여의도 봄꽃축제는 4월13일부터 20일까지 예정되었는데 벚꽃이 4월4일부터 6일까지가 만개했고 지역마다 제대로 예측되지 못한 벚꽃 개화시기로 주최 측은 울상이 되었다. 기후변화로 과거 개화 자료와 중기 기상 예보에 근거한 봄꽃 개화시기를 미리 알아내는 게 쉽지 않아진 탓이다.

 

sp1.jpg » 2014년 순차적으로 피어야 할 개나리, 진달래, 수양벚나무가 서울대 캠퍼스에서 동시에 폈다. 사진=이은주 교수
 
서울에서의 다른 봄꽃의 개화 시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서울에서 83년(1922~2004년) 동안 주요 봄꽃 식물의 개화기는 앞당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3월 말에 피는 개나리와 진달래는 이 기간 동안 개화기가 19~20일 일러졌고, 4월에 피는 왕벚나무와 복숭아꽃은 11~12일, 5월에 피는 아까시나무는 4일 일찍 개화했다. 이것은 2~3월의 기온이 4~5월에 비해서 지난 83년간 온도 상승폭이 두 배 이상 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sp4.jpg » 서울에서 관찰한 개나리, 진달래, 왕벚나무, 복숭아, 아까시나무의 첫 개화시기 변화. 이른 봄에 피는 개나리와 진달래의 개화기가 늦은 봄에 피는 아까시나무에 비해 개화기가 더 많이 빨라졌다. 그림= 이은주 외 Int. J. Climatology 26:2117-2127 (2006)
 
개나리와 진달래는 키가 작은 관목이며 왕벚나무, 복숭아나무 그리고 아까시나무는 키가 큰 교목이다. 키가 큰 교목에 비해서 키가 작은 관목은 뿌리가 얕기 때문에 온도에 더욱 민감하다. 
 
서울의 연평균 기온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는 대략 11℃였으나 1980년대부터 높아지기 시작해서 2000년대 들어와서는 13℃ 정도에 이르렀다.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이 1.5℃ 상승한 것을 고려한다면 서울 지역은 지구온난화 영향에 더해 지역적인 도시화 현상이 맞물려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sp2.jpg » 서울에서의 1922년부터 2004년 연평균 기온 변화. 개화기에 영향을 주는 2, 3, 4, 5월 월평균 기온 변화. 4월과 5월 월평균 기온보다 2월과 3월 월평균 기온이 더 많이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이은주 외 Int. J. Climatology 26:2117-2127 (2006)
 
봄꽃 개화시기 예측은 어떻게 할까? 표 1에 그 답이 숨어 있다. 식물의 생장주기는 적산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적산온도란 식물의 생장온도일수(Growing degree days)를 모두 합산한 값으로 그 지역의 기후에 따른 식물의 재배가능성을 예측하거나 현재 관심이 있는 식물의 생육단계를, 즉 잎이 나오거나 개화 시기 등을 예측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생장온도일수는 해당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열을 얼마나 받았는지를 표시한다. 계산방법은 일최고 기온과 일최저 기온을 합해 둘로 나눠 평균기온을 구한 뒤 여기서 기본온도(보통 5℃)를 뺀 값을 매일 합산한 것이다. 
 
여기서 기본온도는 식물이 생장을 시작하는 온도로 식물마다 다르지만 주로 4~6℃이다. 예를 들어, 개나리의 경우 기본온도는 4.1℃이며 생장온도일수가 84.2가 넘으면 개화를 시작한다.
 
그러나 왕벚나무는 생장온도일수가 106.2로 개나리보다 22나 차이가 난다. 따라서 보통 벚꽃이 개나리보다 7~10일 정도 늦게 핀다. 기상청에서 우리나라 지역마다 개화시기 예측을 할 때도 이러한 각 식물마다 특정적인 생장온도일수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봄꽃 식물의 첫 개화까지 필요한 생장온도일수

 

기본온도(℃)

생장온도일수(℃)

평균

표준편차

(a) 1월 1일부터

 

개나리

4.1

84.2

25.2

진달래

4.0

96.1

38.3

왕벚나무

5.5

106.2

16.2

복숭아

5.3

138.0

29.1

아까시나무

8.3

233.1

46.7

(b) 2월 1일부터

 

 

개나리

4.4

82.7

25.5

진달래

4.3

94.5

39.1

왕벚나무

5.8

105.3

16.2

복숭아

5.8

137.1

29.1

아까시나무

8.7

232.9

46.8

 
봄철 개화시기에 인간 활동은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우리나라 대표적인 봄꽃의 개화에 가장 영향을 주는 시기는 2월과 3월 기온이다. 전국 연평균 기온은 지난 80년 동안 1.5℃ 상승했지만 도시화 영향으로 서울은 2월과 3월 중 기온이 각각 2.4℃ 상승하였다. 이것은 도시지역이 전원지역보다 집중난방, 자동차 이동 등으로 인한 열섬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반도 봄꽃은 개화기가 점차 빨라질 것이다. 이제는 제철에 피는 봄꽃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 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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