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조릿대 비상…‘국립공원’ 위태

물바람숲 2016. 02. 05
조회수 24930 추천수 0
00351538101_20160205.JPG » 한라산 국립공원 내 어승생악 등산로 주변에 자라고 있는 제주조릿대 모습이다. 1985년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에 가축의 방목이 금지되면서 제주조릿대가 지금은 해발 600~1900m 구간에 크게 번식해 다른 식물들의 서식을 위협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환경부 “공원 지정서 제외될 수도”
제주판 솔잎혹파리 근절대책 촉구
번식력 강해 다른 나무 고사시켜

국제적 보호지역인 한라산국립공원에 제주조릿대가 확산돼 한라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는 한라산국립공원에 퍼진 제주조릿대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국립공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말을 들어보면, 환경부는 지난달 중순 공문을 보내 “장차 한라산이 조릿대공원이 돼 국립공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제주도가 아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이례적으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정부가 한라산 제주조릿대 관리 문제를 강하게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한라산) 생태계 건강성 지수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보전과 복원의 대안을 발굴해야 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조릿대 관리 문제 등 현안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쪽은 환경부의 이런 공문에 대해 “한라산을 국립공원에서 제외시키겠느냐. 다만 조릿대 등 한라산 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 등 국제적인 보호지역이다.

다년생 볏과 대나무의 일종인 제주조릿대는 1~1.5m까지 자라고 번식력이 강해 다른 식물들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실제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인정한 한라산 구상나무림은 기후변화에다 하층 식생이 조릿대로 뒤덮이면서 절멸 위기에 몰렸고, 사제비동산(해발 1423m)에서 윗세오름(˝ 1700m) 일대에 자생하는 시로미, 눈향나무는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조릿대가 이렇게 확산된 것은 1985년 한라산 정상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소와 말의 방목을 금지하면서부터로 알려졌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관계자는 “방목을 금지하고 기후변화 등에 따라 식물 생육 여건이 변하면서 조릿대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나 말의 재방목도 다른 식물을 훼손할 수 있고, 실효성도 확신할 수 없어 쉽지 않은 상태다.

제주조릿대의 분포 면적 조사는 2006년 처음 시도됐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당시 해발 600~1900m 사이 244.6㎢(한라산국립공원 포함)에 걸쳐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지금은 훨씬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관계자는 “제주조릿대를 제거할 특별한 대책은 아직 없다. 다만 조릿대가 1m 이상 자라 숲을 메워버리면 어린나무들이 자라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올해 1억5천만원을 확보하고, 내년부터는 10억원씩 투입해 조릿대 제거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물바람숲
‘물바람숲’은 다양한 분야와 전문성을 지닌 필자들이 참여해 펼치는 환경 담론의 장이고자 합니다. 이곳은 환경 이슈에 대한 현장 보고, 사진과 동영상, 논평, 뒷 얘기, 문제제기, 토론과 논쟁이 소개되는 마당입니다. 필자들은 환경 담론의 생산자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논의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마중물’ 구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자기 배 터뜨리고 죽는 ‘자폭 개미’가 있다자기 배 터뜨리고 죽는 ‘자폭 개미’가 있다

    조홍섭 | 2018. 04. 23

    일개미는 배 수축한 뒤 독물 뿜어 적 물리치고병정개미는 마개 모양 머리로 바리케이드 친다동남아 보르네오의 열대림에는 높이가 60m에 이르는 큰 나무가 서로 이어져 수관 생태계를 이룬다. 나뭇잎으로 이뤄진 이 공중 생태계의 지배자는 개미이다...

  • ‘작은 거인’ 새우 떼가 바다 뒤섞어 생태계 살려‘작은 거인’ 새우 떼가 바다 뒤섞어 생태계 살려

    조홍섭 | 2018. 04. 20

    깊은 바다 양분 끌어올려, 바람·조류와 함께 바다생태계 유지밤에 표면 상승 때 강력한 하방 제트류와 주변 소용돌이 생겨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대양은 사막과 같다. 유기물이 모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영양 부족 상태에 빠진다. 그런데도 대양...

  • ‘초록 머리칼’ 거북은 생식기로 숨 쉰다‘초록 머리칼’ 거북은 생식기로 숨 쉰다

    조홍섭 | 2018. 04. 18

    총배설강에 아가미 기능, 3일까지 잠수호주 마리강 서식, 지구 136마리 생존오스트레일리아 동북부 퀸즐랜드 마리 강의 여울에는 특별한 거북이 산다. 길이 32∼42㎝의 제법 큰 이 민물 거북은 강변에 둥지를 틀고 급류가 흐르는 강에서 주로 사냥...

  • 북극서 빙하 밑 소금호수 발견, 외계 생명 찾기 단서북극서 빙하 밑 소금호수 발견, 외계 생명 찾기 단서

    조홍섭 | 2018. 04. 13

    얼음 밑 740m, 바닷물 5배 짠 물, 천지 크기12만년 고립돼 독특한 미생물 진화했을 듯빙하가 수백∼수천m 두께로 덮인 차고 캄캄한 얼음 밑에도 호수가 있다. 남극에선 빙상 밑에서 보스토크호를 비롯해 400여개의 얼음 밑 호수가 발견됐고(▶남극 ...

  • 플라스틱 먹고 죽은 고래…뱃속에 쓰레기 29㎏ 있었다플라스틱 먹고 죽은 고래…뱃속에 쓰레기 29㎏ 있었다

    조홍섭 | 2018. 04. 13

    스페인서 2월 발견 부검 결과 “플라스틱이 사인”비닐봉지, 로프, 그물이 장관 막아 복막염 유발“죽은 고래의 경고를 들으세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무슨 일을 일으키는지 가까이 와서 보세요.”필리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필리핀은 세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