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보호지역인 한라산국립공원에 제주조릿대가 확산돼 한라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는 한라산국립공원에 퍼진 제주조릿대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국립공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말을 들어보면, 환경부는 지난달 중순 공문을 보내 “장차 한라산이 조릿대공원이 돼 국립공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제주도가 아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이례적으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정부가 한라산 제주조릿대 관리 문제를 강하게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한라산) 생태계 건강성 지수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보전과 복원의 대안을 발굴해야 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조릿대 관리 문제 등 현안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쪽은 환경부의 이런 공문에 대해 “한라산을 국립공원에서 제외시키겠느냐. 다만 조릿대 등 한라산 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 등 국제적인 보호지역이다.
다년생 볏과 대나무의 일종인 제주조릿대는 1~1.5m까지 자라고 번식력이 강해 다른 식물들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실제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인정한 한라산 구상나무림은 기후변화에다 하층 식생이 조릿대로 뒤덮이면서 절멸 위기에 몰렸고, 사제비동산(해발 1423m)에서 윗세오름(˝ 1700m) 일대에 자생하는 시로미, 눈향나무는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조릿대가 이렇게 확산된 것은 1985년 한라산 정상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소와 말의 방목을 금지하면서부터로 알려졌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관계자는 “방목을 금지하고 기후변화 등에 따라 식물 생육 여건이 변하면서 조릿대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나 말의 재방목도 다른 식물을 훼손할 수 있고, 실효성도 확신할 수 없어 쉽지 않은 상태다.
제주조릿대의 분포 면적 조사는 2006년 처음 시도됐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당시 해발 600~1900m 사이 244.6㎢(한라산국립공원 포함)에 걸쳐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지금은 훨씬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관계자는 “제주조릿대를 제거할 특별한 대책은 아직 없다. 다만 조릿대가 1m 이상 자라 숲을 메워버리면 어린나무들이 자라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올해 1억5천만원을 확보하고, 내년부터는 10억원씩 투입해 조릿대 제거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