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멀고 돈은 가깝고…”, 어민 참여해야 돌고래 보전

육근형 2016. 0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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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걸린 돌고래·물범 풀어줄 때 드는 비용이나 손해 보상 등 어민 배려 제도 시급
그물에 혼획 막을 음향경고장치 설치…바다생물 가장 잘 아는 어민 지지 이끌어야

 

04257394_R_0.jpg »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도약하며 놀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돌고래의 불법포획을 막기 위해서는 보전에 어민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사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해 여름 제돌이를 따라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최근 제주 남서쪽 대정읍의 연안에서 함께 파도를 헤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많은 이의 관심 속에 떠들썩하게 이루어진 제돌이와 춘삼이의 제주 바다 귀환 작전이 벌어진 2013년 이후 2년이 더 지나서야 비로소 함께 포획되었던 나머지 두 마리까지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제돌이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남방큰돌고래 불법 포획 사건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어민들이 잡은 돌고래 11마리를 제주의 한 전시·공연 업체가 사들여 일부는 자기 업체의 공연에 쓰고 일부는 서울의 동물원에 되팔았다.

 

 사본 -05404753_R_0.jpg » 2015년 7월6일 제주 조천읍 함덕리 정주항 인근 해역에서 열린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복순이 제주해역 자연방류 기념식'을 마치고 가두리어항에서 적응훈련을 했던 태산이와 복순이가 수문이 열리자 힘차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제주=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업체 관계자는 물론이고 어민 9명까지 총 11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결국 업체 관계자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고, 업체에는 벌금 1000만원이 부과되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는 과정에서 돌고래 2마리는 폐사하고 말았고, 살아있는 6마리에 대해 법원은 몰수하도록 판결하였다. 이후 제돌이와 춘삼이가 2013년 제주 바다로 돌아갔고, 함께 자연적응을 시작한 삼팔이가 가두리를 탈출해 사실상 최초의 귀환을 한 셈이기도 하다.

04773149_R_0.jpg »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안 퍼시픽랜드에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똘이가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같은 남방큰돌고래인 춘삼이와 삼팔이는 바다로 돌아갔지만, 이 둘은 불법포획 증거가 없거나 수족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몰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3년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제주/최우리 기자

 
그리고 작년 태산이, 복순이까지 제주 바다로 돌아가면서 제돌이와 그 친구들은 비록 처음 잡혔을 때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제주 바다로 생환하였다.
 
제돌이와 친구들의 생환은 마무리되었지만, 사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간 파장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건이 일어난 뒤 관련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일로 필자는 제주에서 정치망을 갖고 계신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제주에서 오랜 기간 정치망을 운영하였고, 한 때 제주 어민을 대표하는 단체의 장도 맡았던 분이다.

00762714_R_0.JPG » 혼획된 밍크고래. 고의로 잡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비싼 값으로 팔 수 있다. 해양포유류 혼획을 막기 위한 어민과 어구를 포함한 대책은 아직 미미하다. 사진=연합뉴스

 
제돌이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사건의 앞뒤 정황을 정확히 알고 계셨다. 지역 사회에 당시 사건이 얼마나 중요하게 받아들였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 분의 증언을 들어 보면, 보통 제주의 정치망 그물에 걸리는 바다생물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돌고래 아니면 바다거북이라고 한다. 바다거북은 대개 바닷가 사람들이 영물로 생각하고 크기나 움직임이 작아 바다로 바로 돌려보내거나 다쳤다면 구조하여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돌고래가 그물에 들어오면 어르신이 아닌 젊은 청년이라도 혼자서 돌고래를 그물에서 떼어내 바다로 돌려보내기는 불가능하다. 돌고래의 동체가 낼 수 있는 힘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간혹 허우적대는 돌고래 몸통에 사람이 맞기라도 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05313906_R_0.jpg » 방류하기 위해 제주로 이송하는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대형 포유동물을 다루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사진=강재훈 기자
 
돌고래 쇼에서 물속에서 튀어나와 수 미터까지 공중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그려보면 그 힘을 가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그물에 걸려든 돌고래는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혼자서 어떻게 하기 까다로운 대상이 되고 만다.
 
더욱이 바다에 본인 말고는 아무도 그 상황을 아는 이는 없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돌고래가 그물 안에 죽어 있다면 배에 싣고 포구로 가서 당당히 해경에 신고를 하고 위탁판매를 하면 된다. 적잖은 돈도 만질 수 있다.
 
그런데 살아 있다면? 법적으로 이미 판결이 난 상황을 다시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넓은 바다에서 내 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본 어민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물 속에 살아 있는 돌고래를 풀어 주려면 내 소유의 그물을 찢어서 탈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작업이 가능한 다이버가 정치망에 와서 그물을 찢고 돌고래를 내보내야 하고, 이 과정에 하루 이틀이 더 걸리기도 할 것이다. 다이버를 쓰는 비용, 그물을 다시 수선하는 비용,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업을 못하고 입는 손해를 오롯이 어민 혼자 부담해야 한다.
  
우연히 들어온 돌고래를 살려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럼 문제는 돌고래의 생환 여부가 아니라, 여기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누가 져야 합당한 것일까로 옮아간다.

 

사진_2061.jpg » 통영 앞바다 정치망에 걸렸다 구조돼 치료와 야생적응 훈련을 마친 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상괭이.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유감스럽지만 제돌이 사건 당시 그물에 걸려든 제돌이와 친구들을 보고 어민들은 지역의 전시·공연 업체에 연락을 했다. 그들은 다이버와 사육사를 보내줬고, 그물 작업이 끝나 돌고래를 가져가면서 사례금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돈도 쥐여줬다. 아마 어민 입장에서는 며칠 간의 조업 손실을 벌충하는 심정으로 그 돈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 어민들이 겪었던 “법은 멀고, 돈은 가까운” 상황은 비단 제주 남쪽 바다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물개가 겨울철 청어떼를 따라 내려오는 강원도 고성 앞바다나, 물범이 여름철을 보내는 서해 백령도 물범바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장소와 생물의 종류만 다를 뿐 어민과 바다동물 사이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도와 상황의 차이가 있고  모든 어민이 불법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물개를 법에서 정한 보호생물이 아니라 해구신이라는 정력제로 보거나, 물범을 고아 아이들 대학시험 치루기 전 먹인다는 수능탕1)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것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제돌이 포획과 매매와 같은 해양포유류의 음성적인 거래가 또다시 있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살아있는 고래류를 비롯해 우리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해양포유류를 허가받지 않고 포획하거나 거래하는 것은 분명 불법이다. 아마 제돌이 사건에 관계된 어민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단지 법률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명문화하는 것에 그쳤다는 점이다. 돌고래가 다른 수산물을 잡기 위해 쳐 둔 그물에 잘못 걸렸을 때(혼획이라고 한다),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제와 함께 어민들에게 규제를 따르게 될 때 부가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비용이나 손해를 보상해주는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
 
어민을 포함한 우리들의 준법정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불가피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더욱이 나의 행동을 감시하는 수준이 낮은 상황과 결합된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정직할 수 있을까?
 
적법하지만 값비싸고 번거로운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불법이지만 경제적이고 간단한 행위가 더 매력적이고 나 자신만 놓고 보면 더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보완이 없다면 문제가 되는 생물이 제돌이에서 물개나 물범으로 바뀔 뿐이지, 제2, 제3의 제돌이 사건이 동해와 서해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적어도 정부는 돌고래나 바다거북이 혼획된 이후 이들을 안전하게 구조하고 치료해서 바다로 돌려보내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세심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우선 혼획된 동물의 구조를 위해 찢었던 어구를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조업이 불가능했던 기간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 유연하고 현실적인 보완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또한 혼획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하고 보급할 필요도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2004년부터 고래류의 혼획을 방지하기 위하여 ‘핑거(pinger)‘라고 하는 음향경고장치(acoustic deterrent devices)를 선박의 크기나 그물의 길이에 따라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2)
 
조업구역과 조업시기에 따라, 그리고 출현하는 고래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장비의 성능을 나누어 어획 작업 중에 발생하는 고래의 혼획을 최소화하고 있다.3)
 
finger2.jpg » 돌고래의 혼획을 방지하기 위한 경보장치 개념도. 그림=Andy McLaughlin, www.tcistudio.co.uk
 
제돌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고, 이를 계기로 해양동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하였다.4) 이에 따라 정부에 필요한 조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독도에서 사라진 강치(바다사자)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고, 백령도에서 물범을 보호하기 위해 수차례 공청회를 열기도 하였다. 그러나 백령도에 시도했던 물범 보호구역이 지역 어민의 극심한 반대로 실패한 사례와 같이 지역의 지지가 없으면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04924531_R_0.JPG » 최초의 방류 돌고래 제돌이(오른쪽에서 두번째 지느러미에 `1' 표지가 있는)가 다른 야생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서귀포 앞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사진=김병엽 제주대 교수
 
정부나 시민 사회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바다에서 가장 먼저 생물과 접촉하고 그들을 가장 잘 아는 어민의 지지와 협조 없이는 바다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귀한 해양동물을 보호하기 어렵다.

 

우리 바다에 제돌이가 헤엄치고 있듯, 어민도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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