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폐기물 목에 걸고 러시아로 떠난 팔당 큰고니

윤순영 2016. 03. 03
조회수 37856 추천수 0

지난달 말 입체간판용 고무 폐기물 목에 건 모습 팔당서 관찰

입 벌리고 비행, 목 부어 호흡 지장 받는 듯…낚시대 걸린 흰비오리도

 

크기변환_DSC_5695.JPG » 플라스틱 쓰레기를 목에 건 채 날고있는 큰고니. 목이 조여 숨이 가쁜지 입을 벌린 채 팔당호 부근을 날고 있다. 사진=김응성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시 지회장

 

목에 이상한 물체를 걸고 있는 큰고니가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김응성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시 지회장이 팔당에서 2월25일 촬영한 큰고니였다.

 

크기변환_DSC_5693.JPG » 쓰레기는 사람의 손으로 제거해 주기 전에는 뺄 수 없게 목에 꼭 끼어 있다. 목 아래가 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사진=김응성  

 

큰고니의 목에 걸린 8자 모양의 물질을 자세히 살펴보니 간판을 만들 때 쓰이는 이른바 '고무 스카시' 같았다. 입체 간판을 만들 때 쓰는 글자 모양의 고무를 가리킨다.

 

크기변환_YSY_1472.jpg » 이 큰고니가 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대부분 입을 열고 있어 목에 졸린 폐기물로 인한 호흡에 지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김응성

 

이 간판 폐기물은 물에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큰고니가 먹이를 먹다가 목에 끼인 채로 점점 깊숙이 끼워진 것으로 보인다. 천연기념물인 희귀 철새가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다가 이런 일을 당했을 것이다.

 

크기변환_YSY_7398.jpg » 팔당에서 월동하는 큰고니 무리. 사진=윤순영

    

크기변환__DSC5791.jpg » 얼어붙은 경안천에서 자리다툼을 하는 큰고니. 사진=윤순영

 

팔당에는 해마다 150여 마리의 큰고니가 찾아와 겨울을 나며 지류인 경안천을 오가며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한다. 이번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뒤집어 쓴 큰고니는 이미 번식지를 향해 북상해 팔당을 떠났다.

 

크기변환_DSC_5691.JPG » 힘겹게 고향길을 향하는 큰고니. 사진=김응성

 

크기변환_DSC_5690.JPG » 사진=김응성

 

큰고니는 2월말이면 월동지를 떠나 3000㎞나 떨어진 머나먼 번식지로 돌아간다. 플라스틱 목걸이를 한 팔당의 큰고니는 아마 러시아 어딘가로 향해 이동중일 것이다.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멍에를 목에 걸고….

 

팔당호 하류에서 팔당대교 사이의 수변공간에는 쓰레기가 여기저기 걸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21일 이곳에서 흰비오리 한마리가 버려진 낚시대에 걸려 옴쭉달쭉 못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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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YSY_5942.jpg » 흰비오리는 물속으로 잠수해 물고기를 잡아먹는 겨울 철새다. 그런데 이 새는 잠수하다 버려져 땅에 박혀 있는 낚시대의 낚시줄에 다리가 걸린 것 같았다. 물속으로 들어가지도 물위에 떠오르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 흰비오리는 체온 상실과 굶주림으로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윤순영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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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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