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코' 끝에 이빨…3억년 전 해양 ‘괴물’ 정체 밝혀져

조홍섭 2016. 03. 17
조회수 45756 추천수 0

반세기 미스테리…연체동물 아닌 칠성장어 친척으로 드러나

미국 일리노이 '주 화석'…고생대 바다 포식자 가능성


tu1_Sean McMahon.jpg » 현생 칠성장어의 친척으로 밝혀진 3억년 전 수수께끼의 화석 '털린의 괴물' 상상도. 그림=Sean McMahon

 
머리에서 코끼리 코처럼 길게 뻗어나간 돌기 끄트머리에 꽃게의 집게 같은 이가 나 있고, 머리 양쪽으로 가로지른 기다란 막대 끝에 두 눈이 달린 동물….
 
1958년 미국의 아마추어 화석 수집가 프랜시스 털리는 일리노이주 광산에서 괴상한 동물의 화석을 찾았다. 이 수수께끼의 화석은 이 지역에서만 계속 발굴돼 표본은 2000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3억년 전 고생대 석탄기에 살던 길이 30㎝가량의 이 생물은 벌레나 연체동물의 일종으로 간주되었을 뿐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화석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 ‘털리의 괴물’로 불렸다.

 

tu2_Paul Mayer, The Field Museum.jpg »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발굴된 '털리의 괴물' 기준표본인 화석. 시카고 필드박물관은 이 생물의 표본 2000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정밀 측정한 디지털 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논문이 나왔다. 사진=Paul Mayer, The Field Museum
 
빅토리아 맥코이 예일대 고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이 화석 발견 이후 60년 가까이 지난 뒤에 마침내 이 생물의 정체를 밝혔다. 놀랍게도 이 생물은 원시적인 척추동물로 칠성장어의 먼 친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16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 생물은 아가미와 몸을 지탱하는 초보적인 등뼈를 지녔으며 현생 칠성장어의 친척이다”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이 등뼈는 무척추동물의 위장 흔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맥코이는 “이 생물은 현생 친척과는 너무 달라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없다”라며 “큰 눈과 많은 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포식자였을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tu3_Sean McMahon_Yale University.jpg » 고생대 석탄기의 따뜻한 바다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원시 물고기 '털리의 괴물' 상상도. 그림=Sean McMahon_Yale University
 
칠성장어는 지구에서 가장 원시적인 척추동물로 턱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칠성장어, 다묵장어, 먹장어 등이 칠성장어목에 포함돼 있다.
 
칠성장어는 턱이 없어 다른 물고기의 몸에 빨판을 붙여 체액을 빨아먹는 기생을 한다. 그러나 다묵장어는 빨판으로 몸을 고정하고 하천 바닥의 유기물을 걸러 먹는다.
 
‘털리의 괴물’ 화석은 세계에서 일리노이주 메이손 크리크에서만 발견된다. 이 지역은 3억년 전 열대 바다의 해안에 가까운 습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단단한 골격이 없어 화석으로 남기 힘든 곤충, 해파리 등의 화석이 풍부하게 나오는 세계적인 화석 산지이다. 일리노이 주는 1989년 ‘털리의 괴물’을 ‘주 화석’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ictoria E. McCoy et. al., The ‘Tully monster’ is a vertebrate, Nature (2016) doi:10.1038/nature16992. Published online  16 March 201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되살아나는 합강습지는 세종시의 미래되살아나는 합강습지는 세종시의 미래

    조홍섭 | 2019. 11. 21

    속도와 경제성보다 생태적 결을 살려야세종시는 갓 태어난 도시이다. 신도심은 옛 연기군 땅을 완전히 복토하고 새로 들어앉았다. 성토된 후 과거는 모두 땅에 묻혔고, 사람들은 떠나갔다. 여덟 남매를 낳아 키워 내보냈던 고향 집도 사라졌고...

  • 말꼬리 가짜 뿔로 코뿔소 밀렵 막을까말꼬리 가짜 뿔로 코뿔소 밀렵 막을까

    조홍섭 | 2019. 11. 20

    외형, 느낌, 속성 놀랍게 비슷…“진품 수요 더 늘려” 비판도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코뿔소의 밀렵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진짜와 속속들이 똑같은 가짜 코뿔소 뿔을 말총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말꼬리 털로 진짜 코뿔소 뿔과 구분하기 힘든...

  • 핵무기 벙커 속 개미떼는 어떻게 살아남았나핵무기 벙커 속 개미떼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조홍섭 | 2019. 11. 19

    고립된 벙커 100만 마리 일개미 집단…동료의 주검이 유일한 먹이캄캄하고 추운 데다 먹이가 전혀 없는 콘크리트 방에 100만 마리의 일개미가 고립됐다. 그곳에서 개미들이 여러 해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동료의 사체 덕분이었다.폴란드 ...

  • 겨울잠 자던 박쥐가 깨는 이유, 목말라서겨울잠 자던 박쥐가 깨는 이유, 목말라서

    조홍섭 | 2019. 11. 15

    관박쥐 15일마다 깨 이동, 붉은박쥐는 털에 응결한 물방울 핥아날씨가 추워지고 먹이가 사라지면 일부 동물은 겨울잠으로 힘든 시기를 넘긴다. 가을 동안 비축한 지방이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 문제...

  • 앵무새는 왜 먹이를 낭비할까앵무새는 왜 먹이를 낭비할까

    조홍섭 | 2019. 11. 14

    나무 밑에 버린 열매·씨앗이 86종 먹여 살려…‘솎아내기’일 수도 ‘자연에 낭비란 없다’고 흔히 말한다. 한 생물의 배설물까지 다른 생물의 유용한 자원이 된다. 그러나 앵무새를 보고도 이런 격언이 맞는다고 느낄까.앵무새는 야생이든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