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우리 동네 발암물질 줄이는 요령

김찬국 2016. 03. 21
조회수 14192 추천수 0

환경부 유해화학물질 정보시스템 100% 활용법
최대 배출량 충북, 시민·지자체·기업 노력으로 감축
 
04550605_R_0.jpg » 2012년 9월27일 경북 구미에서 일어난 불산 누출사고 뒤 수확하지 않고 버려진 대추 모습. 이 사고는 농촌에서 일어났지만 대도시에도 다수의 유해물질 사업장이 위치하고 있어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사진=구미/김봉규 기자 bonfg9@hani.co.kr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발암물질이 배출될까?
 
지난 1월 이 기획연재에 실린 글 ‘우리 동네 유해화학물질, 알아야 지킨다’에서는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발암물질 등 어떤 유해화학물질이 배출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평상시 사업 활동을 하면서 환경(대기, 물, 토양)에 배출하는 화학물질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면 시민의 입장에서 해당 사업장의 배출량을 줄이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하였다. 글을 읽은 이들 가운데 어느 정도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유해화학물질 배출량을 확인했는지 궁금하다.
 
당시 이 글이 실린 이후 함께 모여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림 1]의 그래프를 살펴보았다. 글쓴이는 충북에 살고 있는데 왜 이 지역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이 2010~2011년께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가 이후 상당량 감소한 이유가 궁금하였다.
 
왜 충북 지역에서 발암물질 배출량이 2010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늘어났을까? 그 전에는 사용하지 않던 발암물질을 새롭게 사용한 것일까? 게다가 왜 곧 배출량이 다시 줄어들게 되었을까?

 

tr1.jpg

 

[그림 1] 지역별 발암물질 총배출량(㎏/년) (2000~2013년) 출처: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정보시스템
 
이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 화학물질의 배출·이동량을 확인하는 과정을 함께 살펴볼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함께 익혀보면 충북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궁금해 할 다음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찾은 답을 이 페이지의 아래에 댓글로 적어 보아도 좋을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은? (2013년 기준)
 ● 당신이 울산, 충북, 경남, 경북, 전남, 경기에 살고 있다면 꼭 알고 있어야 할 발암물질과 그 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업체)은?
 ● 경상북도에서 벤젠(발암물질 1급)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은 어디에 있을까?
 ● 경기도 내에서 1,3-부타디엔을 배출하는 업체(발암물질 1급)는 우리 집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
 ● 우리 지역에서 불산(유독성 물질) 사고 소식이 종종 들리는데, 사고가 아닌 평상시 해당 사업장에서 불산이 배출되는 양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에서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은?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지역별 발암물질 배출량을 확인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일이다. [그림 2]와 같이 “모든 발암물질”에 대한 지역별 검색을 하면 된다. 여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발암물질(1, 2A, 2B)이 모두 포함된다.

 

tr2.jpg  

[그림 2] 유해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지역별 검색(검색년도: 2013년, 검색지역: 전체지역, 검색물질: 모든 발암물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울산, 충북, 경남, 경북, 전남에 살고 있다면 다른 지역에 있는 이들보다 더욱 관심을 갖고 살펴볼 결과가 나타난다. 2013년 기준으로 환경(대기, 물, 토양 포함)에 배출된 발암물질(IARC 분류기준 1~2B)은 총 53종 약 6918톤으로 전체 화학물질 배출량의 13.6%에 해당한다.1) 발암물질의 배출량은 아래 [표 1]에서 보는 것처럼 울산, 충북, 경남, 경북, 전남, 경기 순으로 많다.2) 
 
[표 1] 2013년 지역별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발암물질) 
 

지역

배출물질수

배출량 (kg/년)

자가매립량 (kg/년)

이동량 (kg/년)

울산광역시

36

1,304,576

48,780

8,323,794

충청북도

24

1,240,517

0

3,336,496

경상남도

20

1,135,787

0

5,675,590

경상북도

28

844,781

563,927

9,298,339

전라남도

30

660,045

2,990

3,640,779

경기도

35

530,781

0

5,955,182

전라북도

25

321,874

0

1,344,379

광주광역시

10

318,583

0

3,171,066

충청남도

30

243,028

34

1,617,607

대구광역시

20

111,664

0

40,001

부산광역시

16

102,775

0

369,952

인천광역시

21

70,741

0

597,889

강원도

8

16,491

0

24,476

대전광역시

12

16,335

0

979,977

세종특별자치시

6

134

0

18,961

서울특별시

1

0

0

1

(배출량은 대기배출량, 수계배출량, 토양배출량의 합으로 대부분 대기 중에 배출된다. 이동량은 폐수이동량, 폐기물이동량의 합을 의미한다.)
 
이러한 발암물질은 충북, 경북, 경남, 울산, 전남(여수) 등 중화학 산업단지에서 전체 배출량의 74.9%가 배출된다. 수많은 발암물질 중 전남(여수)은 벤젠(1급), 염화비닐(1급)이 주로 배출되고 울산과 경남은 도료용 용제로 사용하는 에틸벤젠(2B급)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충북 지역에서 주로 배출되는 발암물질은 무엇일까?3)
 
도대체 어떤 발암물질이 배출되는 것일까?
 
이제는 충북 지역에서 주로 배출되는 발암물질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물질별 검색을 할 차례이다. [그림 3]과 같이 물질별 검색을 하면 된다. 2013년 충북 지역의 발암물질 총 배출량은 124만 517㎏이고 이 중 디클로로메탄이 116만 4623㎏으로 약 94%에 해당한다. 디클로로메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시스템 내 “화학물질정보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4)
 

tr3.jpg

[그림 3] 유해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물질별 검색(검색년도: 2013년, 검색지역: 충청북도, 검색물질: 모든발암물질)
 
[표 2] 2013년 충북 지역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주요 발암물질 (배출량 상위 4개 물질)

CAS_No.

화학물질명

배출업체수

배출량 (kg/년)

자가매립량 (kg/년)

이동량 (kg/년)

000075-09-2

디클로로메탄

14

1,164,623

0

2,355,055

000100-42-5

스티렌

8

21,744

0

11,288

000107-06-2

1,2-디클로로에탄

2

21,093

0

44,346

000079-01-6

트리클로로에틸렌

1

15,400

0

0


디클로로메탄은 어디서 배출되고 있을까?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여기까지 왔다면, 특히, 글쓴이와 마찬가지로 충북에 살고 있다면 발암물질인 디콜로로메탄이 어디서 배출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앞의 글을 잘 읽었다면 우리 집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배출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겠지만 혹시 그렇지 않다면 지금 함께 찾아보자.
 
이제는 해당 사업장(업체)을 찾기 위해 업체별 검색을 할 때이다. 단, 화학물질 고유번호인 카스번호(CAS No., 000075-09-2)를 이용하거나 화학물질명(디클로로메탄)를 이용하여 물질선택을 하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그림 4).

 

tr4.jpg

 
[그림 4] 유해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업체별 검색(검색년도: 2013년, 검색지역: 충청북도, 검색물질: 디클로로메탄)
 
[표 3] 충북 지역 화학물질 배출·이동량(2011~2013년): 디클로로메탄 배출량 상위 5개 업체
 

사업장(업체)

배출량 (kg/년)

이동량 (kg/년)

2011

2012

2013

2011

2012

2013

W스코프코리아(주)

2,137,049

1,107,780

477,965

451

3,013

40,185

SK이노베이션(주)증평공장

194,192

216,859

166,414

123,715

293,512

162,066

(유)셀가드코리아5)

452,485

557,935

132,528

2,300

2,110

854

SK이노베이션(주)청주공장

201,334

80,085

88,796

237,927

127,985

137,054

LG화학오창2공장

(자료없음)

74,633

88,527

(자료없음)

4,594

17,919

 

2013년 기준으로 충북 지역 디클로로메탄 배출량 연 116만 4625㎏ 중 위 5개 사업장의 배출량이 약 82%를 차지한다. 여기서 이들 사업장의 실명을 밝히는 이유는 생산 활동에서 발생하는 디클로로메탄 배출량이 많긴 하지만 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하여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경우이기 때문이다. 
 
2013년에 발표된 환경부 ‘2011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에서 충북은 전국에서 발암가능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으로 평가되었고, 그 결과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2014년 6·4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지역 정가의 여야 후보간 ‘발암물질 유치 책임 논란’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하였다.6)
 
디클로로메탄 등의 발암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13년 5월 민·관·환경단체가 참여하는 화학물질 배출저감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때 환경부, 충북도, 금강유역환경청, 배출 기업체가 위치한 기초지자체, 국립환경과학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이 협약에 참여한 주체가 바로 위의 5개 사업장(업체)이었다.
 
이들은 배출 사업장에 대한 노출평가와 위해성 평가 등을 거쳐 저감 목표를 세우고 사업장별로 5년 동안 해마다 배출량 저감 실적 등을 평가하는 동시에 배출량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하였다(2014~2018년).
 
한 가지 더 눈여겨 볼 점은 이러한 노력이 시작된 시점이다. 언뜻 보기에는 ‘2011년 보고서’가 2013년 5월 언론에 보도되고 해당 사업장들이 배출저감 협약에 가입하면서 배출량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2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언론 보도(2013년 5월) 이전부터 해당 사업장(업체)이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의 [표 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들 사업장은 디클로로메탄의 대기 중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응축 및 회수시설을 설치하거나 비산배출원 누출관리시스템 등을 이미 도입하였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디클로로메탄의 총 배출량을 2012년 약 2037톤에서 2013년 약 954톤으로 감축할 수 있었다(표 3). 이러한 변화는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의 회수율이 높은 회수시설 신축 및 상시 배출모니터링 등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7)
 
사업장별 배출량 공개가 가져온 변화
 
이제 다시 이 글의 출발점인 [그림 1]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충북 지역의 발암물질 배출량이 2008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개별 사업장의 배출량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통계에 잡힌 배출량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는 한동안 지역별·화학물질별·업종별 등으로만 공개하였으나, 2008년 59개 사업장의 배출량을 공개하고 2009년은 324개 사업장의 배출량을 추가로 공개하는 등 그 대상을 점차 늘렸다. 실제로 충북 지역의 디클로로메탄 배출량 상위 5개 사업장의 배출량 통계 역시 2008~2012년 기간 동안 서서히 확보되었다.
 
각 사업장(업체)은 배출량 통계가 공개되어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되기 전부터 배출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였다. 각 업체별로 조사된 배출량이 시민에 공개되는 시점까지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의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 배출량의 사업장별 공개가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기업이 배출량을 줄여 가는 데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충북의 사례는 해당 기업들의 현명한 대처, 여론의 조성과 시민사회 등의 참여, 선거 등을 통한 여론의 확산 등이 맞물려 두드러진 효과 거둘 수 있었다. 
 
기업, 시민 참여, 선거와 정치


05144538_R_0.jpg »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2014년 9월25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구미불산 누출사고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화학물질관리 및 지역사회알권리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금까지 충북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의 배출량 자료를 찾아보며 우리 지역의 유해화학물질 배출량과 배출업체 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의 종류는 현재 415종에 이른다. 이 중 우리나라 발암물질 1급 배출량의 약 53%는 벤젠과 1,3-부타디엔이 차지한다.
 
우리 지역에는 이러한 발암물질이 배출되고 있나?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얼마만큼이 배출되는지를 알기 위해서 위의 과정을 통해 시도해 볼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이게 된다면 지자체, 기업 등이 적극적으로 변화하도록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지금은 그나마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약간 늘어나는 선거철이지 않은가?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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