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년 동안의 '무임 승차'
거미 등에 붙은 진드기 화석, 호박에서 발견
시티 스캔 이용한 3차원 영상 기법으로 빛 봐
▲엑스선 시티 단층촬영한 거미 화석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다. 사진=제인슨 던롭
새를 피해 나뭇가지를 뛰어내린 거미는 운이 나쁘게도 나뭇진 속에 빠졌다. 꼼짝없이 죽게 된 이 거미의 등에는 거미를 이동수단으로 삼던 진드기 한 마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나뭇진은 죽은 곤충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굳어 호박이 됐다.
독일 괴를리츠에 있는 센켄베르크 자연사박물관에는 발트해에서 채집한 호박을 소장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호박 속에 든 곤충화석을 자세히 들여다 보다 흥미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거미의 등에 맨 눈에 보일듯 말듯한 작은 진드기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선사시대 진드기의 3차원 영상. 사진=제이슨 던롭.
무려 5000만년 동안 거미에 '무임승차' 하던 진드기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화석의 고해상도 입체 영상을 얻게 해준 엑스선 시티 스캔 기술 덕분이었다. 이 장치를 이용해 겉에선 볼 수 없는 진드기의 뒷면까지 관찰해 종을 가려낼 수가 있었다.
제이슨 던롭 독일 험볼트 대 박사팀은 영국 왕립학회가 내는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희귀한 기생 화석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나뭇진이 굳어 생긴 광물인 호박 속에 들어있는 거미와 그 등에 점처럼 올라탄 진드기의 모습. 사진=제이슨 던롭.
길이 0.176㎜인 이 진드기는 이제까지 발견된 가장 작은 절지동물 화석이 됐다. 공동연구자인 데이빗 페니 영국 맨체스터대 박사는 "여러 마리의 곤충이 한꺼번에 발견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두 동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화석이 한꺼번에 발견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화석 표본 수십만 개 가운데 하나 있을 정도의 행운"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견으로 진드기의 기생 역사가 적어도 5000만년 전부터 있던 오랜 행동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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