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향한 지구, '플랜 B'는 지금 우리 몫

김희경 2016.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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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환경읽기 3. <인터스텔라>

로마 클럽의 경고, 지금까지의 선택으로 지구는 살아남지 못한다

지속가능한 미래 위한 '시나리오 9', 2020년 시행하면 이미 늦어
  
05209186_R_0.jpg » 외계 행성과 성간 여행을 다룬 <인터스텔라>의 키워드는 지구의 미래에 관한 우리의 선택이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미래의 지구를 보는 다른 시선
 
1970~80년대에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다가올 2000년의 모습을 그려 보라는 숙제를 받으면 대부분의 아이는 첨단 도시에서 캡슐로 된 음식을 먹거나, 우주선을 타고 화성 여행을 하거나, 해저 도시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렸다.
 
당시 아이들에게 그건 상식이었다. 하지만, 2000년 하고도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그때와 비슷한 것을 먹고 비슷한 것을 입고 비슷한 곳에서 산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생활이 좀 더 풍성하고 편리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우주여행을 할 정도로 변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30년 뒤, 100년 뒤엔 어떻게 될까? 생활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까?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성장을 계속 했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도 될까?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끝없이 발전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 동안, 서구의 몇몇 학자들은 당시의 자료에 근거해서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시도를 하였다. 학자들의 모임 이름은 ‘로마클럽’이었고, 미래의 모습을 그린 결과물은 ‘월드 3’이었다.
 
‘월드 3’은 인구, 식량 생산량, 산업 산출량, 상대적 오염도, 남아 있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 등의 지표를 설정하고, 조건을 달리했을 때 어떤 시나리오가 나타날지를 보여주는 컴퓨터 모형이다. 이 내용을 담은 책 <성장의 한계>는 1972년에 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1992년엔 개정판 <성장의 한계, 그 이후>가, 2004년엔 <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이 나옴으로써 이 작업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미지_인터스텔라01(수정).jpg » ‘기준 시나리오’인 시나리오 1. 이 시나리오는 작업이 진행되던 1972년의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림=<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 266쪽 
 
‘월드 3’은 열두 가지 조건에 따른 시나리오를 제시하는데 그 중 ‘기준 시나리오’인 시나리오 1은 이 작업이 진행되던 1972년의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1972년부터 꾸준히 상승하던 인구, 식량 생산량, 산업 산출물이 2010년 즈음 정점에 이르고, 이후엔 하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은 이렇게 언급한다.

 

우리가 시나리오 1에서 가장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만일 미래에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에 영향을 끼칠 정책들이 20세기 마지막 시기를 지배했던 정책들과 비슷하다면, 또 그 세기를 대표하던 기술과 가치들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그리고 모형에 있는 불확실한 숫자들이 대강 맞다면, 그 모형의 시스템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행동 양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 271쪽)]


club.jpg » <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의 내용을 소개하는 로마클럽 누리집(www.clubofrome.org).

 

지구는 버려야만 하는 행성인가?
  
영화 <인터스텔라>는 농사가 불가능한 환경이 되면서 사람들은 식량 부족과 질병에 시달리고, 정부와 경제가 붕괴하며, 미 항공우주국(나사)도 해체된 어느 시점에서 시작한다. 지구에서의 인류 생존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브랜드 교수는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전직 나사 우주비행사였던 쿠퍼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우주로 향한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민, 갈등, 모험을 그린다. 201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더불어 관객들이 상대성이론, 중력파, 웜홀, 블랙홀 등의 물리학 개념들을 찾아보게 하기도 하였다.
 
<인터스텔라>는 과학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인류애와 가족애 등이 담겨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는 영화였다. 그 <인터스텔라>에서 ‘선택’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였다.

 

inter.jpg » 주인공 가족이 사는 곳은 온통 흙먼지로 덮여 있다. 밀이 더는 생산되지 못하고, 옥수수 역시 병충해로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서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엄청난 블랙홀이나 거대한 파도가 치는 외계행성이 아니다. 오히려 흙먼지가 가득한 집과 마당이다.
 
주인공 가족이 사는 곳은 온통 흙먼지로 덮여 있다. 밀은 이제 생산이 불가능하고, 옥수수 역시 병충해로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
 
“매일 새로운 것이 발명”되고, “하루하루가 크리스마스 같았던” 시절은 노인들의 기억에만 있을 뿐 아이들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을지 몰라도 삶을 유지시킬 수 있는 식량은 확보할 수 없는 시대. 1970~80년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상상보다 로마클럽 저자들의 말이 더 그럴듯하다고 생각된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는 <인터스텔라>가 보여주는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또는 할 수밖에 없는 일을 그린다. 그 일이란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행성을 찾아 지구인을 이주시키거나(플랜 A), 그 행성에 냉동 수정체를 옮겨서 인류의 생존을 유지시키는 것(플랜 B)이다.

 

05175873_R_0.jpg » <인터스텔라>에서는 지구를 버리고 생존 가능한 새로운 행성을 찾는 나사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웜홀을 통한 우주 여행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이를 위해 브랜드 교수는 인간이 생존 가능한 행성을 찾는 나사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플랜 A로 위장한 플랜 B를 추진한다. 플랜은 그것뿐이다. 지구는 버려야 하는 행성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복원시켜서 인간이 다시 살 수 있도록 하는 선택지는 없다.
 
영화는 이미 다른 선택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전제로 삼는다. 그 속에서 주인공 쿠퍼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플랜 A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앞길을 알 수 없는 우주 여행길에 오르거나, 잘못 찾은 (밀러)행성에서 파도에 휩쓸리거나, 끝도 없이 방정식을 풀거나 하는 식이다.
  
짓궂게도 영화는 지구 생존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주인공 쿠퍼가 계속 선택하도록 만든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가족을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 가능성 있는 행성을 찾기 위해 먼저 우주로 떠난 만의 행성을 택할 것인지 애드먼드의 행성을 택할 것인지 등이다.
 
쿠퍼는 가족을 떠나는 것을 선택했고, 만의 행성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그것은 잘못된 선택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쿠퍼가 지구를 떠나지 않았다면 인류는 지구에서 종말을 고했을 것이고, 애드먼드 행성을 먼저 택했다면 방정식을 풀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쿠퍼를 이끌고 메시지를 준 ‘그들’이 결국 ‘우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들 또는 우리가 있었기에 플랜 A는 성공의 열쇠를 쥐게 되었다. 쿠퍼 딸의 이름이 머피인 것도 이유가 있었다.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난다. 그렇다면 쿠퍼의 선택은 쿠퍼가 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05175902_R_0.JPG » 영화는 지구 생존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주인공 쿠퍼가 계속 선택하도록 한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영화는 비교적 희망적인 마무리를 보여주면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렇게 생존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들’이 곧 ‘우리’인 설정, 즉 주인공이 시간을 넘나드는 설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픽션 <인터스텔라>에서 시선을 거두고 현실로 돌아와 보자. 역시 우리는 늘 뭔가를 선택해야 한다. 영화처럼 메시지를 전하는 존재가 있다면 결과적으로 생존에 긍정적인 선택을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어떤 선택으로 인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풍요롭고 발전하는 문명을 누려왔다. 앞으로도 계속 그 패턴을 지속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로마클럽’은 지금까지 선택해 왔던 방향은 앞으로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계속 사용하고, 인구를 늘리고, 토양을 황폐화시키고, 오염을 증가시키는 선택을 계속하는 것은 결국 지구를 버릴 수밖에 없는 영화 속 상황으로 돌진하는 것이다.
 
다른 플랜을 선택할 수 있는가?

 

earth.jpg » 달 궤도를 돌던 아폴로 8호 우주인이 1968년 성탄 전야에 촬영한 지구의 모습.지구는 그뒤 기후변화 등 심한 환경몸살을 앓으면서 제 모습이 변하고 있다. 사진=미국항공우주국(나사)

  
<인터스텔라>에서는 지구를 구한다는 플랜은 없었다. 현실은 어떠한가? <성장의 한계> 저자들은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 더 풍부한 경우, 오염 방지 기술이 발전한 경우, 토지 산출력이 증가한 경우 등 조건을 달리한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몇몇 조건이 더 나아지더라도 시기를 늦출 뿐 붕괴라는 결론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시 저자들은 더욱 큰 변화를 투입해서 시나리오 9를 만들었다. 이것은 지구 체계가 평형 상태가 되는 지속가능한 사회이고, “우리가 지구 체계에 대한 지식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실제로 이룩할 수 있는 세상”(<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 379쪽)이다.
 
아직은 지구를 구하는 플랜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다른 플랜을 선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저자들은 시나리오 9의 변화가 1982년에 시작됐다면 상황은 더 좋았겠지만 1982년 세계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나리오 9가 2020년 후에 시행된다면 그 땐 너무 늦어서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미지_인터스텔라04(수정).jpg » 시나리오 9는 지구 체계가 평형 상태가 되는 지속가능한 사회이다. 그림=<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 377쪽
  
2016년이다. 우리는 다른 플랜을 선택했는가? 또는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 자손들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영화 속 상황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더욱 큰 변화’를 선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과거 선택의 결과가 오늘을 만들고, 오늘의 선택은 내일을 만든다. 미래의 쿠퍼가 할 수 없었던 선택을 오늘의 우리는 할 수 있다. 지구를 버려야 할 시점에 이르러서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라고 영화 속 대사를 읊조리는 것은 어리석다.
 
시간이 지나면 답을 찾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들’의 메시지를 기대할 수 없다면, 지금 ‘우리’가 올바른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김희경/ 환경과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환경교육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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