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5년, 원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윤순진 2016. 04.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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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국민의식, 41%가 “안전하지 않다”면서 85%는 “필요”
위험 감수하는 원자력 대신할 재생에너지 등 대안 제시해야

 

05522893_R_0.jpg » 황량한 벚꽃길. 벚나무 2천여 그루가 꽃길을 이루고 있는 후쿠시마현 도미오카 벚꽂길이 기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도로 오른편 가드레일 뒤편은 귀환곤란구역이다. 사진 후쿠오카/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11년 3월11일 규모 9의 강진과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오는 4월26일이면 옛 소련,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만 30년이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물론이고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여전히 온전하게 수습되지 않은 상태다. 30년이 된 체르노빌 원전은 가까스로 덧씌운 석관에 금이 가면서 방사능 물질이 새어 나오고 있어 100년 정도 유지될 새로운 덮개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블랙시예비치가 쓴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는 원전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삶이 송두리째 흔들려 버린 사람들의 사연이 생생하게 쏟아져 나온다. 거짓으로 가릴 수 없는 목소리다.
 
후쿠시마에선 시설물 잔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녹아내린 핵연료 처리나 발전소 해체가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여전히 태평양으로 흘러들거나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05522239_R_0.jpg » 유령도시로 변한 후쿠오카 도미오카 역 주변의 풍경. 사진=후쿠오카 / 김진수 기자

 
17만 명에 이르는 후쿠시마 이재민 가운데 10만여 명은 지금도 대피소에서 생활하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사람들이 피난을 가지 않고 머무는 후쿠시마현의 도시에서는 제염처리로 생긴핵폐기물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곳곳에 야적되어 있다. 어린이 갑상선암 환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고 시름시름 앓다 죽어가는 사람과 가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남긴 상흔은 더 깊어가고 있지만 일본에선 2030년 원전 제로 방침을 택했던 민주당 대신 원전 재가동을 공약으로 내건 자민당이 압승했다. 공약대로 자민당 아베 정부는 원전 재가동에 들어갔다.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현 일부에 대해 이미 대피령을 해제했고 2017년 3월까지 원전 인접 지역을 제외하고 피난 지시령을 해제한다는 방침을 공표한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했던 도쿄전력은 그런 엄청난 사고를 냈는데도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원전으로부터 30㎞ 이내에 살던 이재민에게 매달 1인당 10만엔을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비용을 도쿄전력 소비자들이 내는 전력요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엄청난 사고에도 도쿄전력 경영진은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고소인단’을 결성해서 도쿄전력 전 경영진 3인을 고소한 뒤에도 일본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에 후쿠시마 원전 고소인단이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원에 이의를 제기해 검찰심사원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맞서 두 차례의 기소 결의를 한 뒤에야 강제 기소가 결정되었을 따름이다. 이렇듯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금도 여전히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진행 중이다.
 

05522683_R_0.jpg » 도미오카 해변 주변에 방사성 폐기물이 담긴 용기가 야적돼 있다. 사고 이후 5년이 되었지만 사고는 현재 진행 중이다. 사진=후쿠시마/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 사회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또 일반시민이 원자력발전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우리나라 일반 시민의 일본 원전사고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관광객 수를 통해 일정 부분 살펴볼 수 있다. 시민 모두가 일본 여행을 갈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관광객 수의 변동은 일반시민 반응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대리 지표로 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 관광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인 2011년 2월 23만 1640명이다가 2011년 3월 8만 9121명으로, 4월엔 6만 3790명으로 떨어졌다가 5월부터는 증가해 오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0년 243만 9816명에서 2011년 165만 8073명으로 떨어졌다가 2012년 204만 2775명, 2013년 245만 6165명, 2014년 275만 5313명, 2015년 400만 2052명으로 늘어났다.

 

<그림 >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의 연도별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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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2010년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해서 2015년에는 2010년의 1.64배나 되는 사람들이 일본을 다녀온 것이다. 후쿠시마현 인근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만 일본 내에서 후쿠시마산 농산물이나 축산물, 수산물 등이 유통되고 있기에 안심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다음이나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 전 자신의 행선지는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아보기 위해 정보를 찾아보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일본 방사능 안전지역이 어딘지, 그래서 여행을 가도 괜찮은 곳은 어딘지를 게시하는 블로그도 여럿 있다.
 
그런데도 전반적으로 일본 관광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방사능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다소 느슨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03881122_R_0.JPG » 후쿠시마 사고가 난 다음달인 2011년 4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품질관리사가 동해와 남해산 수산물 6개 품목(생물참치, 아귀, 가자미, 갈치, 고등어, 오징어)등에 대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이용해 점검하고 있다. 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다른 한 가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우려는 일본산 식품에 대한 부정적 반응에 잘 드러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꾸준히 줄어들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이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해양수산부의 수산 정보 포털을 보면, 일본산 수산물(소금 제외) 수입 중량이 2010년 8만 4018톤에서 2011년 5만 6043톤, 2012년 3만 9614톤, 2013년 3만 7271톤, 2014년 3만 2844톤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15년에는 3만 8724톤으로 다소 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는 후쿠시마 주변에서 생산하는 50개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가 2013년 여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대량 유출된 것이 확인되자 9월9일부터 후쿠시마, 이바라키, 미야기, 이와테, 도치기, 지바, 아오모리 등 8개 현에서 생산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처를 했다.
 
그 결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지속적으로 줄었으나 2015년부터 반등 조짐이 보이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사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갈치다. 일본산 갈치 수입량은 2010년에 비해 2012년까지 수입물량이 줄었다가 2013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서 2015년 수입량은 2010년 수입량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보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원산지 표시를 정확하게 하지 않거나 국내산으로 거짓 표기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때는 일본산을 고르지 않지만 외식산업이 발달한 상황에서 외식업소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을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방사능 국민 인식도 조사 위탁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4년 10~11월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5.9%가 “일본과의 무역마찰을 감수하더라도 현 수준과 같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를 계속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준을 넘어 현재보다 더 엄격하게 일본산 수산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응답도 69.9%로 높았는데,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것을 요구하는 응답도 31.3%에 달했다. 심지어  절반이 넘는 58.8%의 응답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 구매 자체를 꺼리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5.6%의 응답자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아예 수산물을 구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능 정보와 관련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낮았는데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13.3%(매우 신뢰 1.1%, 다소 신뢰 12.2%)인 반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6%(신뢰하지 않는 편 31.2%, 전혀 신뢰하지 않음 11.4%)로 나타났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검사 결과 방사능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해도 일본산 수산물은 사지 않겠다는 응답이 68.8%로 높았다. 사겠다는 응답자들은 10.3%로 낮았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05319806_R_0.jpg » 지난해.5월22일 여성환경연대, 한살림연합, 환경운동 연합 등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는 수산물의 수입을 강요하는 일본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방사능 위험은 사고국 일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으로서 잠재적인 방사능 위험 국가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일반시민들은 이러한 방사능 위험을 야기하는 원자력 발전 그 자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는 두세 달 또는 서너 달에 한 번씩 원자력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한다. 원자력문화재단이 직접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리서치나 한국 갤럽, 메트릭스 등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위탁하는데 매번 19살 이상 성인 인구 1000명 정도(때에 따라 1500여 명)를 대상으로 전화조사나 방문조사로 실시한다.
 
원자력문화재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그림 2>처럼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 가장 마지막에 실시했던 2010년 10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89.4%가 동의하던 데서 사고가 난 2011년 조사에서는 78.2%로 낮아졌지만 가장 최근에 실시한 2015년 12월 조사에서는 다시 85.1%로 높아졌다(2011년 조사 결과는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아 2012년 조사에서 전년 조사 결과와 대비해서 기술한 부분에서 역산한 수치이다).
 
하지만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2010년 53.3%에서 2011년 40.1%로 낮아졌다가 2015년 12월에도 41.0%로 2011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그림 2> 참조). 원전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두 결과를 함께 생각해보면 2015년 12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41.0%만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85.1%는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원전이 안전하지 않지만 필요하다, 즉 ‘필요악’으로 보는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을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시기의 조사들을 보면 2010년 10월 조사에서는 원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 45.9%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43.0%의 현 수준 유지였으며 9.3%만이 줄여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그림 2> 오른쪽 참조).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2011년의 11월 조사에서는 현 수준 유지가 42.3%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증설로 30.0%였으며 줄여나가야 한다는 응답이 21.6%였다. 2010년과 비교할 때 증설해야 한다는 입장이 15.0% 포인트나 줄어든 반면 감소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12.3% 포인트 늘어난 것이었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원전 유지가 42.3%로 가장 높으면서 33.7%가 증설에 찬성하고 있고 감소를 원하는 응답자들이 21.1%로 나타났다. 여전히 감소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비중 상 가장 낮지만 사고 전에 비해서는 11.8% 포인트나 늘어난 것으로 원전을 줄여가야 한다는 여론의 추세를 보여준다. 이 조사의 결론을 일반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면, 이제 국민의 5분의 1 이상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줄여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 원자력발전의 필요성과 안전성(왼쪽) 및 원전 건설 방향에 대한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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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원자력 발전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적지 않지만, 시민 다섯에 한 명은 이제 원자력 발전을 줄여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필요악이라 보는 입장에서는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온실 가스 감축(61.8%), 안정적 전력 수급(78.3%), 경제발전(78.7%)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이 상당한 효용성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응답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원자력 발전이 아니더라도 대안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운다. 사실, 원자력문화재단의 조사에서 향후 가장 많이 이용할 발전 방식에 대해 응답자들의 62.7%가 신·재생에너지(수력 제외, 수력만은 14.1%)라고 보고 있다.

 

05416981_R_0.jpg » 2015년 10월13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배를 타고 고리원자력발전소 신고리 3·4호기 앞에 상륙,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2개 원전이 추가되는 것을 반대하는 의미로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고 쓰여진 펼침막을 펼쳐보였다. 울주/ 김봉규 선인기자 bong9@hani.co.kr
 
우리나라 전력의 55.5%를 소비하는 전력집약적인 산업부문의 구조를 바꾸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러한 산업구조는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시민사회로부터의 압력, 이를 바탕으로 한 전력 요금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변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면서 에너지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 자신의 에너지 소비가 야기할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성찰하는 시민이 더 많아져야 한다.
 
윤순진/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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