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면 안다, 우주인이 환경운동가가 되는 까닭

조성화 2016. 04. 06
조회수 7587 추천수 0

영화로 환경읽기 4. <그래비티>

광활하고 위험한 우주에 견줘 지구의 생명 공간은 얇은 막처럼 취약
우주로 나아갈수록 지구와의 연결 소중함 깨달아, 연결이 바로 삶

 

gr1.jpg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바라본 달이 지구의 얇은 대기층 너머로 보이고 있다. 사진=NASA  
 
우주 vs. 지구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직접 본 경험을 한 우주비행사들은 남은 평생을 지구를 보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이소연 박사가 어느 대학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왜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를 보전하는 일을 하며 남은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을까?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우주 공간은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최악의 환경이다. 산소 공급 장치 없이는 5분을 버티기 힘들고, 기온은 영하 270도에 이르며, 대부분의 공간은 무중력 상태로 텅 비어 있다. 그에 비해 지구는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물, 토양, 공기와 같은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답다.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극한의 환경인 우주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아름다운 지구가 맞닿아 있는 모습이 아주 위태롭게 보인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하늘(대기)이 아주 높아 보이기 때문에 우주까지는 까마득한 거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기는 지상에서 약 100㎞ 상공까지만 존재하는 반면, 지구의 지름은 약 1만 3000㎞나 되기 때문에 우주에서 보면 지구의 대기층은 아주 얇은 막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에서 지구를 직접 본 우주비행사들은 아름다운 지구가 생각보다 쉽게 파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드넓은 우주에서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유일한 공간이 지구라는 사실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고 한다.
 
많은 우주비행사가 우주에서의 역할을 마친 뒤 지구를 보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결국 지구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한 가지는 우주에서 지구를 직접 바라보는 경험이 될 수 있다.
 
gr0.jpg » 우주에서 본 지구의 실제 모습을 담은 가장 정교한 사진인 일명 '블루 마블'. 사진=NASA
 
이소연 박사의 이러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 필자는 환경교육을 전공하고 있던 대학원생이었다. 당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환경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왜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이소연 박사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다음과 같은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다. “지구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데 우주에서 지구를 직접 보는 것이 그렇게 효과적이라면, 모든 사람들에게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기회를 제공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최근에 이 생각에 답을 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것은 우주여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첨단 우주 공학 기술자가 아니라, ‘알폰소 쿠아론’이라는 영화감독이었다. 알폰소 쿠아론은 그의 영화 <그래비티>를 통해서 지구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 또는 우주의 극한 환경을 알기 위해서 우리가 우주에 직접 나갈 필요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듯했다.
 
04871494_R_0.jpg » 영화 <그래비티>는 관객에게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 <그래비티>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실제 우주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우주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에서는 다소 과장된 폭발음과 효과음을 사용해서 극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래비티>는 그와는 정반대되는 방법을 택했다. 가능한 실제 우주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여 중력이 없고, 소리가 전달되지 않으며, 작은 파편에 의해서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공간이 우주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우주를 적막감이 흐르는 황량하고 고독한 곳으로 묘사한 것은 이 영화에서 주목해 볼 만한 부분 중 하나이다. 이렇게 우주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방식 때문에 <그래비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관왕을 차지하며 명작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었다.

 

04856739_R_0.jpg » 영화 <그래비티>는 황량한 우주와 그 곁에 보이는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이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위험하고 황량한 우주와는 달리 영화 중간에 보이는 지구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표현된다. <그래비티>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반대로 우주가 얼마나 극한의 환경인지를 극적으로 대조해 보여준다. <그래비티>가 특별한 영화이고,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이유이다.
 
연결 vs 끊김
 
<그래비티>에서 주목한 또 다른 주제어는 “연결”이다. 영화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로 올라간 스톤 박사와 그 일행이 인공위성 잔해와 부딪치면서 시작된다. 이 사고로 지구로 귀환할 때 사용해야 할 우주왕복선이 파괴되고, 스톤 박사와 매트 요원만 살아남게 된다.
  
이렇게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살아남은 주인공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필사적으로 서로를 연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결국 가느다란 끈으로 서로 몸을 연결한 다음에야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된다. 아주 가느다란 끈에 불과하지만 이 연결을 통해 주인공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고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갖게 된다.

 

05269572_R_0.jpg » 작은 끈을 통한 연결에 불과하지만, 연결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된다.
 
주인공들은 우주에 있는 동안 지구에 있는 관제탑과 연결되어 있다가, 사고 이후 연결이 끊기게 되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다른 우주 왕복선과 연결을 시도하고, 우주에 홀로 남아 삶을 포기하려는 스톤 박사는 환영 속 매트와 연결되면서 다시 삶의 의지를 찾기도 한다. 이렇듯 연결과 끊김의 상황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반복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래비티>를 통해 우리 모두는 결국 연결되어 있고, 연결이 끊긴다는 것은 우리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일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삶을 포기할 수도 있는 암담한 상황에서도 작은 연결이 삶을 지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말해주고 있다.
 
영화 제목인 ‘그래비티’(중력)도 결국 지구와의 보이지 않는 연결을 의미하며,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이 지구로 돌아와 한동안 땅에 몸을 붙이고 있는 모습은 지구와 직접적인 연결이 곧 삶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gr.jpg » 주인공 스톤 박사는 지구와 직접적인 연결로 살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지구에서 벗어나는 것을 꿈꿨다. 비행기를 만들어서 땅으로부터 벗어났고, 우주선을 만들어 결국 지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류가 지구에서 벗어나는 능력을 갖게 되면 될수록 지구와 인류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지구를 완전하게 떠나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영화 <그래비티>는 이러한 연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인류는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지만 지구는 지금까지처럼 묵묵하게 우리와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언제나 벗어나길 꿈꾸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돌아갈 곳이라고 생각하는 부모의 품처럼 말이다.
 
조성화/ 환경과교육연구소 대표, 환경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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