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만 남기고 아까시나무는 베어내야 할까요?”

김정수 2016.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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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숲가꿈이’ 교육 현장 가보니
밀원식물인 아까시나무 베면 곤충과 새까지 쫓아내는 셈
숲 해설사 중심, 모니터링부터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까지

na1.jpg » 9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인근 남산공원 숲 속에서 열린 ‘남산숲가꿈이’ 현장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이 류진호 충북생명의숲 사무국장(맨 왼쪽)의 지도로 측고기를 이용해 나무의 높이를 측정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저런 애들의 흉고 직경은 어떻게 재나요?” 질문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밑동에서부터 두 갈래로 갈라져 미끈하게 뻗은 소나무가 서 있다. 두 둥치의 지름이 모두 30㎝는 넘어 보이는 제법 큰 나무다.
 
“아니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을 물어보고 그러세요. 하하하. 자 모두 이쪽으로 모여보시죠.” 질문을 받은 사람은 힐난하는 듯한 말과는 다르게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으며 주변의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9일 오후 서울시 장충동 국립극장 옆 남산공원. 소나무와 스트로브잣나무 등 침엽수들이 주종을 이뤄 하단부가 마치 공터처럼 휑해 보이는 숲 속에 들어선 50~60대 남녀 20여명은 호기심 많은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숲 속에서는 환경단체 생명의숲의 자원활동그룹 ‘남산숲가꿈이’에서 활동할 사람들을 위한 현장 교육이 펼쳐졌다. 남산숲가꿈이는 이름 그대로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남산을 건강하게 가꾸는 봉사를 목표로 하는 시민 모임이다. 

지난해 재선충 걸려 죽은 소나무도

na4.jpg » 숲 가꾸기에 관한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이날 숲에 모인 이들 대부분은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자녀를 다 키운 뒤 숲 공부를 시작해 숲 해설사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었다. 남산숲가꿈이에 지원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들은 “숲 해설을 하다보니 더 숲을 아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입을 모았다.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딱 들어맞는 듯했다.
 
“밑동에서 갈라진 나무는 갈라지기 전 밑동이 아니라 갈라져 올라온 둥치를 한 그루 한 그루로 따로 측정해 기록합니다.” 이날 교육에 강사로 나선 류진호 충북생명의숲 사무국장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나무의 나이를 확인하려고 생장추로 나무를 뚫을 때는 어느 방향으로 뚫어야 하는가?” “나무 지름은 왜 짝수로만 읽는가?” 숲의 생태에 대해서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갖춘 이들이지만, 숲 가꾸기와 관련된 기술적 방법에 대해서는 생소한 모양이었다.
  
서울의 남산과 그 속의 소나무는 애국가의 가사가 말해주듯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역사·문화적으로 특히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돼지풀, 서양등골나물 등과 같은 생태계 교란식물의 침입과 인근 주민들의 샛길 이용 등으로 갈수록 본 모습이 훼손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일단 감염되면 치료가 불가능한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죽은 소나무까지 발견되는 등 치명적 병해충 위협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남산숲가꿈이는 이런 위협으로부터 남산을 지키려고 나선 숲 해설사 20여명을 중심으로 2013년 태어났다. 생명의숲이 주관한 교육에 참여해 남산 숲을 새롭게 공부한 이들은 남산 가꾸기는 남산의 숲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숲길 현황 파악과 모니터링 활동부터 시작했다.

매주 정례 모임을 하며 축적한 자료는 공원관리기관의 샛길 차단에 활용됐다. 샛길 입구에 나무를 심는 등 직접 샛길을 막는 일에 나서고,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들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똑같은 나무도 사는 환경에 따라 달라”

na3.jpg » 한 참가자가 아까시나무에 남산에서 없어져야 할 나무로 선택했음을 표시하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이날 남산 숲에서 진행된 교육은 생명의숲이 한 달 전 인터뷰를 통해 선정한 2기 지원자 20여명을 대상으로 이달 16일까지 진행하는 8회 일정 교육 가운데 7회차 교육이었다. 이날 교육은 실제 현장에서 숲 가꾸기 활동을 펼치는데 필요한 지식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척과 줄자, 측고기 등을 이용해 나무의 크기를 재는 실습을 마친 교육생들에게 노란색과 분홍색, 연두색과 파란색 포스트잇이 나눠졌다. 강사인 류 사무국장은 포스트잇에 각기 이름을 쓴 뒤 미래목으로 보전하는 것이 좋을 나무의 둥치에는 노란색, 가치가 없어 제거하는 것이 좋을 나무의 둥치에는 분홍색, 남산 숲에서 반드시 보전해야 할 나무와 없어져야 될 나무에는 각각 연두색과 파란색 포스트잇을 붙여 투표를 하도록 했다.
  
잠시 뒤 돌아본 투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남산의 상징인 소나무들이 연두색과 노란색 몰표를 받았다. 수령이 50년이 넘어 보이는 큰 아까시나무에는 한 참석자가 “성황당 나무에 뭐가 붙어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분홍색과 파란색 포스트잇이 다닥다닥 붙었다.
  
류 사무국장은 아까시나무를 가리키며 “여러분은 지금 곤충과 새 등 동물을 다 쫓아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숲에는 나무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과 새 등 동물이 함께 있어야죠. 이곳에서 꿀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식물인 아까시나무와 소나무 중 어느 나무가 더 곤충과 동물을 숲에 불러들일까요. 남산에서 경관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생태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류 사무국장의 설명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 참가자들은 이날 남산 숲 속으로 오기 앞서 오전에는 남산공원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중부공원녹지사업소 2층 회의실에서 숲 가꾸기 관련 이론 교육을 받았다. 2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실내교육 시간도 내내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금세 흘러갔다.
  
인위적 교란에 의한 역행천이와 같은 어려운 용어를 일상어처럼 사용하는 숲 해설사들도 어린 학생으로 돌아가 숲 그림들을 오려 큰 종이에 천이 순서대로 붙이는 과제에 진지한 표정으로 몰두했다.
  
크기변환_IMG_0922.jpg » 9일 오전 서울 예장동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서 열린 ‘남산숲가꿈이’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이 다양한 숲 그림을 큰 종이에 천이단계에 맞춰 붙여 발표자료를 만드는 과제에 몰두하고 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최웅찬(65)씨는 “비슷한 교육을 또 받나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똑같은 나무도 사는 환경에 따라서 다르고, 숲 해설을 하는 것과 숲 가꾸기 활동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남산에서 숲가꿈이를 하려면 남산 숲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6년 전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뒤 평소 관심있던 숲 해설을 공부해 양재동숲과 창경궁에서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숲도 지키고 건강도 챙기는 1석2조
 
 이날 교육에는 2013년부터 활동해오고 있는 1기 남산숲가꿈이 가운데서도 7명이 복습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날 남산에서 만난 1기 남산숲가꿈이 장영진(62) 주부는 “숲가꿈이에 참여한 분들을 보면 대부분 숲 해설 활동하시는 분들인데,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남산이 그냥 좋아서 참여한 경우”라며 “숲가꿈이나 문화길라잡이 같은 자원봉사는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간을 쪼개서 남보다 바쁘게 살면서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번에 친구들에게 남산숲가꿈이 참여를 권유해 2기에 3명이나 들어왔다”고 자랑했다.
  
2013년 숲 해설사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남산숲가꿈이에 참여한 이종궐(63)씨는 “30여년 은행원 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 의미있게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생명의숲에서 주관하는 1기 남산숲가꿈이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며 “대단한 활동을 한 것은 없지만, 샛길 차단을 위한 나무심기,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활동 등을 펼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남산숲 보호를 위해서는 공무원과 전문가, 우리와 같이 현장 정보와 목소리를 접하기 쉬운 시민그룹 자원봉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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