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기 새 촬영, 새 처지에서 생각해 보세요

윤순영 2016. 0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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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옮기거나 둥지가 훤히 드러나게 손 대는 등 사진윤리 어긋난 촬영 행태 이어져

한밤중 플래시 터뜨리면 일시적 실명, 새끼 포기 못하는 어미는 불편 감수하고 있을 뿐


사본 -크기변환_YSY_6774.jpg » 어두운 골짜기에서 나뭇가지와 잎으로 가려진 곳에 둥지를 트는 긴꼬리딱새. 어떤 몰지각한 사진가가 사직을 잘 찍기 위해 둥지를 가린 나뭇가지와 잎을 모두 제거해 둥지가 훤하게 드러났다. 천적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이런 식으로 둥지는 짓는 어미는 없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필자가 촬영했다. 사진=윤순영


크기변환_YSJ_9251.jpg » 사방이 고스란히 드러난 둥지에서 불안해 하는 긴꼬리딱새 암컷. 이런 둥지는 천적의 공격에 취약해 정상적인 어미라면 결코 이런 곳에 둥지를 틀지 않는다. 사진=윤순영


크기변환_YSJ_2220.jpg » 정상적인 긴꼬리딱새 둥지의 모습. 암컷이 새끼의 배설물을 물고 둥지를 떠나고 있다. 사진=윤순영


자연의 사진을 찍으면서 피사체인 동물을 결과적으로 학대하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겨울에는 두루미의 잠자리를 넘보며 편안한 휴식을 방해하더니 새들의 번식기인 4~6월을 맞아서는 둥지를 튼 새의 모습을 찍으면서 새를 학대하는 일이 늘고 있다(■ 관련 기사사진가 등쌀에 숨을 곳 잃은 수리부엉이 새끼).

 

물론, 사진가 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인사와, 경험이 없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지 모르는 사진가가 둥지 주변을 훼손해 천적에 노출시키거고 어린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 연출을 하는 등의 행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크기변환_8.jpg » 어미도 앉기 불편할 만큼 굵은 배롱나무 가지에 오목눈이새끼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날지 못하는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 일렬로 앉힌 혐의가 짙다. 보통 때라면 먹이를 가져온 어미에게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을 칠일 텐데 사람 손에 시달려서인지 먹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불안에 떠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그렇다고 자연 다큐멘터리나 자연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자연을 배려하는 사진촬영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크기변환_1[1].jpg » 사진작가 김아무개씨가 2012년 11월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 전시한 '새의 선물' 연작 가운데 하나. 날지 못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를 꺼내 인위적으로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고 어미의 억지 모정을 이끌어내 촬영한 사진이다. 나무를 붙잡은 새끼의 발을 살펴보는 어미 새의 행동에서 새끼 새의 발을 접착제로 나무에 붙이지 않았나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어미 새는 어쩔 줄 모르고 걱정스럽게 새끼를 새끼를 바라보고 있고 새끼는 겁에 질려 있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둥지훼손과 함께 야간 촬영도 논란의 대상이다. 흔히 올빼미과 조류는 낮 동안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낮에도 밤보다 빈도가 떨어질 뿐 활동을 하고 사냥도 한다. 다만, 선호하는 먹이가 주로 야행성이어서 밤에 적극적으로 활동을 한다.

 

번식시기에 새끼도 키우는 야행성 조류에게 별안간 스트로보를 터뜨리면 어둠에 적응하느라 크게 열려 있던 동공에 한꺼번에 다량의 빛이 들어와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동공의 크기가 주변의 빛에 맞도록 줄어들 때까지 새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불가피하게 야간 촬영을 할 때는 순간적인 발광보다 지속적인 조명이 낫다. 이 방법이 적어도 야행성 조류 앞에 스트로보를 들이대고 정면광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영향이 적었다고 말할 수 있다.


untitled.png » 램프 파이어는 35w, 색온도 4300k 지속광으로 촬영된 소쩍새. 사진=윤순영

 

스트로보가 터질 때마다 놀라 가져온 먹이를 물고 둥지 주변을 여러 번 선회한 뒤 힘들게 둥지로 들어간다. 새끼가 자랄수록 먹이가 많이 필요해 어미 새는 불편한 스트로보의 섬광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겉보기에 스트로보가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번식을 망칠 위험에 직면한 어미가 위험과 불편을 무릅쓰고 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야야 한다.

 

이런 촬영이 눈에 띄지 않는 또는 장기적인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간 촬영을 위한 강한 순간 조명이 조류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체계적 연구결과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관련 기사야간 동물학대 사진 논란, 지속광 촬영을 제안한다)


조류사진 촬영 문화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옮고 무엇이 그르냐를 따지기 이전에 생명 경시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

 

그동안 자연 학대 사진에 대해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어떤 제재를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공모전에서 그런 사진이 입선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선의의 사진가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고 건전한 사진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관계 당국도 조류보호를 위한 지침서를 만들어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얻은, 새들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요령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새 촬영 때 지킬 점

 

망원렌즈와 위장막 필수, 새의 처지에서 생각하라.

사전에 촬영하고자 하는 새의 생태적 특성과 습성을 아는 것이 좋다300이상의 망원렌즈를 사용하여 거리를 유지해 새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기본이다.

 

촬영할 때 산새류는 20m 물새류는 50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위장막은 필수 장비이다. 위장막을 사용할 때는 거리가 10m일 때는 300렌즈, 25m이면 500~600의 렌즈가 적합하다. 야간촬영은 스트로보보다 지속광을 사용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한 번에 모든 촬영 준비를 끝내고 불필요한 행동을 삼가야 한다.

새들은 소리와 큰 행동에 민감해 불안해 한다. 그곳 환경과 어울리는 옷차림과 정숙한 기다림은 좋은 사진을 얻는 지름길이다.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함부로 치지 않는다.

둥지를 만지거나 여러 명이 촬영하는 것보다 단독으로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3명 이상은 넘지 않도록 한다. 여러 번 둥지를 방문하여 해를 끼치지 않는 모습을 새가 익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새는 민감하고 예민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환경 변화가 새에 줄 엄청난 위협과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새의 처지에서 헤아려 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새 사진가의 기본 자세이다.

 

■ 탐조 때 주의할 점

 

새들은 소리에 민감해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매우 불안해합니다.

정숙한 관찰자가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됩니다.

새는 사람보다 8~40배 높은 시력을 갖고 있습니다.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새들은 우리들이 가까이 가면 갈수록 위협을 느낍니다.

 

몰래 훔쳐보는 자세는 피해야 합니다.

새들이 더 경계를 합니다. 산새류는 20m 이상, 물새류는 5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새를 자세히 보고 싶으면 미리 쌍안경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풀이나 나무를 훼손하면 새들은 이곳을 다시 찾지 않게 됩니다.

들풀, 덩굴 등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도토리, 산딸기, 머루, 달래와 같이 새들의 먹이가 되는 열매를 함부로 채취하면 안 됩니다.

 

둥지나 그 속에 있을 알을 만지면 알이 부화되지 않습니다.

둥지에 있는 풀이나 나뭇가지도 그대로 놔두어야 합니다.

조류의 번식 기간에는 번식지에 불필요한 출입을 삼가야 합니다.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새들이 금방 알아차립니다.

함께 움직이는 인원은 3~5명을 넘지 않도록 합니다.

사람들이 많을 때에는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움직입니다.

 

새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기 위해 돌을 던지면 안 됩니다.

고니는 한 번 날아오를 때 30분간 먹은 에너지를 한순간에 소모한다고 합니다.

두루미는 한 번 날기 위해 300개의 낱알을 먹어야 합니다. 돌을 던지거나 위협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새들에 해를 끼칩니다.

무심코 버린 비닐 끈에 발이 묶이거나 쓰레기를 먹고 죽는 새도 있습니다.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 집으로 되가져가야 됩니다.

 

자동차 바퀴 때문에 서식처가 파괴되기도 합니다.

땅바닥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새들도 있습니다. 자동차는 이들의 서식처를 한 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차량 통행이 허용된 도로와 주차장만을 이용해야 합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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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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