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돌고래쇼 하다 풀려난 ‘삼팔이’ 야생번식 세계 최초 확인

남종영 2016. 04. 18
조회수 33183 추천수 0
00555793101_20160418.JPG » 돌고래쇼를 하다가 2013년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삼팔이’가 최근 새끼를 낳은 것으로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지난 1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영락리 해안에서 삼팔이가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고 있다. 야생방사된 쇼 돌고래의 야생 번식이 확인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 제공
불법포획돼 3년간 갇힌채 쇼하다가
방사 3년 만에 어미·새끼 유영 목격

돌고래쇼를 하다가 야생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가 번식에 성공한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은 17일 “2013년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삼팔이’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의 장수진(35), 김미연(28)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삼팔이와 1m 크기의 새끼 돌고래가 바짝 붙어서 헤엄치는 ‘어미-새끼 유영 자세’(mother-calf position)를 처음 목격했다.(1면 사진 참조) 그 뒤 지난 15일까지 이어진 모니터링 기간 중 두 돌고래는 7일 동안 관측됐고 줄곧 이 자세를 유지해, 삼팔이가 번식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팔이는 2010년 5월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다. 서귀포시의 돌고래 공연 업체 퍼시픽랜드에 팔려 3년 동안 돌고래쇼를 하다가, 2013년 대법원의 몰수 판결로 서울대공원 ‘제돌이’의 야생방사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삼팔이는 최종 방사 직전에 찢어진 가두리를 탈출해 다른 돌고래들보다 먼저 야생 무리에 합류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수진 연구원은 “삼팔이가 새끼와 함께 맨 처음 목격된 이후, 혹시 다른 이웃의 자식이 아닌지, 지속적인 행동을 보이는지 등을 집중 관찰했다. 지난 15일까지 둘이 줄곧 붙어다니는 것으로 보아 삼팔이가 새끼를 낳은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어미-새끼 유영 자세’는 어미 돌고래가 새끼 돌고래를 등 뒤에 바짝 붙여두고 헤엄침으로써, 물살을 헤쳐야 하는 자식의 수고를 덜고 위험에 대처하는 돌고래의 전형적인 행동이다. 삼팔이가 마지막 관찰된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혼자 다닌 것을 고려하면, 새끼의 나이는 여섯달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남방큰돌고래는 10대 중반에 번식 가능한 성체가 되기 때문에, 삼팔이(13~15살 추정)는 이번에 처음으로 출산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돌고래 야생방사가 이뤄졌지만, 과학적 모니터링에 의해 야생방사 개체의 번식과 양육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돌고래 연구팀의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수족관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 멸종위기종 보전에 기여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 110여마리가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됐다. 삼팔이를 비롯해 제돌이, 춘삼이, 복순이, 태산이 등 방사된 돌고래 5마리는 방사 당시 일부 우려와 달리 야생 무리에 합류해 잘 살아가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isoundmysight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익산서 신종 ‘노랑배청개구리’ 발견익산서 신종 ‘노랑배청개구리’ 발견

    조홍섭 | 2020. 07. 10

    수원청개구리와 ‘사촌’, 군산·완주선 이미 절멸…북한에도 수원청개구리 살아 익산, 부여, 논산 등 금강 유역의 습지와 논에 분포하는 청개구리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사는 신종으로 밝혀졌다. ‘노랑배청개구리’란 이름이 붙은 이 개구리의 발견 ...

  • 배설물로 발견한 열대 아시아 신종원숭이 2종배설물로 발견한 열대 아시아 신종원숭이 2종

    조홍섭 | 2020. 07. 08

    유전자 분석 결과 띠잎원숭이 실제론 3종 동남아열대림에 사는 띠잎원숭이는 숲의 은둔자이다. 검은 털로 뒤덮인 50㎝ 크기의 몸집에다 나무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과일, 씨앗, 어린잎 등을 먹는데, 인기척을 느끼면 황급히 사라지기 때문이다.1세...

  • 청둥오리가 잉어를 세계에 퍼뜨린다청둥오리가 잉어를 세계에 퍼뜨린다

    조홍섭 | 2020. 07. 06

    소화관 통해 배설한 알에서 새끼 깨어나…‘웅덩이 미스터리’ 설명 물길이 닿지 않는 외딴 웅덩이나 호수에 어떻게 물고기가 살게 됐을까.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물새가 깃털이나 다리에 수정란을 묻혀왔다는 것인데, 아직 증거는 없다.최근 유력하게...

  • 뻐꾸기는 개개비 알 개수 세며 탁란한다뻐꾸기는 개개비 알 개수 세며 탁란한다

    조홍섭 | 2020. 07. 01

    둥지에 알 1개 있을 때 노려…비교 대상 없어 제거 회피 여름이 되면 다른 새의 둥지에 슬쩍 자신의 알을 낳아 육아의 부담을 떠넘기려는 뻐꾸기와 그 희생양이 될 개개비 사이의 ‘전쟁’이 시작된다. 세 마리 가운데 한둘은 탁란을 당하는 개개...

  • '흑색선전'으로 포식자 피하는 야생 구피'흑색선전'으로 포식자 피하는 야생 구피

    조홍섭 | 2020. 06. 29

    눈 색깔 검게 바꿔 포식자 주의 끈 뒤 마지막 순간에 도피 수조에서 관상용 열대어인 구피(거피)를 기르는 이라면 종종 구피가 ‘놀란 눈’을 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홍채가 검게 물들어 눈동자와 함께 눈 전체가 검게 보인다. 흔히 물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