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구리가 처음 굴린 건 공룡 똥이었다

조홍섭 2016.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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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것보다 3천만년 일찍 등장, 포유류 아닌 공룡과 운명 같이해
소행성 충돌 멸종 사태 때 큰 타격, 이후 초식동물과 함께 번창해 

Rafael Brix.jpg » 소똥구리가 번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친구는 공룡과 꽃을 피우는 식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Rafael Brix, 위키미디어 코먼스
 
소똥구리는 포유류의 배설물을 먹고 번식한다. 코끼리, 영양, 소 등 포유류가 많아지면서 소똥구리도 번창했을 것이다. 
 
공룡시대가 저물고 포유류가 지구를 지배하게 됐을 때부터 소똥구리도 제 세상을 만난 듯 퍼져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믿음이 잘못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똥구리는 처음 공룡 똥을 먹으며 지구상에 퍼졌다는 것이다.
 
니콜 군터 미국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 박사 등 연구자들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소똥구리의 진화가 3000만년이나 이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의 소똥구리 450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온라인 공개 저널 <플로스원> 4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d3_Nicole Gunter_2016_ PLOS ONE.jpg » 세계 소똥구리 450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작성한 계통도. 소똥구리는 포유류가 본격 확산하기 1000만년 전에 유전 다양성이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림=니콜 군터 외, <플로스 원> 2016.

연구결과를 보면, 소똥구리는 백악기 전반기인 1억 1500만~1억 3000만년 전에 처음 출현했다. 이어 백악기 후반인 9000만~1억 1000만년 사이에 종 다양성이 급속히 늘어나 많은 종으로 분화했다.
 
소똥구리가 번창하기 시작한 시기는 바로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이 등장해 퍼지던 때이다. 군터 박사는 “놀랍게도 소똥구리가 다양해진 시점은 속씨식물이 생태계를 지배하게 된 시점과 일치한다. 이 연구를 통해서 공룡의 식단에 속씨식물이 포함된 것이 배설물을 먹음직하게 만들어 이를 삶터로 삼는 생물이 진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터널.jpg » 캐나다에서 발굴된 중생대 백악기 후기의 초식공룡 배설물 화석에 소똥구리 조상이 뚫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a, b)이 나 있다. 사진/ 카렌 친 외<PALAIOS>, 1996.

실제로 공룡시대가 저물 무렵 공룡은 새로 등장한 꽃 식물을 먹기 시작했다. 영화 <쥐라기 공원>의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처럼 알칼로이드가 든 속씨식물을 먹고 공룡이 소화불량에 시달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룡의 이와 턱 구조에서 새로운 식물을 먹었다는 증거가 드러나 있다.
 
속씨식물은 그 전까지 지구를 지배했던 침엽수와 양치식물 등 겉씨식물에 견줘 섬유질이 적고 영양분도 풍부하다. 공룡이 내놓기 시작한 새로운 종류의 배설물은 그때까지 식물을 주로 먹던 소똥구리 조상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을 것이다. 현재의 소똥구리는 배설물의 섬유질 입자 크기와 영양분을 보고 먹이로 삼을지를 정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당시 포유류는 이미 등장했지만 공룡에 밀려 덩치도 작고 서식지도 좁았다. 연구자들은 소똥구리가 번창한 시기는 포유류의 시대가 도래하기보다 1000만년 앞선다고 밝혔다.

d1_Cate Lemann, Australian Nationall Insect Collection, CSIRO.jpg » 소똥구리과는 3만종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성공한 딱정벌레 무리이다. 사진=Cate Lemann, 오스트레일리아 국립 곤충 수집원, CSIRO
 
소똥구리와 공룡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6500만~6600만년 사이의 대멸종 사태 때 두 생물 집단이 똑같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이다. 공룡은 새를 빼고 모두 멸종했고 소똥구리도 상당한 멸종사태를 겪었다가 살아남은 종들이 신생대 때 풀과 초식동물의 등장과 함께 다시 늘어났다. 현재 소똥구리는 3만종의 다양성을 자랑한다.
 
공룡이 사라지면서 그 배설물도, 그것을 먹는 소똥구리도 줄줄이 사라졌음이 분자 차원에서 드러났다. “이것은 우리가 원인을 자신 있게 추론할 수 있는 곤충의 최초 대량멸종 사태”라고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unter NL, Weir TA, Slipinksi A, Bocak L, Cameron SL (2016) If Dung Beetles (Scarabaeidae: Scarabaeinae) Arose in Association with Dinosaurs, Did They Also Suffer a Mass Co-Extinction at the KPg Boundary? PLoS ONE 11(5): e0153570. doi:10.1371/journal.pone.015357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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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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