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거미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보복

조홍섭 201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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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선물 바쳐야 짝짓기, 내용물 가짜로 넣어 암컷 속이기도

선물 없으면 가짜라도 안 주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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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서성거미 수컷이 거미줄로 감싼 선물을 암컷에게 전달하면서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마리아 호세 알보.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전에 먹이를 선물로 바치는 행동은 동물에게서 널리 발견된다. 유럽 서성거미도 그런 예인데, 먹이를 거미줄로 정성껏 포장해 암컷에게 주고 먹이를 먹는 동안 짝짓기를 한다.
 

그런데 진화생물학자들은 선물을 좋아하는 암컷의 습성을 이용해 수컷 서성거미가 종종 가짜 먹이를 포장해 선물로 주는 속임수를 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속임수는 왜 나왔으며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암컷은 당하고만 있을까.
 

마리아 호세 알보 덴마크 아아후스 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14일 온라인 공개 학술지인 <비엠시 진화생물학>에 실린 논문에서 서성거미의 섹스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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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서성거미가 파리를 잡아 은신처로 옮기고 있다. 사진=미카엘 레머, 위키미디아 커먼스. 

 

이 거미 수컷은 파리 등 먹이를 잡은 뒤 거미줄로 꽁꽁 동여매 잘 포장한 뒤 암컷에게 선물로 주는 습성이 있다. 암컷은 선물에 하도 익숙해 있어 선물을 내놓지 않는 수컷과는 거의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선물을 포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암컷은 종종 짝짓기를 하다 말고 선물을 가지고 달아나려 하기 때문이다. 이때 수컷은 발톱으로 선물을 꼭 움켜쥔 채 죽은 척하는 행동을 한다. 암컷이 선물과 거기 매달린 수컷을 질질 끌고 가다 지치면 수컷은 다시 짝짓기를 한다.
 

따라서 포장은 선물을 쉽사리 빼앗기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암컷이 선물의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먹는 시간을 길게 해 짝짓기 시간을 늘리려는 이유도 있다. 포장의 또 다른 중요한 용도는 내용물을 감추는 것이다.
 

수컷은 가짜 선물을 만들기 위해 알맹이로 자기가 다 빨아먹은 곤충 껍질이나 식물 조각, 솜 뭉치 따위를 거미줄로 잘 포장해 암컷에게 주고 거기에 관심이 팔린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 진짜 먹이를 잡는 수고를 더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덴마크 산 서성거미를 채집해 수컷이 단백질이 풍부한 파리 선물, 보통의 파리 선물, 가짜 선물, 그리고 아무런 선물도 없을 때 등 4가지 상황에서 암컷과 짝짓기 얼마나 성공적으로 하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짜 선물을 주는 서성거미 수컷 13마리 가운데 12마리가 짝짓기에 성공했다. 이는 진짜 선물을 준 거미와 비슷한 비율이다. 반면, 맨 손으로 암컷에게 다가간 수컷 6마리 가운데 1마리만 짝짓기를 했다.
 

또 가짜 선물을 준비한 수컷은 선물에 매달려 죽은 척하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값진 선물을 한 수컷의 절반이 그런 행동을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선물을 끌러본 암컷이 들고 내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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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서성거미가 먹이를 거미줄로 포장해 암컷에게 가져가고 있다. 사진=아른스타인 뢰닝, 위키미디아 커먼스. 

 

논문은 “선물을 못 받은 암컷은 알 부화율이 감소했지만 가짜 선물을 받은 암컷에게는 생식에 별다른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성공적인 정자 전달은 선물 내용보다는 선물 유무와 직결된 것 같다”고 밝혔다. 선물은 가져오지 않은 수컷과의 짝짓기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고 암컷에게 전달하는 정자도 적었다.
 

성공적인 짝짓기를 위해서는 선물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물이 없다면 가짜라도 주는 쪽이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컷은 이런 수컷의 속임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을까. 연구진은 암컷이 가짜 먹이를 확인하자마자 짝짓기를 중단하기 때문에 수컷이 충분히 정자 주머니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암컷이 이처럼 응징은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수컷의 속임수 전략이 윗길이라고 연구자들은 결론 내렸다. 짝짓기는 선물을 주는 순간 시작되고 속임수는 언제나 짝짓기가 시작된 뒤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실험실에서와 달리 자연상태에서는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과 짝짓기를 하기 때문에 먹이 조건이 나쁜 곳에서는 선물이 생식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또 가짜 선물을 받는 부정적 영향도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Worthless donations: male deception and female counter play in a nuptial gift-giving spider
Maria J Albo , Gudrun Winther , Cristina Tuni , Soren Toft  and Trine Bilde
BMC Evolutionary Biology 2011, 11:329doi:10.1186/1471-2148-11-329
Published: 14 November 201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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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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