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MG, PGH, CMIT, MIT…다 알고 살아야 하나?

김찬국 2016. 05. 26
조회수 16925 추천수 0
시민이 독성정보 일일이 찾아보기엔 한계
잘 모르는 화학물질은 미리 조심하는 지혜를

05584631_R_0.jpg »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4일 낮 서울 용산역 이마트 앞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옥시 불매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어 '옥시 제품 퇴출'의 의미로 관련 제품을 길 바닥에 널브러트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015년의 마지막을 앞두고 불편한 마음을 담아 여기 <물바람숲>에 “왜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에 분노하지 않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글을 쓸 당시에 비하면 여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논의 수준이 상당히 바뀐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수년간 모르쇠로 버티던 기업들이 검찰 조사에 앞서 고개를 숙였고,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나 불매운동의 소식도 이젠 어색하지 않다. 이제는 과연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이 땅에서 발생하지 않을 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집중해야 한다.  

05568421_R_0.jpg » 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계획을 밝히는 동안 피해자 가족들이 항의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최근 뉴스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이 평소에 들어보지도 못한 화학물질의 이름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세퓨라는 회사가 사용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GH)을 중심으로 다루더니, 이제는 애경이 가습기살균제에 사용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에 대해서도 그동안 조사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2011년 우리 정부가 동물 흡입독성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CMIT/MIT 성분은 폐질환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잘못된 결론을 내린 적도 있고, 현재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샴푸 등 씻어내는 방식의 생활용품에 대해서는 CMIT와 MIT를 0.0015% 이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화학물질이 점점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입으로 들어갈 때 나타나는 경구독성, 분무(에어로졸) 형태로 폐에 흡입될 때 나타나는 흡입독성, 피부에 닿을 때의 피부독성까지 구분하여 판단할 수 있는 아주 비상한 능력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야만 피부독성이 낮다는 이유로 여전히 샴푸, 물티슈 등 여러 제품에 이러한 물질이 포함된 상황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화학물질의 이름까지 정확하게 알고 살아야 상식 있는 시민인가? 
 
최근 자주 듣게 되는 복잡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여기서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화학물질의 이름까지 정확하게 알고 독성정보까지 스스로 찾아보며 살아야 상식 있는 시민이라고 주장할 염치가 내게는 없다. 오히려 이런 화학물질이라면 이름조차 들어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어떤 화학물질의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싶을 때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정보시스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독성정보제공시스템, 안전보건공단의 물질안전보건자료 검색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안전보건공단의 누리집에 대한 소개는 이미 한 적이 있다.
 
 
2015년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의 산업체 이행을 지원하고, 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시민들에게 일원화하여 제공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식품, 의약품, 화장품,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 농약, 살충제, 동물용 의약품, 중금속, 기타로 나누어 화학물질 1,400건의 독성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5월20일 현재 1만 8587종의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해당 물질의 유해성, 위험성을 포함하여 16가지 항목의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누리집을 활용할 때는 우리가 듣고 있는 화학물질의 한글명이나 영문 약어보다 화학물질에 부여된 고유번호인 카스 번호(CAS No.)를 알아야 검색이 더 쉽다. 
 
아래의 4가지 화학물질 중에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정보시스템에서 한글 명칭으로 검색할 수 있는 것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이고 다른 물질은 카스 번호를 통해 검색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이는 다른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글쓴이도 해당 물질들의 카스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영문 사이트를 여러 곳 방문해야만 했다.  
 
[표 1] 우리나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나타난 화학물질명과 화학물질 고유번호
 

화학물질명

(영문약어)

화학물질명(한글)

화학물질명(영문)

CAS No.

PHMG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oly(hexamethyleneguanidine)

89697-78-91)

PGH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2)

Oligo(2-(2-ethoxy)ethoxyethyl guanidium chloride)

374572-91-5

CMIT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

5-chloro-2-methyl-4-isothiazolin-3-one

26172-55-4

MIT

메틸이소치아졸리논

2-methyl-4-isothiazolin-3-one

2682-20-4

 
고유번호를 확인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PHMG, PGH, CMIT, MIT의 독성정보를 pdf 파일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식.jpg
 
[그림 1]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인산염, 카스 번호 89697-78-9)의 화학식. 우리나라에서는 SK케미컬에서 SKYBIO 1100이라는 명칭으로 제조하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져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한 PHMG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안전보건공단 누리집에서 확인하는 과정 역시 화학물질 고유번호를 확인한 이후는 까다롭지 않다. 아래 그림과 같이 해당물질의 유해성·위험성을 비롯하여 16개 항목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2]PHmg.jpg
 
[그림2] PHMG의 물질안전보건자료

05583508_R_0.jpg » 23일 서울 새문안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나연양의 기족회견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제2의 가습기살균제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방법
평생 화학물질 정보를 찾아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화학물질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걸 굳이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글쓴이는 그런 상황에 대해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다. 한때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도 소해면상뇌증(일명 광우병)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내던 때도 있었으니 학습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제품은 포함하고 있는 화학물질 정보를 잘 표시하지 않고 있고, 혹 표시했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화학물질명이 아니고서는 위에서 소개한 물질안전보건자료나 독성정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각 화학물질에 부여된 고유번호인 카스 번호를 알아야 그나마 검색이 수월해진다. 따라서 글쓴이가 위에서 설명한 화학물질의 독성 정보를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충분히 확인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05573596_R_0.jpg » 이연규 환경운동연합 간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옥시레킷벤키져 철수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스티커 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오히려 내가 사용하는 제품에 포함된 물질이 안전한 것이라고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편이 훨씬 낫다. 또한 현재 수준에서 파악 가능한 위험 물질은 국가와 기업이 막아주도록 제도화하는 편이 훨씬 낫다. 적어도 미리 막아내지 못한 위험이 발생한다면 적극적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 
 
지난번 글에서는 당시처럼 불매운동에 대한 서명에조차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제조업체가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적은 바 있다. 
 
기업이 소비자를 중심에 둔다는 건 원칙적인 이야기일 뿐, 관심이 없거나 금방 잊어버리는 소비자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단 한 번도 불매운동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옥시레킷벤키저가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서도 버티다가 최근에야 사과한 것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저항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오히려 마지못해 한 사과는 눈앞까지 다가온 검찰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소비자 불매운동이 적어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라도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 불매운동에 성공하여 옥시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지면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SK케미컬, 애경,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우리가 알 만한 기업이 관여한 이런 일들이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이나 언론이 움직이기 전에라도 우리 시민들이 무섭게 지켜보고 있다는 걸 기업에 똑똑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05573074_R_0.jpg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만성 폐 질환을 앓으며 산소통에 의지한 채 생활하고 있는 임성준 군(왼쪽) 어머니 권미애 씨가 9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대책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아이의 치료 당시 모습을 보여주며 하소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불매운동과 병행하여 문제 소지가 있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애초부터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나 기업 활동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조기업의 책임을 분명히 묻도록 법 제도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화학물질정보 사전예보제, 제조물 책임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만 충실하게 검토해도 현재보다는 훨씬 나아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법 자체를 우리 시민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욱 많은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움직이도록 우리가 도와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지역구의 국회의원 사무실에 연락을 하여 내 관심과 우려를 전하는 건 어떨까?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내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역시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의 관심일 테니 말이다.  

ga2.jpg » 2015년 5월 피해자와 시민단체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와 영국 국회의사당 등을 방문하여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제품과 살균제로 사망한 아기의 사진이 놓여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나를 대신하여 내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내 시간이나 돈을 들여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함께 움직인 어느 시민단체는 요즘 걸려오는 전화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에는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결국 나와 내 자녀가 피해를 볼 수 있지 않은가? 그 일을 땀과 시간을 들여 하고 있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일 정도는 더욱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상식
 
이번 일을 계기로 PHMG, PGH, CMIT, MIT 등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어 문제를 야기한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감독은 분명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화학물질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매번 새로운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일 아닌가? 
 
더 중요한 점은 우리 주변의 화학물질들이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지 정확하게 모른다는 데 있다. 잘 모를 때는 조심조심 주의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환경학이 우리에게 알려준 지혜이다. 
 
최근 환경부의 요청에 의해 탈취제 ‘페브리즈’에 들어간 살균제 성분을 판매업체인 한국 P&G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제품의 겉면에 자세한 성분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제조사 누리집에도 성분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판매국의 정부가 별도로 요청해서야 겨우 성분물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사회에서는 위에서 소개한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정보시스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독성정보제공시스템, 안전보건공단의 물질안전보건자료 검색 등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을 지켜낼 가능성이 크지 않다. 
 
오히려 이 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누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다시 생겨나지 않을지 곰곰이 복기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오늘 그리고 내일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고심하여야 한다. 그 변화의 과정에 시민으로서 나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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