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생태 덕후들’ 자연과 노는 법 공개합니다”

물바람숲 2016. 0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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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동물행동연구가·생태학자 장이권 교수
00558500601_20160527.JPG » 장이권 교수.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마디로 재미있게 잘 노는 방법 한 가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생태 마니아’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생태와 더불어 노는 법이죠.”

‘2016 이화 에코크리에이티브 생태문화 축제’라는 제법 길고 독특한 제목의 행사를 기획한 장이권(49·사진·대학원 에코과학부) 교수는 25일 만나자마자 부제로 내건 “재미있게 놀자”를 더 강조했다.

오는 30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엘지(LG)컨벤션홀에서 하루 종일 열리는 이 축제는 재학생은 물론 어린이·청소년·일반인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생태문화 체험의 장이다. 대학에서는 물론 학교 밖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말 그대로 ‘창조적’인 시도다.

“흔히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것만 공부로 여기죠. 하지만 공부거리는 자연 속에, 일상 속에 무한합니다. 특히 생물과 생태를 사랑하는 ‘마니아’ ‘덕후’(오타쿠)들은 혼자 또는 더불어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요.”

독특한 시민참여 생태문화축제 기획
오는 30일 내내 이화여대 교정서
생태 마니아들 모아 25개 전시관
자연미술·식물투어 등 체험의 장도

“책만 아니라 자연속 공부도 무한”
다양한 ‘덕후들’ 네트워크 기회 제공

실제로 이번 축제에는 장 교수가 수소문해 찾아낸 전국의 쟁쟁한 ‘생태 덕후’들이 한자리에 출동한다. 25개의 부스를 펼칠 이들은 저마다 관심 대상이나 주제는 다르지만, 오랫동안 스스로 깨친 ‘재미의 비결’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구사랑 어벤저스 닥터구리’(유상홍·최윤정)는 전북 익산에 사는 한 가족이 어린이 과학잡지 탐사대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지역에서 생물 관찰 활동을 해온 경험을 소개한다. 이들은 희귀한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을 확인한 것을 비롯해 금개구리, 맹꽁이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터득한 개구리 노랫소리 구분법, 논에서 탐사할 때 주의할 점 등도 알려줄 참이다.

어머니 황영아씨와 함께 ‘생각의 숲’ 전시관을 차리는 이하림양은 중학생이다. 6~7살 때부터 동물학자를 꿈꾸며 관찰해온 새·거북이·물고기 등 동물들의 생태를 그림과 만들기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앵무새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영상기록을 통해 생명의 적응과 조화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현장에서 그림과 머그컵 등을 판매해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도 할 예정이다.

‘동고비와 친구들’(백승협)은 동고비를 비롯해 곤줄박이, 박새의 생태를 관찰하고 지킴이 활동을 해온 고교생 생태동아리다. 이들은 희귀·멸종생물에 쏠려 있는 사회적 관심권 밖에서 잊혀가는 주변의 흔한 텃새들에게 눈을 고정해왔다. 남한산성 주변 야산에서 동고비가 어떻게 둥지 속에 집을 짓는지, 박새와 곤줄박이의 집 구조는 어떻게 다른지, 인공둥지에서는 어떻게 번식하는지 등등 새 가족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제비랑 놀자’ 전시관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꾸룩새연구소 소장 정다미씨는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 에코과학부 연구원이다. 부소장이자 엄마인 임봉희씨의 자연육아법에 따라 경기도 파주에서 어릴 때부터 새와 친숙하게 자란 ‘새 박사’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 때 독수리가 농약을 먹고 떼죽음당한 소식에 충격을 받아 전국 방방곡곡 조류 탐사 활동을 하며 관찰일지와 사진기록을 모아온 덕분에 대학에도 ‘특기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고, 2013년엔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제비 둥지를 비롯한 깃털 표본과 사진을 통해 제비의 모든 것을 살펴보고, 연구노트도 공개한다. 선착순 15명은 페이퍼 크래프트를 이용한 제비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담수어 연구’ 경험을 소개할 대학생 성무성군은 어릴 적부터 부모도 선생님도 못 말린 ‘물고기 덕후’다. 마침 경기도 이천에서 자라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지기 이전 ‘남한강의 어류 생태’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로 꼽힐 정도다. 개발로 사라져가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한때 실의에 빠졌던 그는 정다미씨 등 비슷한 생태 마니아들의 응원에 힘입어 대학에서 물고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장 교수가 ‘비케이(BK)21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시민참여 축제를 기획하고 ‘생태 마니아 모여라’ 섹션을 마련한 배경에는, 이처럼 뿔뿔이 흩어져 외롭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생태 마니아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통해 교류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도 있다.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가 진행하는 ‘네트워킹 타임’도 같은 맥락에서 마련한 것이다. 장 교수는 “돌이켜보면, 저 역시 전북 익산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전학 오면서 외톨이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자연 속에서 생물과 친숙하게 놀았던 어릴 적 경험 덕분에 고비를 잘 넘기고 저 나름의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대 농생물학과를 거쳐 미국 캔자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장 교수는 귀뚜라미, 매미, 개구리 등 다양한 토종생물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다. ‘수청이’(수원청개구리의 애칭)의 논에서 ‘제돌이’(남방큰돌고래)의 제주 앞바다까지, 현장을 누비는 야외생물학자이자 ‘행동하는 동물행동학자’로도 이름나 젊은 생태학자에게 주는 ‘여천생태학상’을 받기도 했다.

체험 프로그램 참가 신청은 누리집(onoffmix.com/event/68877)에서 하면 된다.

포스터-아리수포함_최종.jpg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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