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 사냥이 남긴 것, 다름에 대한 무지와 혐오

권혜선 2016. 05. 31
조회수 24031 추천수 0
영화로 환경읽기 7. <레버넌트> 
비버 사냥꾼의 야만과 탐욕 인디언의 고통은 현재 우리의 이야기
편리하고 고급스런 소비 뒤에 숨겨진 야만과 상실을 알아야

re1.jpg »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자>에서 미국의 유명한 탐험가이자 사냥꾼이었던 휴 글래스 역을 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자연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도 이 상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월28일(미국 시각)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하 디카프리오)는 이 말로 수상 소감을 마쳤다. 오스카상과 인연이 없는 대표적 배우로 꼽혔던 디카프리오에게 첫 오스카상을 안겨준 영화는 바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이하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자>이다. 
 
<레버넌트>, 실제와 허구

Hugh_Glass_Illustration 1823.jpeg » 휴 글래스가 회색곰에 습격당하는 모습을 그린 1823년 어느 미국 신문의 삽화. 그림=위키미디어 코먼스
 
영화 <레버넌트>는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탐험가이자 사냥꾼이었던 휴 글래스(1780~1833)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휴 글래스는 회색 곰에게 습격당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혼자 4000㎞를 걸어 살아 돌아온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휴 글래스의 생존과 모험 이야기는 이미 1971년 영화 <황야의 남자(Man in the Wilderness)>로 제작되었으며, 2003년 마이클 푼케의 동명 원작 소설인 <레버넌트>로 출간되었다. 
   
1823년 ‘록키마운틴 모피 회사’ 소속의 휴 글래스는 동료들과 미주리강 주변을 탐사하고 사냥하던 중, 회색 곰의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팀에서 낙오되고 만다. 죽어가는 휴 글래스를 돌보기로 한 피츠제럴드는 휴 글래스의 눈앞에서 그의 아들 호크를 죽이고 도망간다. 휴 글래스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며 끈질기게 살아남아, 피츠제럴드에게 복수를 실행한다. 

re3.jpg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휴 글래스와 휴 글래스로 추정되는 그림.
 
<레버넌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지만 극적 요소를 더하기 위하여 몇 가지 허구를 포함했다. 휴 글래스는 원주민 여성과 결혼하지 않았으며, 백인-원주민 혼혈 아들인 호크는 가상의 존재이다. 
 
휴 글래스가 얼어 죽지 않기 위하여 죽은 말의 내장을 꺼내고, 알몸으로 죽은 말 몸속에 들어가 추운 밤을 보내는 장면도 허구이다(이 장면은 회색 곰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과 함께 <레버넌트>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또 영화와 달리 휴 글래스는 피츠제럴드를 용서했다고 전해진다. 
   
휴 글래스는 영화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사냥꾼, 더 정확히 말하면 모피를 수집하는 사냥꾼이었다.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대대적인 모피용 동물 사냥이 이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영화와 같이 원주민이 학살되고 약탈당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비버 모피로 만든 모자가 있었다. 
 
비버 모피로 만든 모자와 세 가지 비극
 
1500년대부터 1800년대까지 아메리카 대륙은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에서 건너온 비버 사냥꾼들로 가득했다. 영화에서와 같이 비버 사냥꾼들은 미시시피 강 주변을 샅샅이 탐색하고 사냥하였으며, 세인트루이스와 로키산맥 일대를 비롯하여 멀리 벤쿠버와 샌프란시스코까지 눈에 보이는 비버를 모두 사냥하였다. 
   
그렇다면 왜 아메리카 대륙에서 대규모의 비버 사냥이 이루어졌을까? 바로 비버의 가죽과 털을 얻기 위해서였다. 비버의 털은 갈색부터 검은색까지 따뜻한 느낌의 색깔을 갖고 있고, 부드러우며 윤기가 난다. 내구성이 강하고 표백과 염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Steve_American_Beaver.jpg » 물갈퀴와 커다란 꼬리를 가진 갈색 털의 북미산 비버.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당시 유럽인들은 머리를 그대로 드러낸 채 외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남자는 모자를 썼으며, 여자는 모자를 쓰거나 장식품을 사용해 머리를 가리는 것이 관례였다. 그리고 15세기 유럽 전역에서는 비버 모피로 만든 모자(정확하게는 비버 털을 압착해 만든 펠트 모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다.  
   
당시 비버 모피로 만든 모자는 값비싼 사치품이었다. 모피는 예나 지금이나 부의 상징으로, 비버 모피 모자는 부를 나타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유럽 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버 모피로 만든 모자를 쓰며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비버 모피 모자를 욕망하였다. 그리고 이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세 가지 비극이 일어났다. 

re5.jpg » 1886년 비버 모피 모자를 쓴 남성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re6_Edward_Arthur_Walton_-_The_Beaver_Hat.jpg » ‘비버 모자’ (Edward Arthur Walton작품). 위키미디어 코먼스
 
비극 1. “모자장수처럼 미친”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미친 모자장수인 ‘매드 해터(Mad hatter)’가 등장한다. 그는 3월 토끼의 집에서 열린 ‘매드 티 파티(Mad tea party)’에서 뜻 없는 말과 답 없는 수수께끼를 내며 끝없이 차를 마신다. 그가 차를 계속 마시는 이유는 언제나 차 마시는 시간인 오후 6시이기 때문이며, 오후 6시가 계속되는 이유는 6시에서 멈춰버린 시계를 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앨리스에게 이상한 수수께끼를 내는 모자장수는 왜 미친 것일까? 실제로 이 소설이 처음 출판된 1866년의 유럽에서는 손을 벌벌 떨며 횡설수설하는 모자장수가 많았다고 한다.
 
모자를 만들고 파는 사람 중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모자장수처럼 미친(Mad as a hatter)’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후 이 말은 관용어가 되어 ‘아주 미친’, ‘몹시 화난’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re8.jpg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매드 해터.  
 
관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모자장수가 미친 것은 바로 비버 모피 모자와 관련이 있다.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비버 모피 모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비버의 털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비버 털을 수은에 담가 가공하는 ‘캐로팅(Carroting)’ 작업을 하였다. 
 
그 당시 사람들은 수은의 독성에 대해 무지하였기 때문에 수은을 매독 치료제로 사용하며 먹고 몸에 바르기도 하였다. 캐로팅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당연히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수은에 맨손을 담그고, 하루종일 휘발한 수은 공기를 마시며 일을 하였다.1)
 
시간이 지나며 모자를 만들고 파는 많은 이들이 사지를 벌벌 떨고 횡설수설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잘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미친 사람과 같은 증상을 보이며 비참하게 죽어갔다. 우리가 잘 아는 수은중독증 ‘미나마타병’에 걸린 것이다. 미나마타병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모자장수의 손 떨림(Hatter’s shake)‘이다. 
 
비극 2. 생명이 아닌 모피로서의 삶
 
유럽을 휩쓸었던 비버 모피 모자로 인해 유럽의 비버는 씨가 말랐다. 비버 모피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으며, 사람들은 신대륙으로 눈을 돌려 바다를 건너 비버 사냥에 나섰다. 휴 글래스는 ‘록키마운틴 모피 회사’에 소속되어 아메리카에서 비버를 사냥하던 많은 사냥꾼 중 한 명이었다. 
   
15세기 비버 사냥을 위해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사냥꾼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비버를 잡아 가죽을 벗겼다. 1720년까지 북미 동부에서 죽은 비버는 2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2)
  
약 300년 동안의 비버 사냥으로 인해 유럽의 비버는 멸종되었고, 아메리카 비버는 멸종 직전에 처했다. 당시 비버의 삶은 죽음과 죽음의 지루한 연속이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추위와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동물의 모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영화에서 휴 글래스는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피를 입었다. 
 
하지만 15세기 유럽 전역을 휩쓴 비버 모피 모자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아닌 부를 상징하는 사치품이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버가 멸종될 정도로 모자를 열망했을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모피는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많이 소비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소비되는 모피는 당시 유럽의 비버 모피 모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비버 모피 모자 대신 밍크코트, 여우 목도리, 토끼 조끼, 라쿤 패딩 등 모피와 상품의 종류만 바뀌며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re10.jpg » 한 백화점에 진열됐던 1억원이 넘는 고급 모피코트. 사진=이종근 기자
 
하지만 현대 사람들은 더 이상 사냥을 통해 모피를 얻지 않는다. 사냥을 할만큼의 야생 동물이 충분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야생 동물을 보호하는 각종 규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과거에 비해 훨씬 잔혹한 방법으로 모피를 만든다. 
   
많은 동물이 모피가 되기 위해 평생을 비위생적이고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지낸다. 부드럽고 질 좋은 모피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살아 있는 동물의 껍질을 벗긴다. 동물이 죽으면 피가 응고되어 가죽이 잘 벗겨지지 않으며 털이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또 머리를 집중적으로 때려 죽이거나, 물에 넣어 익사시키기도 한다. 한 생명이 아니라 철저하게 모피 생산물로 길러지고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비극 3. “우리는 야만인입니다.”
 
영화에는 원주민 부족인 아리카라족이 자주 등장한다. 아리카라족은 유럽인을 쫓고, 유럽인들은 아리카라족을 매우 두려워한다. 
 
미주리강 탐사대는 갑작스러운 아리카라족의 공격을 받아 많은 사람이 죽고 부상당했다. 휴 글래스도 아리카라족을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찾던 중 회색 곰에게 공격을 받아 죽기 직전의 부상을 입는다. 피츠제럴드가 죽어가는 휴 글래스를 버리고 도망갔던 거짓 핑계 역시 아리카라족으로 추정되는 원주민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리카라족은 1000년 이상 아메리카 평원에서 살며 주로 농사를 짓고 사냥도 하던 부족이었다. 18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리카라족은 유럽인들에게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살던 땅에서 강제로 쫓겨나게 되자 1820년대 들어서 매우 적대적인 태도로 변했으며, 백인 모피 사냥꾼들을 종종 공격하였다. 이로 인해 미국 군대와 아리카라족 사이에 몇 차례의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졌고, 많은 수의 아리카라족이 목숨을 잃었다.
  
영화에서 아리카라족이 유럽인들에게 분노해 공격한 이유는 유럽인이 족장의 딸 포와를 납치했기 때문이다. 족장의 딸은 부족에게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포와의 납치는 아리카라족의 모든 것을 약탈하고 삶을 파괴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실제 그 당시 원주민은 백인들에 의해 살던 땅에서 쫓겨나고 학살과 약탈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re9_map-1830-1832-trail-of-tears-4000-doden.jpg » 조지아, 알바마, 미조리 등에서 오클라오하로 쫓겨 가는 인디언의 ‘눈물의 길’. 
 
유럽인들이 잔인하고 처참하게 원주민을 약탈하고 학살했던 것은 그들을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 야생 동물과 인간의 중간쯤인 존재로 보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원주민은 “야만”으로 등장한다. 유럽인들은 “야만”인 원주민을 혐오하고 조롱한다. 그 당시 원주민은 비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우리는 과연 야만이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죽어가는 휴 글래스의 눈앞에서 그의 아들을 살해하고 그를 버리고 도망간 피츠제럴드는 야만이 아닐까?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유럽인을 쫓아다니며 공격하는 아리카라 족은 야만일까? 유행에 따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한 생물종이 멸종될 정도로 사냥하는 유럽인은 야만이 아닐까? 
 
생고기를 먹고 죽어가는 생면부지의 휴 글래스를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방식(돌을 쌓고 불을 피우고 주문을 외우는 방식)으로 치료한 원주민은 야만일까? 
   
원주민이 휴 글래스를 치료한 방식은 그들의 전통적인 치료법으로 보인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북미 최후의 인디언이 천 년을 넘어 전한 마지막 지혜>에 소개된 크리족의 육체와 영혼을 정화시키는 사우나는 다음과 같다.  
  
땀, 공기, 물, 불의 재생능력
 
천막의 높이는 사람의 키와 맞먹는다. 천막 꼭대기에 나무뿌리로 골조를 고정시킨다. 그런 다음에는 순록 가족이나 천으로 천막을 정성스럽게 덮고 돌로 바닥에 고정시킨다. 천막 안에는 의사와 환자를 위해 나뭇가지로 만든 침대를 놓고 그 위에 토끼나 순록 가죽을 덮어둔다. 그리고 속이 빈 통나무를 여러 개 놓고 그 안에 시뻘겋게 달군 돌을 가득 채운다. ... (중략) ...
 빨갛게 달아오른 자갈을 천막 안에 넣고 돌 위에 천천히 물을 붓는다. 증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로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게 된다.…(후략) 


동료에게 버려진 휴 글래스를 정성껏 치료한 원주민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우리는 야만인입니다(on est tous des sauvages)”라고 쓰인 팻말을 목에 걸고 나무에 매달려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아메리카에서 사냥 당한 것은 비버만이 아니었다. 
 
re4.jpg » “우리는 야만인입니다”
 
나와 다름에 대한 이해의 부재
 
이냐리투 감독은 <맥스무비>와의 인터뷰에서 피츠제럴드는 악한 것이 아니라 무지한 것이라고 하였다. 18세기 유럽의 모자장수 역시 미친 것이 아니라 무지한 것이었고, 결국 무지로 인해 죽었다. 
 
모자장수가 수은에 대해 무지했다면 피츠제럴드는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해 무지하다. 그는 자신과 다른 존재를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며 두려워한다. 그리고 다름에 대한 두려움은 다름을 ‘열등’으로 생각하고 다른 존재를 ‘혐오’하는 것으로 해소한다. 
   
이것은 대다수 모피 사냥꾼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다름에 대해 무지했고 다름을 혐오했으며, 피츠제럴드처럼 탐욕에 의해 움직였다. 그들은 자신과 다른 생명인 비버와 자연을 마음껏 파괴했고, 자신과 다른 색깔의 피부와 눈을 가진 원주민을 무참히 살해했다. 피츠제럴드가 다른 사냥꾼에 비해 유난히 더 이기적이고 악하게 보이는 것은 다름의 대상이 같은 백인 동료인 휴 글래스에게까지 노골적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re2.jpg »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모피 사냥꾼들에게 그곳 자연과 원주민은 타자였을 뿐이다. 영화 <레버넌트>의 한 장면.
   
아메리카 대륙은 모피 사냥꾼들에 의해 인간과 자연과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그 관계는 이해의 부재를 바탕으로 한 혐오와 약탈의 관계였다.
 
이냐리투 감독은 ‘나와 다름에 대한 이해의 부재’가 현대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의 시작이 되었다고 지적하며, 자본주의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역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레버넌트>에 공감할 수 있다고 하였다(<맥스무비> 2016년 1월호 ‘레버넌트: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인터뷰).
   
우리는 여전히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많은 사람이 ‘치느님‘에 열광하고 식사 후에는 원두를 내려 만든 커피를 마시며, 유행에 따라 비슷한 옷을 사서 입는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치킨과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많은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버려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모자장수와 비버, 인디언, 사냥꾼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의 눈을 가리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사회 안에서 우리는 소비를 통해 같음을 추구한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은 “나는 문명화된 사회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위대한 성과를 부정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그러나 그 정복은 엄청난 상실을 대가로 이뤄진 것이다. 이제 막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가를 엿보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과학과 기술로 무장한 우리의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삶 뒤에 숨겨진 야만과 상실을 아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모자장수와 사냥꾼과 인디언과 비버가 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아는 것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권혜선/환경과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단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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