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상 밑 거대 ‘유령 산맥’ 미스터리 풀려

조홍섭 2011. 11. 18
조회수 113914 추천수 0

얼음 밑 3천m에 알프스 규모의 가파른 산맥, 생성 원인 미스테리

10억년에 걸친 지각변동과 얼음 봉인이 어린 산맥 보존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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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부르쳬프 산맥이 있는 남극 대륙 내부의 빙상 모습. 사진=미 국립과학재단(NSF).  

 

남극 대륙을 둘러싼 가장 큰 수수께끼의 하나가 풀렸다.
 
1958년 소련의 남극 탐사대는 남극대륙 동쪽 지역을 레이더로 탐사하던 중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약 3000m 깊이의 빙상(얼음 탁자) 밑에 지반이 있는데, 평평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마치 갓 태어난 산맥처럼 가파른 봉우리와 깊은 계곡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탐사대의 지구물리학자 그리고리예 갬부르쳬프의 이름을 딴 갬부르쳬프 산맥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그 후 반세기 동안 수수께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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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밑 갬부르셰프 산맥의 탐사 얼개도. 그림=지나 데레츠키, 미 국립과학재단(NSF)

 

2007~2009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중국,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7개국으로 이뤄진 국제 조사단은 항공기에 얼음 투과 레이더와 중력계, 자기측정기 등을 싣고 갬부르쳬프 상공을 샅샅이 조사해 <네이처> 최근호에 보고했다.
 

연구자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어떻게 오래 된 대륙 한 가운데 규모와 크기가 유럽의 알프스 산맥과 비슷한 ‘어린’ 산맥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때 남극대륙과 연결돼 있던 호주 대륙에도 높은 산은 없고, 또 산이 있었더라도 오랜 세월 침식을 받으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연구자들이 지구물리학 자료를 종합해 추정한 바로는 갬부르쳬프 산맥은 단번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10억년에 걸친 여러 단계의 지질학적 과정을 거쳤으며, 그 핵심은 동아프리카 리프트 밸리에서 보는 것 같은 지각이 갈라지면서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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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부르셰프 산맥 형성 과정. a.10억년 전 대륙 충돌로 산맥과 뿌리 생성 b. 산맥 부분 침식 c. 2.5억년과 1억년 전 지각 분열기에 산맥 재 형성 d.강과 빙하 침식으로 현재의 가파른 산맥 형태 드러나고 두터운 얼음층으로 덮임. 그림=파우스토 페라치올리. 

 

연구자들이 추정한 얼음 밑 산맥의 형성 과정은 이렇다(위 그림 참조).
 

아직 고등생물이 출현하기 이전인 약 10억년 전 초대륙이 형성되면서 큰 산맥이 만들어졌다. 대륙충돌은 히말라야나 알프스 산맥 같은 조산대를 이룬다. 이 산맥 밑에는 거대한 ‘지각 뿌리’가 자리 잡았다.
 

이후 고산지대는 수억년 동안 침식을 받아 모조리 사라졌지만 지각의 뿌리는 차갑게 식은 채 남았다. 연구자들은 공룡이 어슬렁거리던 약 2억5000만년 전과 1억년 전 지각변동으로 대륙이 갈라지는 시기에 죽었던 뿌리가 다시 활성화됐다고 보았다.
 

옛 지각이 양쪽으로 벌어지면서 새로운 지각이 생겨났다. 연구진은 그 증거로 갬부르쳬프 산맥을 지나는 2500㎞ 길이의 열곡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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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대륙에서 갬부르셰프 산맥의 위치(왼쪽 그림의  오른쪽 세모)

 

일반적으로 산은 화산이 분출하거나 대륙이 충돌하는 곳, 또는 지각이 갈라져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는 열곡에서 생겨난다. 갬부르쳬프 산맥은 동아프리카처럼 열곡에서 형성됐다는 것이다.
 

활성화된 산맥 뿌리의 밀도가 낮아져 부력을 받자 산맥은 더욱 높아졌고, 강과 빙하에 깎여 뾰족한 봉우리와 깊은 계곡이 생겼다. 그로 인해 산맥의 무게가 줄어들자 균형을 맞추느라 산맥은 더욱 솟아올랐다. 길이 800㎞에 봉우리 높이 3400m의 갬부르쳬프 산맥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약 3400만년 전 빙하가 갓 태어난 산맥을 덮어 영구 보존했다. 두께 3000m에 이르는 얼음층이 없었다면 이 산맥은 모두 침식돼 사라졌을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파우스토페라치올리 영국 남극조사단 박사는 “남극의 열곡 시스템이 동아프리카 열곡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멋진 일”이라며 “이 열곡 시스템에는 남극 최대의 얼음 밑 담수호인 보스토크 호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구물리학적 탐사를 통한 간접 조사일 뿐 직접 얼음 밑 암반을 굴착한 것은 아니다. 연구에 참여한 로빈 벨 콜롬비아 대 박사는 “달에선 암석 표본을 가져왔지만 갬부르쳬프에선 돌멩이 하나 못 구했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는 남극 빙상의 진화과정을 해명해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추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East Antarctic rifting triggers uplift of the Gamburtsev Mountains
Fausto Ferraccioli,1 Carol A. Finn,2 Tom A. Jordan,1 Robin E. Bell,3 Lester M. Anderson1 & Detlef Damaske4
Nature Volume: 479, Pages:388-392 Date published: (17 November 2011)
DOI: doi:10.1038/nature1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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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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