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댐 인권도 가뒀다

김정욱 2016. 0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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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강·황하 큰비 안 오면 바다 못 미쳐…4대강 사업 물 가두고, 식수용 댐 또 지어
물은 만인·만물에 주는 은혜…유역 주민이 유역위원회 만들어 민주적으로 관리해야 

da0.jpg » 지난해보다 일찍 낙동강에서 시작된 녹조가 7일 경북 고령군 우곡면 우곡교 주변 강물을 뒤덮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물을 가둔 뒤 해마다 녹조와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물은 원래 하늘이 부자나 가난한 자나 힘 있는 자나 힘없는 자나 악인이나 선인이나 차별 없이 또 값없이 만민에게 내리는 은혜였다. 또 인간만이 아니라 이 지구의 모든 만물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간의 물 사용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물 이용에 따른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물이 돈을 내야 살 수 있는 상품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인간이 물을 독점하여 쓰는 바람에 강과 호수가 말라 생태계가 고사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댐 건설로 인하여 이러한 분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댐은 홍수와 가뭄을 막고 전기를 생산한다는 등의 목적을 내세워 건설하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목적은 먼 지역으로 다량의 물을 공급하는 데에 있다. 댐을 지으면 반드시 수몰지역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희생을 요구한다. 대개 수몰지역은 주민 수가 적거나 힘이 없는 주민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인권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댐에 담아둔 물을 수계 밖의 먼 지역으로 다량 보낼 때에는 하천이 말라 하류 유역의 주민들과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미국의 콜로라도강은 댐에 저류된 물은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대도시로 거의 다 보낸다. 
 
콜로라도강은 하류가 멕시코를 거쳐 멕시코만으로 흘러드는데, 미국에서 이 물을 거의 다 쓰기 때문에 1963년 이후로는 특별히 큰 비가 내린 해가 아니면 바다로는 물이 한 방울도 흘러가지 않는다. 

yellow_river_20090620.jpg » 중국 황하 하구의 2009년 모습. 강물이 바다까지 이르지 못하는 날이 종종 있다. 사진=미항공우주국
 
중국의 황하도 상류에서 물을 너무 많이 쓴 탓에 1972년 이후로 해마다 강이 말라 바다까지 흐르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1997년에는 226일 동안이나 강바닥이 말랐다. 황하는 예전에는 중국 문명의 발상지로 중국에 축복을 가져온 강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의 슬픔 (China‘s Sorrow)’으로 불린다. 
 
이명박 정부가 태국에 4대강 사업을 수출했다고 발표하였는데, 이 공사는 289㎞에 이르는 대규모 인공수로를 만들고 댐을 지어 강물을 다른 지역으로 빼돌리는 공사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많은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에 이 공사를 둘러싸고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대규모 반대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결국 태국판 4대강 사업은 주빈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da2.jpg » 2013년 9월22일 타이 방콕 중심가의 예술문화센터 앞에서 1만여명이 모여 정부의 물관리사업 중 일부인 매웡댐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유주현 기자
 
우리나라도 광역상수도 시스템 개념을 도입하면서 댐을 쌓아 강물을 다른 수계로 다량 보내고 있는데, 금강은 상류의 용담댐과 금강 하구호의 물을 새만금의 오염된 물을 희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내고 있고 섬진강 물 대부분도 영산강 유역으로 보내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을 하면서는 4대강 본류에 16개의 댐을 짓는 이외에도 14개의 댐 건설을 추가로 더 추진하고 있다. 그 댐들을 짓겠다고 내세운 목적은 자기모순투성이다. 
 
그 많은 돈을 들여 낙동강에 맑은 물을 많이 모아둔다면서 멀리 지리산에 댐을 지어 부산에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말이 되는가? 가까운 곳에 낙동강 물을 가득 모아두고는 180㎞나 떨어진 영양에 댐을 지어 경산으로 물을 가져가겠다는 발상, 아무리 읽어봐도 목적을 알 수가 없는 영주댐, 달산댐 등 모두가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댐이 생태계에 끼치는 피해도 상당하다. 특히 물고기의 이동을 차단하기 때문에 뱀장어 같은 물고기가 회유하지를 못하여 이로 지탱되던 생태계가 타격을 받고 또 이를 생존의 기반으로 삼던 어민들의 경제적인 손실이 크다. 

da5.jpg » 경기도 하남시의 정비되지 않은 한강의 습지에서 산란을 하는 잉어들. 사진=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그리고 물을 댐에 가두면 수질이 나빠져서 이를 관리하는 데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대형 댐은 더는 지속가능한 수자원관리 방법으로 치지 않는다. 
 
물이 마치 사람만을 위해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다른 동물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토부가 작성한 4대강 사업의 개념은, 강바닥을 수심이 6m 이상 되도록 깊이 파고, 강둑은 돌로 제방을 쌓고, 둑 위에는 체육시설과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제방 위에는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도로가 들어서며, 그 너머에는 친수지구 개발을 하여 각종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da4.jpg »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나오는 강변의 모습(위)과 4대강 사업 개념도. 그림=국토해양부

그리하여 물고기들은 산란할 곳이 없어졌고, 많은 동물이 물을 마시러 강으로 내려오고 개구리들도 강에서 산으로 들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배려가 없다. 특히 최근에는 농촌의 많은 개울을 콘크리트로 바닥과 옆면을 직각으로 찍어낸 수로로 만들어 버렸는데, 물을 마시러 왔던 짐승들과 개구리들이 수로에서 빠져나가지를 못해 죽는 일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선진국에서는 댐을 허물고 하천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지금도 댐 건설 열풍이 불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da6.jpg » 4대강 공사에서 빠져 자연스런 하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섬진강에서 한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다. 사진=이병학 기자
 
댐 건설과 같은 토목공사에는 많은 돈을 남길 수가 있기 때문에 건설업자들이 정권과 결탁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국토부가 정한 설계가격의 55% 수준에서 낙찰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건설회사가 손해를 보고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부의 단가가 워낙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건설공사에 워낙 비리가 많아서 공사비를 실제 가격에 맞추어 발주를 하면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주민들이 추진하던 공사가 정부의 공사로 바뀌면 공사비가 두 배로 뛴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 전에 성남시장이 국토부의 설계단가를 거부하고 현실적인 단가로 공사를 발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4대강 사업은 통상적인 관례를 깨고 건설사들이 짬짜미를 하여 낙찰률을 98%까지도 올렸다고 보도되었다. 그래서 전국건설노동조합은 4대강 사업비 22조원 가운데 건설기계 임대료 9조원이 건설회사의 부당 이익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조원짜리 사업을 22조원으로 부풀렸다고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4대강 사업에 비리가 많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언젠가는 샅샅이 조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은 자연이 만민에게 또 만물에 공짜로 골고루 내리는 은혜이다. 그래서 물은 그 유역의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물을 지키기 위한 의무도 다해야 한다. 

da3.jpg »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시냇물'. 생태와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강의 모습을 그렸다.
 
힘으로 소수의 주민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강에다 댐을 건설하면 댐을 건설한 주체가 댐 물의 주인이 되어 물을 돈을 받고 팔면서 물 이용권을 마음대로 주관하는 일이 허다한데, 이것은 부당하다. 
 
물 주인은 댐 회사가 아니다. 유역의 주민들이 물의 주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하늘은 물을 사람만 쓰라고 내린 것이 아니다. 유역의 모든 생물들도 그 물로 생존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것이 하늘의 도리이다. 
 
또 물은 유역 단위로 관리되어야 한다. 원래 물은 그 유역 안의 사람들과 생물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유역으로 물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유역민의 동의 아래 그렇게 해야지 제3자가 힘으로 이 물을 빼앗아 다른 지역에 주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 한 유역에는 그 유역의 주민들이 유역의 물을 관리하기 위한 유역위원회를 만들어 민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김정욱/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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