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생활 화학물질은 어디로 가나

이동수 2016. 0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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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세제, 화장품 등 의약개인위생용품 (PPCPs) 세계적 관심사 떠올라

하천생태계 모여 다시 인체 영향, 정보공개와 시민참여, 예방조처 필요


05592931_R_0.jpg » 유엔이 지정한 '제45회 세계 환경의 날'인 6월5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2층 바스락홀에 가습기살균제 사망자 266명을 추모하는 촛불 형상의 엘이디(LED) 266개가 켜져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충격이 크다. 일상에서 사용한 화학물질로 인해 엄청난 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이 그렇고, 그렇게 큰 피해가 났는데도 몇 년씩 진상조사와 책임규명, 재발방지책 등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다


피해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걸음이 이제라도 시작된 것 같아 죄송하면서도 한편으론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생활 속의 화학물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짚어 볼 필요를 다시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개인위생과 미용을 목적으로 많은 종류의 제품을 사용한다. 치료나 영양을 위해 약을 먹고, 치약, 샴푸와 액체비누로 몸을 씻으며,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머리카락 염색과 더불어 향수를 뿌리며 여러 종류의 화장품을 겹으로 사용한다


빨래와 청소를 위해 다양한 세제를 쓰며, 기분을 좋게 하는 냄새 제거제나 방향제를 쓰고 모기나 바퀴벌레 등 집안의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도 쓴다. 또한 가축이나 애완동물에 사용하는 의약품도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외국에서는 이러한 제품들을 묶어서 의약개인위생용품 (PPCPs, (Pharmaceuticals and Personal Care Products)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제품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예외 없이 그 안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이다.


그림1.jpg » 편의점에 진열된 다양한 생활 화학물질. 이 모든 화학물질이 환경 속에서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이동수 서울대 교수

 

일상의 화학물질은 특정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므로 생체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의약품은 생리적으로 신체기능에 변화를 일으키도록 만들어졌으니 아무런 영향을 일으킬 수 없다면 처음부터 의약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화학물질도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므로 인간이나 생태계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항상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들 가운데 독성이 제대로 알려져 있는 물질의 수는 5%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5월에 생활화학제품 15종에 대해 안전성을 확인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1) 세정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코팅제, 접착제, 방향제, 탈취제, 방청제, 소독제, 방충제, 방부제 등 우리가 늘 사용하는 것들이 조사대상인데, 뒤집어 말하면 그 동안 이들의 안전성이 확인도 안 된 채로 판매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PPCPs용 화학물질은 사람이 먹거나 직접 접촉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인체에 끼치는 급성독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물질은 사람은 물론 수서생태계의 조류(algae), 무척추동물, 어류 등에 급성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2)


또한 이러한 화학물질에 낮은 농도로 장기간 노출되는 생태계에는 만성적이거나 지연된 악영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내분비계 교란을 통한 여러 부작용, 세포와 유전자 손상, 개체의 성장과 활동도 저하 등 다양하게 밝혀지고 있으나 아직도 충분하지 않아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데,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계 호르몬류의 생태계 영향에 대해서는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3)

 

원래의 화학물질에서 유래한 부산물의 유해성도 관심사이다. 예를 들어, 의약품은 체내에서 대사작용을 통해 부산물로 바뀌며, 자연에서 미생물이나 빛에 의해 본래의 물질이 변화하여 부산물이 발생되는데, 이의 유해성이 원래의 물질보다 더 강한 독성을 띠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독성 부산물의 생성은 화학물질의 관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생활 속의 화학물질이 일으킬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시민단체나 전문가가 산발적으로 경각심을 일깨워 왔다.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와 같이 단기간에 충격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천천히 눈에 띠지 않게 진행되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어야만 비로소 우리가 알게 되는 것도 양상이 달라서 그렇지 심각한 문제이긴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일상 속의 화학물질과 관련하여 최근에 밝혀진 사실과 동향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최근 환경독성, 환경생태, 환경화학 등의 국제 학계와 여러 국가의 환경과 화학물질 관리부서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항은 수천종이 넘는 이 화학물질들은 사용 후 얼마나 많은 양이 어떻게 되어 어디로 가고 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하는 것이다


수십년도 넘게 사용되어 왔는데 학계에서도 연구가 미진하고, 정부도 환경적으로는 규제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관심을 보이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결과만이라도 일상에서 알면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간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1. PPCPs 용 화학물질은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환경으로 유입된다.


01256826_R_0.jpg » 하수처리장은 생활 속에서 사용한 약과 세제 등 모든 화학물질이 모여드는 곳이다. 난지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의 침전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대부분의 의약품이나 개인위생용품은 소비과정에서 하수관을 거쳐 결국 하천으로 유입된다. 의약품은 체내에서 배설된 후 변기를 지나 분뇨나 하수관을 거쳐 하천에 유입된다


또한 가정에서 복용되지 않고 남은 약들도 변기에 버려지면 같은 경로를 거친다. 개인용품도 샤워나 목욕, 세척 중에 씻겨 내려가 하수관을 거쳐 하천에 유입된다. 국내에는 빗물과 하수가 같이 모아지는 합류식 하수체계가 흔하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으면 하수처리장을 거쳐 일부 처리가 된 후 하천에 유입이 되나, 비가 와서 하수량이 늘어나면 빗물이 다량 섞인 하수의 일부는 그대로 하천으로 방류된다


또한 하수처리장과 연결되지 않은 하수관에서 직접 하천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PPCPs 용 화학물질들이 결국 모이게 되는 하천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주목되고 있다. 물론 가정뿐만 아니라 PPCPs 제품의 생산과 취급 사업장(병원 포함)의 폐수와 폐수처리장 방류수를 통해서도 하천에 유입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배출된 쓰레기의 일부는 매립장에 묻힌다. 따라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쓰다 남은 의약품이나 생활용품, 화장지나 솜 등으로 닦아낸 화장품이나 연고, 자외선 차단제 등이 매립장에 묻혀 있다가 침출수를 통해 밖으로 나와 처리장을 거쳐 하천으로 유입된다.

 

PPCPs 화학물질로 오염된 하천수를 관개수로 사용하거나, 음식물과 가축분뇨 퇴비, 하수슬러지 등을 토양에 살포하는 경우 토양환경으로 화학물질이 유입된다. 토양환경 중의 화학물질은 강우 시 지표유출이나 지하수를 통해 결국은 다시 하천으로 유입하게 된다. 그러나 관개수 사용과 토양환경의 오염은 농작물의 오염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인체로 돌아오는 길이 될 수 있다.

 

이 물질의 관리에서 정말 큰 문제는 경로별로 얼마나 많은 양이 환경으로 유입되는지를 아직 잘 모른다는 점이다. 대략적인 추정을 통해서 국가나 큰 규모의 유역 단위의 환경유입량을 계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고, 좀 더 세분된 시공간별 유입량을 배출원별로 파악하는 것 대해서는 불확실한 추정조차 대단히 드물다. 이는 환경유입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2. 환경 중 오염과 영향은 얼마나 심각할까?

 

01383186_R_0.jpg » 먹고 남은 의약품을 그냥 버리면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항생제는 특히 문제가 된다. 가정내 불용 의약품 수거 캠페인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PPCPs 중 화학물질에 대한 환경오염도 측정자료는 최근의 분석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크게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은 국가의 규제물질도 아니고 물질의 종류도 수천 가지라 분석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어느 나라든 오염도 측정과 감시가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측정된 오염도는 물질과 지역에 따라 매우 큰 편차를 보이는데 하천에서는 일반적으로 1ℓ당 나노그램(물 1ℓ에 10억분의 1g, 100만분의 1 ppm) ~ 마이크로그램(물 1ℓ에 100만분의 1g, 1000분의 1 ppm) 수준으로서 이는 ppm 수준에 있는 다른 여러 오염물질에 비하면 매우 낮은 오염도이다.

 

이렇게 낮은 오염도 때문에 현재까지 알려진 자료와 지식에 근거한 위해성평가에 따르면 하천수 오염으로 인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낮은 농도에서의 장기간 노출에 따른 영향에 대해 연구가 필요하다.4) 


반면에 수서생태계의 위해도는 허용치를 넘는 경우들이 이미 발견되고 있어서 크게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해성평가조차 아직 잠재적인 결과이며 특히 수천 종에 달하는 물질 모두의 위해성을 종합한 것이 아니다.


또한 많은 수의 화학물질이 혼합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성의 상승작용에 대해서도 모르기 때문에 위해성이 과소평가될 수도 있다. 더욱이 오염된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함에 따라 토양과 농작물이 오염되고 이를 섭취하여 발생할 수 있는 건강영향도 아직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가까운 미래에 기후변화에 따라 물 공급이 지금보다 더 부족하게 되어 중수도의 사용 등 물의 재활용률이 대폭 커져야할 상황이 되는 경우 오염된 하천수에 대한 노출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도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3. 무엇을 할 것인가?

 

05008970_P_0.jpg » 개인이 모든 생활속 화학물질의 유해정보를 알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정부의 예방 정책과 정보 공개, 시민 참여가 필요하다. <한겨레> 자료 사진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PPCPs 소비를 줄이는 것이 방법이다. 의약품의 경우 사실 외국에서는 소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쓰다 남은 약의 반납을 도와 환경유입을 줄이려는 프로그램들이 있으나5) 우리는 그런 프로그램이 전혀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신중하게 약을 구매하고 복용하여 불필요한 약의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남은 약을 폐기한다면 변기보다는 쓰레기통이 낫다.6)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과정에서 고착되거나 제거되는 양이 더 커서 하수배출보다 환경유입량이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노력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줄인다 하더라도 안 쓰기는 어렵고, 유해한 성분이 덜 들어있는 제품을 고르기는 너무 어렵다. 화학물질의 수도 너무 많고 이름을 구별하기도 버거우며 제품에 사용된 화학물질의 표시도 불완전하고 표시된 성분의 유해성을 알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판단과 결정의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다. 당연히 다각적인 평가를 거쳐 기준을 통과한 물질 혹은 제품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제도가 마련되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유럽연합의 새 화학물질관리제도(REACH)7) 2015년에 발효된(그러나 3년간 시행이 미루어진) 우리나라의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 등에 관한 법률8) 그런 점에서 과거보다는 진일보한 제도이다.


화학물질이 일정 규모 이상 제조 혹은 수입되는 경우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유해성 자료를 사업자가 사전에 제시하고, 예상사용량을 바탕으로 위해성평가까지 미리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상 물질의 범위를 더 확장해야 한다거나 법에서 요구하는 각종 자료의 생산이나 평가를 위한 기술의 확보 등 법의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으므로 아직 갈 길은 멀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시민, 시민단체, 전문가가 정책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협의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만 일상생활의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내고 실행할 수 있다.


이동수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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