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생물 탐사, 야생자두 등 신종·미기록종 쏟아져

조홍섭 2016. 06. 29
조회수 12077 추천수 0
24시간 동안 1541종 확인해 생물다양성 보고 입증, 서울숲의 2배
야생자두 신종, 무당벌레붙이·꼬마꽃벌 류 각 1종은 미기록종 후보

bio1.jpg » 참가자들이 한상국 국립수목원 박사로부터 펀치볼 둘레길에서 만나는 버섯에 관한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하룻동안 79종의 버섯이 확인됐다.
 
비무장지대(DMZ)와 그 주변인 민통선 일대는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개발압력이 높은 온대지역이면서도 한국전쟁 이후 60여년 동안 민간인의 접근이 금지 또는 제한됐기 때문이다.
 
서해의 습지와 농경지부터 중·동부의 고산지대를 거쳐 동해안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248㎞ 길이의 비무장지대 일원은 백두대간, 서해안과 함께 한반도의 3대 생태축을 이룬다.

bio2.jpg »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전경. 차별침식으로 형성된 분지로서 '펀치볼'로 불린다.
 
국립수목원은 25~26일 동안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일대에서 제7회 바이오블리츠 행사를 열었다. 바이오블리츠란 생물 전문가가 일반인과 함께 24시간 동안 행사 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생물종을 찾아 목록으로 만드는 과학 참여 활동이다.
 
행사가 열린 해안면 펀치볼 둘레길은 한국전쟁 격전지로 화채그릇 모양의 분지인데 훼손되지 않은 산악지대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분지 안은 대규모 농업단지로 개발된 곳이다.

bio9.jpg » 바이오블리츠 참가자들. 전문가와 아마추어, 일반인이 함께 걸으면서 생물다양성을 조사하고 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연구방법과 도구 등을 살펴보기도 했다.
 
조사 결과 모두 1541종의 생물이 확인됐다. 이는 2014년 서울숲에서 확인한 777종보다 곱절이 많고, 2013년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된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자연휴양림에서 확인한 1689종에 버금가는 종수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짧은 조사기간에도 신종과 미기록종 후보가 여럿 발견되는 등 세계적인 멸종사태에 맞서 종다양성을 긴급하게 확인하자는 행사 취지에 맞는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bio3.jpg » 신종으로 추정되는 야생자두. 국립수목원은 추가 연구로 관련 내용을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견된 야생자두는 세계 학계에 처음 보고되는 신종일 가능성이 있다고 국립수목원은 밝혔다. 최경 국립수목원 박사는 “우리가 아는 과수인 자두나무가 아닌 자두류의 신종일 가능성이 있다”며 “키 8~10m이며 해안면을 중심으로 계곡과 산록의 숲 가장자리에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bio4.jpg »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미기록종 후보인 무당벌레붙이류 곤충.

bio5.jpg » 털보애꽃벌과에 속하는 미기록종 꼬마꽃벌류 곤충.
 
곤충류에서는 무당벌레붙이류와 꼬마꽃벌류 각 1종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기록되는 미기록종 으로 밝혀졌다. 임종옥 국립수목원 박사는 “발견된 무당벌레붙이류는 앞날개 딱지에 3개의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유충은 버섯이나 곰팡이를 먹고산다. 새로 발견된 꼬마꽃벌은 이제까지 일본과 중국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bio6.jpg » 조사는 한밤중까지 이어진다. 자외선 등을 밝혀 스크린에 모여든 곤충을 관찰하는 참가자.

bio10.jpg » 연구자들의 텐트를 방문해 연구방법과 표본 등을 알아보는 어린 참가자들.
 
거미는 말꼬마거미와 여덟흑먼지거미 등 모두 45종이 확인됐다. 여덟흑먼지거미는 거미줄 가운데에 먼지를 붙여 위장하고 있다가 먹이가 다가오면 잡아먹는 독특한 사냥술을 쓴다. 
 
버섯은 비 온 직후인 점도 작용해 역대 최고인 79종이 기록됐다. 한상국 국립수목원 박사는 “생태환경이 좋은 곳에서 60종 정도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라며 “겨울이나 초봄에 나오는 팽이버섯이 이곳에선 6월까지 자라 특이했고 매우 희귀한 분홍애주름버섯이 발견된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

bio7.jpg » 분홍애주름버섯. 아름다운 이 버섯은 매우 희귀한 종이다.
 
펀치볼 지역의 하천은 내린천의 상류로 한때 열목어, 쉬리, 어름치, 새미 등 다양한 냉수성 어종이 발견됐으나 하천 개수와 농업 폐수로 인해 생태계가 단순해졌다. 이번 조사에서 붕어, 미꾸리, 버들치 등 6종 만이 확인됐다.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은 “하천정비로 하상구조가 단순화됐고 화학비료가 흘러들어 물이 탁하고 수질이 좋지 않다”며 “1급수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버들치가 서식하는 것은 수온이 차갑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bio11.jpg » 조사 이튿날 새벽에는 윤무부 박사의 안내로 조류를 조사했다.
 
조류는 37종이 발견됐는데, 흔치 않은 여름철새인 칡때까치를 비롯해 새호리기, 매사촌 등은 산림이 우거진 곳에서만 발견되는 새이다.
 
8종이 발견된 양서·파충류로는 무당개구리와 유혈목이(꽃뱀), 쇠살모사가 많았다. 또 포유류로는 삵과 산양의 서식이 확인되는 등 9종이 기록됐다. 김용기 인천대 생물자원환경 연구소박사는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사향노루와 고라니, 족제비의 서식 가능성이 있다”며 “지뢰지역의 철망이 촘촘해 동물 이동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bio8.jpg » 해안면에 흔한 무당개구리. 놀라면 배의 검붉은 무늬로 위협한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이번 바이오블리츠 행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대지역에서 인위적인 간섭이 최소화한 채로 60년 이상을 유지해온 디엠지 일대에서 열려 의미가 크다”며 “신종과 미기록종까지 발견하는 뜻밖의 소득을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국립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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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언론인/ 자연작가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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