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와 색까지 호박에 보존된 공룡시대 새

조홍섭 2016. 06. 30
조회수 21256 추천수 0

9900만년 전 나뭇진에 빠져 갇힌 어린 새 날개 발견

깃털 3차원 구조와 무늬, 색깔 생생…마지막 몸부림도


1_CHEUNG CHUNG.jpg » 호박 속에 날개 화석이 발견된 중생대 고대 새의 상상도. 그림=CHEUNG CHUNG


중생대 백악기는 공룡의 시대였지만 다양한 새들이 살았다. 가장 개체수도 많고 다양한 종류인 에난티오르니테스는 부리에 이가 나 있고 날개에 발톱이 달린 것을 빼면 현대의 새와 매우 비슷했다.


9900만년 전 에난티오르니테스의 어린 새가 둥지를 벗어나 탐험에 나섰다. 어미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기다리기에 지루한 나머지 날개 끝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나뭇가지를 쥐면서 세상구경에 나섰다.


하지만 아차 하는 순간 미끄러졌는데 하필 나뭇진 속에 빠졌다. 어린 새는 몸부림치면서 끈끈한 진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어린 새를 삼킨 나뭇진은 땅속 깊은 곳에서 고온과 고압을 받아 호박이 됐다. 


5_Royal Saskatchewan Museum _ R.C. McKellar.jpg » 백악기 새의 날개가 들어있는 호박. 곤충 등 당시의 다른 생물이 들어있는 것이 보인다. Royal Saskatchewan Museum, R.C. McKellar


리다 칭 중국 지구과학대 지질학자는 지난해 미얀마 카친 주 시장에서 새의 날개 2개가 들어있는 호박을 발견하고 곧바로 연구에 들어갔다. 엑스선 주사 현미경으로 호박 안에 고스란히 갇혀 있는 날개의 세부 구조를 상세히 연구했다.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리다 칭 등 연구자들은 2차원으로 압축된 화석에서는 볼 수 없는 백악기 조류 날개의 입체적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날개의 작은 크기와 덜 발달한 관절로 보아 이 날개의 주인공은 어린 새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길이 2~3㎝인 두 개의 작은 날개는 같은 종에 속하는 것으로 보았다.


2_bird-amber-claw-12.jpg » 섬유의 가느다란 가지까지 보존된 호박속 고대 새 날개의 현미경 사진. Royal Saskatchewan Museum, R.C. McKellar


날개는 섬유 한 올까지 구분할 수 있었고 줄과 점 무늬의 흔적도 드러났다. 깃털의 색깔 차이도 드러났다.


호박에는 작은 금이 두 개 남아있는데, 연구자는 이것이 어린 새가 나뭇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톱으로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3_RSM -R.C. McKellar3.jpg » 어두운 윗부분의 깃털과 밝은 노랑색의 아래쪽 깃털의 색깔이 구별된다. Royal Saskatchewan Museum, R.C. McKellar


4_RSM -R.C. McKellar.jpg » 날개끝에 달린 작고 날카로운 발톱. 당시 에난티오르니테스 조류는 부리의 이와 이 날개 발톱을 빼면 현대 새와 흡사했다. Royal Saskatchewan Museum, R.C. McKellar


중생대 조류인 에난티오르니테스는 공룡과 함께 6600만년 전에 모두 멸종했다. 


미얀마 동북부에서 채굴된 호박에는 중생대 곤충과 식물 등의 화석이 온전하게 보존된 채로 자주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ida Xing et. al., Mummified precocial bird wings in mid-Cretaceous Burmese amber, Nature Communications, 7:12089, DOI: 10.1038/ncomms12089. www.nature.com/naturecommunications.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호주 최고 포식자는 나무 타는 사자였다호주 최고 포식자는 나무 타는 사자였다

    조홍섭 | 2018. 12. 14

    강력한 앞발과 꼬리 이용…150㎏ 몸집의 ‘잠복 포식자’초식동물서 진화한 ‘주머니사자’, 3만5천년 전 멸종10만년 전만 해도 호주에는 거대한 유대류가 득실거렸다. 키 2m에 몸무게 230㎏인 초대형 캥거루를 비롯해 하마 크기의 초식동물인 자이언트...

  • 지질학적으로 현세는 ‘치킨 시대’지질학적으로 현세는 ‘치킨 시대’

    조홍섭 | 2018. 12. 14

    50년대보다 5배 무게 ‘괴물’, 한해 658억 마리 도축해 화석 남기 쉬워옥수수 주식, 연중 산란, 골다공증 등도 특징…인류세 지표 화석 가치1950년대를 기점으로 지구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접어들었다는 논의가 지질학자 사이에 활발하...

  • 소가 풀 뜯을 때 진딧물은? 땅으로 뛰었다 업혀 복귀소가 풀 뜯을 때 진딧물은? 땅으로 뛰었다 업혀 복귀

    조홍섭 | 2018. 12. 12

    대형 초식동물 접근하면 80%가 ‘점프’로 먹힐 위험 피해새끼는 걸음 빠른 성체 등에 업혀 숙주식물로 돌아가진딧물이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상대를 피해 잎이나 줄기 건너편으로 걸어 피하거나 아예 땅바닥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 ‘생존률 75%’ 보르네오 개구리…비결은 아빠의 헌신‘생존률 75%’ 보르네오 개구리…비결은 아빠의 헌신

    조홍섭 | 2018. 12. 11

    보르네오 개구리 수컷, 알 지키고 올챙이 업어 웅덩이 정착까지 ‘책임’ ‘성 역할 역전’…여러 암컷이 수컷 확보 경쟁, 암컷이 더 자주 울기도동물계에는 수컷이 ‘좋은 아빠’이자 ‘충직한 남편’ 노릇을 하는 종이 여럿 있다. 해마는 대...

  • 요즘 같은 기후변화가 사상 최악 멸종사태 불렀다요즘 같은 기후변화가 사상 최악 멸종사태 불렀다

    조홍섭 | 2018. 12. 07

    수온 10도 상승, 신진대사 빨라지는데 산소농도는 낮아져 떼죽음적도보다 고위도 지역 멸종률 커…현재 지구온난화와 같은 메커니즘적도 바다의 수온이 10도나 높아졌다. 바닷속의 산소농도는 80%나 줄었다. 삼엽충 등 바다 생물들은 숨을 헐떡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