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와 색까지 호박에 보존된 공룡시대 새

조홍섭 2016. 06. 30
조회수 23093 추천수 0

9900만년 전 나뭇진에 빠져 갇힌 어린 새 날개 발견

깃털 3차원 구조와 무늬, 색깔 생생…마지막 몸부림도


1_CHEUNG CHUNG.jpg » 호박 속에 날개 화석이 발견된 중생대 고대 새의 상상도. 그림=CHEUNG CHUNG


중생대 백악기는 공룡의 시대였지만 다양한 새들이 살았다. 가장 개체수도 많고 다양한 종류인 에난티오르니테스는 부리에 이가 나 있고 날개에 발톱이 달린 것을 빼면 현대의 새와 매우 비슷했다.


9900만년 전 에난티오르니테스의 어린 새가 둥지를 벗어나 탐험에 나섰다. 어미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기다리기에 지루한 나머지 날개 끝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나뭇가지를 쥐면서 세상구경에 나섰다.


하지만 아차 하는 순간 미끄러졌는데 하필 나뭇진 속에 빠졌다. 어린 새는 몸부림치면서 끈끈한 진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어린 새를 삼킨 나뭇진은 땅속 깊은 곳에서 고온과 고압을 받아 호박이 됐다. 


5_Royal Saskatchewan Museum _ R.C. McKellar.jpg » 백악기 새의 날개가 들어있는 호박. 곤충 등 당시의 다른 생물이 들어있는 것이 보인다. Royal Saskatchewan Museum, R.C. McKellar


리다 칭 중국 지구과학대 지질학자는 지난해 미얀마 카친 주 시장에서 새의 날개 2개가 들어있는 호박을 발견하고 곧바로 연구에 들어갔다. 엑스선 주사 현미경으로 호박 안에 고스란히 갇혀 있는 날개의 세부 구조를 상세히 연구했다.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리다 칭 등 연구자들은 2차원으로 압축된 화석에서는 볼 수 없는 백악기 조류 날개의 입체적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날개의 작은 크기와 덜 발달한 관절로 보아 이 날개의 주인공은 어린 새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길이 2~3㎝인 두 개의 작은 날개는 같은 종에 속하는 것으로 보았다.


2_bird-amber-claw-12.jpg » 섬유의 가느다란 가지까지 보존된 호박속 고대 새 날개의 현미경 사진. Royal Saskatchewan Museum, R.C. McKellar


날개는 섬유 한 올까지 구분할 수 있었고 줄과 점 무늬의 흔적도 드러났다. 깃털의 색깔 차이도 드러났다.


호박에는 작은 금이 두 개 남아있는데, 연구자는 이것이 어린 새가 나뭇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톱으로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3_RSM -R.C. McKellar3.jpg » 어두운 윗부분의 깃털과 밝은 노랑색의 아래쪽 깃털의 색깔이 구별된다. Royal Saskatchewan Museum, R.C. McKellar


4_RSM -R.C. McKellar.jpg » 날개끝에 달린 작고 날카로운 발톱. 당시 에난티오르니테스 조류는 부리의 이와 이 날개 발톱을 빼면 현대 새와 흡사했다. Royal Saskatchewan Museum, R.C. McKellar


중생대 조류인 에난티오르니테스는 공룡과 함께 6600만년 전에 모두 멸종했다. 


미얀마 동북부에서 채굴된 호박에는 중생대 곤충과 식물 등의 화석이 온전하게 보존된 채로 자주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ida Xing et. al., Mummified precocial bird wings in mid-Cretaceous Burmese amber, Nature Communications, 7:12089, DOI: 10.1038/ncomms12089. www.nature.com/naturecommunications.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잠 못 자는 초보 부모, 뒤영벌도 마찬가지잠 못 자는 초보 부모, 뒤영벌도 마찬가지

    조홍섭 | 2019. 10. 18

    제 새끼 아닌데도 잠 줄여 돌봐…수면 길이 융통성 사례첫 아기를 얻은 부모는 기쁨은 잠깐이고 수시로 깨 보채는 아기를 돌보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고통에 시달린다. 다른 동물도 예외가 아니어서, 쥐 등에서도 육아로 인한 수면 부족이 보...

  • 멧돼지도 도구 사용한다-나무껍질로 '삽질'멧돼지도 도구 사용한다-나무껍질로 '삽질'

    조홍섭 | 2019. 10. 17

    번식 둥지 만들 때 코 대신 사용…동료와 새끼에 지식 전파도사람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생각은 깨진 지 오래다. 침팬지 등 영장류는 물론 까마귀와 일부 물고기도 도구를 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동물 목록에 멧돼지도 오르게 됐다.메레디...

  • 인간 음주의 기원은 발효 과일 먹는 원숭이일까인간 음주의 기원은 발효 과일 먹는 원숭이일까

    조홍섭 | 2019. 10. 16

    거미원숭이 실험 결과, 알코올 선호 맞지만 주요 칼로리 원 못돼과일이 너무 익으면 알코올이 생긴다. 과육의 조직이 무너지면서 효모가 침투해 과일 내부의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에틸알코올을 만들기 때문이다.과일을 많이 먹는 동물들이 종종 알코...

  • 서·남해 갯벌서 푸른곰팡이 96종 발견서·남해 갯벌서 푸른곰팡이 96종 발견

    조홍섭 | 2019. 10. 15

    신종 후보 17종 포함…차세대 항생제 개발, 치즈 생산 등에 활용꼭 90년 전 알렉산더 플레밍은 깜빡 잊고 뚜껑을 덮지 않은 배지에 날아든 푸른곰팡이가 세균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곰팡이에서 생산한 페니실린 덕분에 제2차 세...

  • 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

    조홍섭 | 2019. 10. 10

    포식자 고객에 청소 직전과 중간에 ‘앞다리 춤’으로 신호열대 태평양 산호초에는 큰 물고기의 아가미와 입속을 청소하는 작은 새우가 산다. 송곳니가 삐죽한 곰치 입속을 예쁜줄무늬꼬마새우가 드나들며 기생충을 잡아먹고 죽은 피부조직을 떼어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