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탈석탄 달려가는데… ‘석탄 파티’에 취한 한국

김정수 2016.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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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석탄발전소 11기 준공, 연료용 소비량은 세계 5위
발전 중단계획도 사실상 ‘수명연장’, 석탄 전기 ‘싼 맛’ 못 떨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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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 시대가 돌이 부족해 끝난 것은 아니’라는 말을 화석연료 시대를 이끌어온 ‘불타는 돌’을 두고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화석연료인 석탄을 말 그대로 ‘화석’으로 땅 속에 계속 묻어두고 재생가능에너지 시대로 서둘러 넘어가야 한다. 

인간은 석탄을 ‘더러운 에너지’라고 손가락질 하면서도 2013년 전 세계가 쓴 전기의 41.3%를 석탄을 태워 만들었다. 지구촌의 1차 에너지원으로서 석탄의 지위는 여전히 확고하다. 하지만 이 지위를 흔들어 재생가능에너지가 이끄는 미래를 앞당기려는 노력들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말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보조금을 2025년까지 철폐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화석연료의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 다양한 형태로 지원되는 보조금은 화석연료나 화석연료를 사용한 제품 가격을 낮게 유지시켜 소비를 촉진하는 구실을 한다. 

선언문에 따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보조금 철폐는 무엇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로 2013년 세계 연료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6%를 뿜어낸 석탄을 겨냥한 것이다. 석탄은 화석연료 가운데서도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해 우선 퇴출 대상으로 꼽혀왔다. 세계 경제력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나라들이 마감시한까지 못박아 화석연료 보조금 철폐를 선언한 것은 ‘탈석탄’을 향한 지구촌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Stephen Codrington_Strip_coal_mining.jpg » 인도의 노천 석탄 광산 모습.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대부분의 화석연료를 땅속에 남겨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tephen Codrington, 위키미디어 코먼스
 
변화는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세계적 에너지기업 비피(BP)의 자료를 보면, 세계 상업용 석탄 소비량은 개발도상국에서 발전 수요가 늘면서 2005년 이후 10년간 22.7% 증가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업용 석탄 소비량은 같은 기간 16.7% 감소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석탄 대량 소비는 함께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1위 국가인 미국에서는 ‘클린 파워 플랜’으로 석탄발전 억제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이 2014년 현재 13%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7년까지 33%로 끌어올리겠다며 탈석탄을 향한 광폭 행보를 예고했다. 미국 전력 생산의 석탄연료 비중은 2005년까지 50%였다가 천연가스발전이 크게 늘어난데 힘입어 지난해 33%까지 떨어졌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가인 중국도 기후변화 뿐 아니라 사회문제가 된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2013년 국무원이 발표한 대기오염방지행동계획(대기십조)을 바탕으로 석탄 소비 증가를 억제하며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정책 네트워트(REN21)의 지난해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실적 집계에서 중국이 전체 투자 규모, 태양광발전 설비용량, 풍력발전 설비용량, 전체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용량 등 4개 부문 4관왕에 오른 것은 그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른 나라들 가운데는 영국의 탈석탄 행보가 특히 눈에 띈다. 석탄을 연료로 한 산업혁명으로 제국을 건설했던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 전기 생산에서 완전한 ‘탈석탄’에 도달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19세기 런던에서 석탄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여러 차례 영국의 석탄 발전량이 ‘제로’ 상태까지 떨어졌다고 전하는 외신을 보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 듯하다.
  
세계 민간 부문의 석탄 퇴출을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전 세계 투자기관들의 석탄관련 사업 투자 철회 현황을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보면, 7일 현재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총 3조4000억 달러의 투자금을 운용하는 기금, 대학, 재단 등 544개 투자기관들이 석탄 관련 투자 철회에 동참한 상태다.
 
한국은 이런 바깥 세계 움직임과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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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의 <2015 에너지통계연보>를 보면, 한국의 상업용 석탄 연료 소비량은 10년 전인 2006년 5480만toe(석유환산톤)으로 세계 10위였다가 2011년엔 8360만toe으로 독일·폴란드·오스트레일리아를 제치고 7위가 됐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석탄 소비가 줄거나 정체하는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소를 꾸준히 늘려온 결과다. IEA 자료를 보면 1인당 석탄 소비량은 2014년 기준 2.29tce(석탄환산톤)으로 이미 미국과 중국까지 제치고 5위에 올라 있다.
  
한국은 연료용 석탄 소비량에서도 곧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따라잡고 중국, 인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매년 석탄 수백만t씩을 태울 석탄발전소 11기가 올해부터 내년 사이 준공되면서 2015년 말 2만6274㎿(메가와트)이던 설비용량이 3만4998㎿로 33% 이상 늘기 때문이다. 추가될 발전소들이 평균 수준 가동률만 유지해도 지난해 8155만8천여t이던 국내 발전용 석탄 사용량은 1억t을 돌파하게 된다.
 
정부가 6일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의 단계적 폐지와 신규 석탄발전소 계획의 원칙적 중단 방침을 발표한 것도 탈석탄 대열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미 폐지나 연료대체가 추진 중인 4기를 빼고 이번에 새로 폐지 일정이 확정된 삼천포화력1·2호기, 보령화력1·2호기, 호남화력1·2호기 등 6개 석탄발전소가 실제 폐쇄되는 것은 2020~2025년이다. 

앞으로 4~9년간 더 가동돼 짧게는 36년(삼천포화력) 길게는 49년(호남화력)의 수명을 누린 이후인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미 폐지하기로 한 충남 서천화력의 예정 수명을 35년으로 잡은 것을 감안하면, 6일 정부 발표는 사실 석탄발전소 ‘조기 퇴출 계획’이라기보다 ‘수명 연장 계획’에 가깝다.
  
게다가 2022년까지 9개 석탄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계획도 요지부동이다. 9개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8420㎿로, 정부가 폐지하겠다는 10개 발전소 설비용량 3345㎿의 두 배가 넘는다. 이렇게 늘어나게 되는 5075MW의 석탄발전 설비가 현재까지 최신 설비인 870MW짜리 영흥화력 6호기의 효율(2015년 석탄 278만7403t 투입, 전기 700만2528MWh 생산)로 가동된다고 치면 발전용 석탄 사용량은 연간 1600만t 이상 또 늘어나게 된다. 탈석탄은 아직 먼 이야기란 얘기다.
 
한국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의 석탄발전소 건설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4년 수출신용기관을 통한 한국의 해외 석탄산업 투자규모는 70억 달러를 기록해 OECDE 회원국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많았다. 국내외 환경단체들로부터 “온실가스와 대기오염을 판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고서도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30일 열린 기후기금 이사회에서 기후기금의 사업을 수행하고 기금을 분배하는 이행기구로 인증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512 (1).jpg » 그린피스 회원들이 지난 3월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반대하는 행위극을 연출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국이 이처럼 탈석탄 흐름에 눈을 감고 석탄 소비를 계속 늘려가려는 가장 큰 이유는 석탄 값이 싸다는데 있다. <2015 한국전력 통계>를 보면 한국전력이 지난해 발전사업자들부터 구매한 전력 1kWh당 발전원별 구매단가는 원자력 62.61원, 유연탄 71.41원, 액화천연가스(LNG) 169.49원, 풍력 105.99원, 태양광에너지 153.84원 등 이었다. 

유연탄보다 싼 발전원으로 원자력이 있지만 원전에 대한 높은 거부감을 고려하면 석탄발전소 건설은 합리적 선택인 듯 보인다. 그러나 이 가격에는 최근 논란이 된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시민들과 자연이 치르고 있는 건강과 환경피해 비용이 계산되지 않았다.
 
석탄발전소에서 만들어내는 것은 온실가스와 최근 논란이 된 미세먼지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고 있지 않지만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들과 다양한 미량 유해물질들도 함께 만들어져 나온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11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수은과 유독물질을 규제하는 기준(MATS)을 만들기 위해 조사한 자료를 보면, 화력발전소는 미국 전체 환경 배출 수은의 50%, 비소의 62%, 카드뮴의 39%, 크롬의 22%를 내보내는 ‘중금속 배출 공장’이다.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범위의 조사는 수은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2011년 환경부에 제출한 ‘대기배출시설에 대한 수은 배출량 조사 (Ⅱ)’ 용역 보고서를 보면, 수은의 배출 비중은 화력발전소가 27.19%로 가장 높았고, 그 가운데 97.6%가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것으로 평가됐다.
 
2007년 저명한 학술지 <랜싯>에는 유럽의 석탄화력 발전소들이 배출허용기준을 잘 지키며 가동해도, 전기 1TWh를 만들때마다 24.5명이 조기 사망하고, 225명이 병원 진료가 필요한 심각한 질병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이것을 2015년 우리나라의 석탄발전량 207.3TWh에 대입하면 조기 사망자만 5078.9명이 된다.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를 감안할 때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하버드대 연구팀의 공동 연구에서는 국내에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석탄발전소 20기에서 만들어내는 미세먼지 PM2.5에 의한 연간 조기 사망자만 102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이런 희생은 재생가능에너지를 쓴다면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이다.
 
한국은 언제까지 싼 석탄을 즐길 수 있을까?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세계 곳곳에는 이미 재생에너지와 석탄 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러티’가 실현된 곳이 많다. 재생가능에너지 가격이 우리가 지금까지 예측했던 것보다 더 빨리 싸지면서 석탄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재생가능에너지협회(IRENA)에서는 지난달 <변화의 힘>이라는 전망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2025년까지 지난해 대비 육상풍력은 26%, 해상풍력은 35%, 태양광은 무려 59%나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환경 비용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석탄의 상대적 가격 잇점이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과도하게 늘려 놓은 석탄발전소를 애물단지처럼 끌어안고 환경을 더럽히며 만든 전기를 청정한 전기보다 어쩔 수 없이 비싸게 사 써야 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할수록 석탄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석탄 발전의 단가 자체는 앞으로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설령 이런 전망이 맞더라도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대국이 지구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외면하고 그에 따른 반사 이익만 챙기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수 있을까?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국제사회에서 빈곤한 개발도상국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더라도 싼 석탄을 쓰는 것은 용인해주는 분위기이지만, 이 개도국들 틈에 한국이 끼어들어 싼 석탄으로 싼 전기를 만들어쓰는 것이 계속 용인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20년 이후 출범할 새 기후체제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새 기후체제에서 이 감축 목표는 앞으로 계속 상향 조정돼야 한다.

정부 계획대로 석탄발전소 증설을 계속하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후변화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결국 국제적 비난 속에서 허겁지겁 ‘파티’를 접고 탈석탄 대열을 따라잡으러 나서는 것이 한국의 미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한국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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