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생태공원 제대로 만들려면

이은주 2016. 07. 12
조회수 13831 추천수 0
주민들 '규제는 곧 손해' 피해의식 커, 주민참여와 투명성 필요
훼손 생태계 복원과 외래종 퇴치 필요…개발 앞서 철저한 기초조사 

04827702_R_0.jpg » 철원평야의 가을. 정면의 숲띠가 비무장지대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봄이 절정이던 지난 4월 임진각 통일대로 건너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쪽 지역을 둘러보았다. 비무장지대(DMZ·디엠지)는 법 규정과 안전상의 문제로 실제 들어갈 수 없으며 대개 민통선 안쪽부터 디엠지 사이에 있는 지역만 일반인 출입이 가능하다. 

겉보기에는 너무나 평화로운 민통선 지역이었다. 최근 재개된 확성기 방송만 아니라면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를 바 없었다.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 이상이 지나며 원래 저지대 식생인 버드나무와 신나무 숲이 형성되어 보기 좋았다.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비무장지대 인근 지역을 앞으로 어떻게 보전하고 활용하면 좋을까? 

forest_inside.jpg » 분단 전 농경지와 집터이던 곳이 반세기 넘게 사람의 출입이 차단되면서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철원 민통선 지역의 지뢰지대 안쪽 모습이다. 조홍섭 기자

비무장지대 인접 지역에 대한 최초의 생태 조사는 휴정협정이 체결된 다음 해인 1954년에 민통선 지역을 대상으로 한국 자연보존연구소가 했다. 한국 자연보존연구소는 1966년에도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와 공동으로 2년 동안 이곳에 대한 예비생태학술조사를 하였다. 

1992년에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유엔환경계획(UNEP)을 통해 남·북한에 ‘디엠지 국제공원’ 조성안을 제안하여 원칙적인 동의를 얻고 미국 웨스팅사에 조사를 의뢰하였다. 유엔환경계획은 웨스팅사의 보고서에 기초하여 ‘판문점 동쪽 저지대’와 ‘강원도 동부 산림지역’의 두 지역을 ‘자연환경공원’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또한 산림청 임업연구원 조류연구실은 일본 연구팀과 공동으로 1992~1994년 동안 위성추적 기법으로 판문점과 철원지역이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이동하는 중간 휴식처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유네스코도 디엠지 일대를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이렇게 디엠지의 자연보전지역으로서의 가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되었다. 

dmz14.jpg » 2008~2010년 동안 최초로 비무장지대 안에서의 생태조사가 이뤄졌다. 국립환경과학원

디엠지의 자연보전 가치 외에도 평화적 가치에 주목한 여러 건의 정책 제안도 나왔다. 1970년 페이지(Glenn Paige)가 디엠지에 공원과 복지시설 건립을 제안한 바 있으며, 로저스(Felizh Rogers) 유엔군 수석대표는 디엠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4개항을 제안하였으며, 1971년 이영호 박사가 디엠지의 국제평화지대 화를 제안한 바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제안도 남·북한 양측이 모두 받아들여 실행된 바는 아직 없다. 

경기도 및 강원도 지자체도 북부지역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민통선 지역의 활용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비무장지대 일원에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하는 안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의해 여러 차례 제안된 바 있다. 향후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완충지대로서 디엠지 일원 평화생태공원은 다른 대안보다는 현실성이 있다. 이렇게 비무장지대는 남측과 북측이 상생하는 공간, 자연보전과 생태관광이 상생하는 공간, 지자체와 현지주민이 상생하는 공간이다.

dmz11.jpg » 무인센서 카메라에 촬영된 사향노루. 비무장지대가 유일한 서식지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그러나 디엠지를 평화생태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인근 지역의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오래된 갈등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경기 북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 군사시설 보호구역 규제 개선, 개발제한구역 규제 개선 등에 대한 질문에서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한 주민은 8%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즉 규제는 곧 손해라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평화생태 공간이 주민생활을 침해하기만 하는 또 다른 규제가 되지 않도록 하고 지역주민에게 이를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생태공원에 대한 논의와 진행이 더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논의에 주민들의 참여는 필요하다. 

dmz15.jpg » 비무장지대 서쪽 평야에서는 비무장지대 인근까지 농업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에서 바깥 농경지는 민통선 지역이고 안쪽이 비무장지대 서부 지역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디엠지 평화생태공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경보전 못지않게 남북 간의 긴장 완화가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 대규모이든 소규모이든 공원을 시작하는 것이 남·북 간의 긴장 완화와 신뢰회복을 시작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상징적인 공원이 될 수 있는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통일 이후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엠지 인근 지역의 훼손된 생태계에 대해서는 그대로 두는 것은 보전이라기보다 방치이다. 최근 민통선 내에 인삼밭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며, 생물다양성 유지에 큰 도움이 되는 크고 작은 둠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020119.JPG » 논 주변의 둠벙은 생물다양성을 늘리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사진은 김포시 대곶면에 있는 둠벙이다. 윤순영

왜냐하면 둠벙은 부유물질, 질소 등을 제거해서 수질정화 기능을 하고 특히 둠벙이 없는 곳에 비해 35~47% 정도 더 많은 종들이 사는 좋은 생물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위해성 외래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이 군부대와 군 훈련지 같은 교란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 

민통선 지역의 산들은 황토와 잡풀들로 무성한데, 숲이 울창하면 경계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소위 사계청소가 실시되어 왔다. 이런 곳은 원래 생태계로 복원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디엠지 평화생태공원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멀리 내다보는 비전과 동시에 깨끗함도 아울러 지녀야 한다. 서식지 파편화에 의한 생물의 멸종 위협을 피하려면 동서 횡단의 디엠지를 보전하면서 남북 종단의 연결망을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동서로 지나는 남북 경계선이 아니라, 그 경계선을 넘는 남북의 구름다리를 만들어 생물이 이동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엠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출입하거나 군사분계선을 통과할 때 몇 가지 법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평화생태공원이 조성될 경우,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 시민이 편안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출입제한을 완화하거나 간이 출입허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한 진정한 의미로서의 평화생태공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비무장지대가 자연과 인간과 함께 공존, 번영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섣부른 개발이나 전시성 시설보다는 철저한 기초조사와 통일 이후까지 고려하는 배려와 지혜가 필요하다. 

이은주/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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