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꼬막, 주꾸미, 꽃게…사라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육근형 2016. 0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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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구역에서도 어업은 그대로 허용한 남획 결과 아닐까
미국 해양보호구역 사례 주목…채취 규제 뒤 주변에 흘러넘쳐

무안_경남도.jpg »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기도 한 전남 무안의 갯벌. 풍요로웠던 이곳에서도 낙지가 잡히지 않는 등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갯벌은 이제 살아있지 않다. 전남도

간만의 휴식, 목적 없이 이리저리 텔레지번 채널을 돌리다 익숙하고 반가운 풍경을 만났다. 전라남도 무안의 너른 갯벌에서 동네 노인이 삽을 들고 낙지잡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평화로운 모습, 하지만 막상 뉴스가 전하려는 내용은 갯벌의 풍광처럼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화면 속 노인은 보통사람이라면 채 한걸음도 옮기기 어려운 뻘에서 벌써 3시간 넘게 낙지를 찾고 있었고, 낙지잡이 달인이라는 노인의 수확통에는 달랑 낙지 3마리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뒤이어 노인을 따라 갯벌을 헤매던 기자는 각종 수치를 언급하며 ‘남도의 갯벌에서 낙지와 꼬막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격앙된 목소리로 알리고 있었다.1)

mud1.jpg » 갯벌에서 평생 낙지를 잡아온 달인이라도 텅 빈 갯벌에서 건질 것은 별로 없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갯벌에서 한 노인이 낙지를 잡고 있다. 강재훈 기자

무안 갯벌, 이곳은 우리나라 갯벌 중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으로, 개인적으로는 나의 첫 연구과제 대상 지역이기도 하다. 갈대와 노을, 흑두루미로 유명한 순천만 갯벌보다 2년 먼저 보호구역이 된 무안 갯벌에서 저렇게 대표생물인 낙지가 줄어들고 있다니…. 

뉴스에서는 여자만을 사이에 두고 순천만과 붙어있는 벌교에서도 꼬막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을 함께 전했다. 사실 낙지와 꼬막이 풍부한 남도에서 그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바다에 관한 일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심심치 않게 우려되던 비밀 아닌 비밀이기도 하다.

실제 수산정보포털의 어업생산통계2)를 보면, 생산지가 비교적 갯벌로 제한되는 꼬막의 생산량은 2009년 이후 뚜렷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1.jpg

그림1 꼬막 생산량 변화 추이
자료: 수산정보포털(http://www.fips.go.kr_2016.6.30. 접속)

비록 2007년 천해양식에서 평년의 두 배 이상 늘어난 꼬막 생산량을 예외로 하면(일반적인 생산량보다 과도하게 높아 그 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2003년에서 2006년의 생산량이 약 만 톤 내외였던 것에 비해 2010년 이후에는 좀처럼 5000톤 이상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2015년 작년에는 양식에서 불과 96톤밖에 생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진만_연합.jpg » 전남 강진만에서 참꼬막을 잡는 어부들. 연합뉴스

과거 패류양식을 통한 꼬막의 생산량이 적어도 수천 톤에 달하던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심각한 감소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반면 전체적인 생산량이 줄어드는 경향 속에서도 마을 공동체가 관리하는 마을어장에서 생산된 꼬막은 연간 1000톤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이렇게 꼬막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산지의 생산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생산량과 생산액을 통해 얻은 꼬막의 단가 변화를 보면, 2000년대 초반 ㎏당 2000원 내외였던 꼬막의 가격은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0년에는 거의 5000원 대까지 이르렀고, 작년에는 7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적어도 10년 전에 비해 꼬막의 생산가격이 2~3배 이상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유통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당 만 원 이상을 줘야 꼬막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림2.jpg

그림2 꼬막 단가의 변화 
자료: 수산정보포털 자료 재정리 (http://www.fips.go.kr_2016.6.30. 접속)

낙지, 꼬막과 더불어 전 국민이 좋아하는 주꾸미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 중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알 밴 주꾸미는 봄과 함께 온다.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질 때쯤이면, 노량진 수산시장 1층 노점에서 알이 꽉 찬 주꾸미를 ㎏에 만원 남짓 주면, 근처 식당에서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었다. 

5~6년 전 얘기다. 하지만 지난 봄 주꾸미는 ㎏당 4만원을 호가했다. 이제 주꾸미는 큰맘을 한번 먹어야 겨우 먹을 수 있는 어종이 되었다. 

03875293_R_0.jpg » 소라 껍질을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 충남 서천의 한 어선이 주꾸미를 잡는 모습. 박미향 기자
 
꼬막의 경우 종패를 뿌리기는 하지만 낙지나 주꾸미처럼 성장과정에 사람이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이들은 갯벌의 환경상태에 민감해 수온이나 기온의 급격한 변화나 일조량의 차이에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의 자원량이 급격히 늘거나 줄었다고 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또한 이런 환경변화에 우리가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필자의 고민은 이 부분이 아니다. 혹시 갯벌에서 나는 이들 수산물의 생산량이 급락한 이유가 다른 데에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많이 잡아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해마다 지구 550바뀌 감는 그물

찰스 클로버는 지난 20년 동안 영국에서 환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의 과잉 채취, 즉 남획의 문제를 조사해 왔다. 그는 <텅 빈 바다>(원저: The End Of The Line)라는 책을 통해 “생선의 멸종”을 얘기하며 수산자원의 붕괴를 우려했다. 

Moshta-1.jpg » 조류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페르시아 만의 전통 그물. 요즘 기계화하고 대형화한 그물은 이런 지속가능한 어획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에 따르면 1년에 바다에 던져지는 그물의 길이는 1억 4000㎞로 이는 지구를 550번 감을 수 있는 길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건 지역해 별로 있는 수산기구가 직접 조업을 통제하는 바다에서조차 참치나 대구, 명태처럼 그동안 우리가 손쉽게 이용해왔던 수산생물들이 거의 멸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참치로 알고 있는 참다랑어는 이미 1950년대 북대서양 해역에서 사라졌다. 이른바 ‘지역적 멸종’ 상태인 것이다. 찰스 클로버는 이는 분명히 인간의 과도한 어획 때문이지 기후나 환경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01735368_R_0.jpg » 하루 종일 잡은 꽃게가 이 모양이다.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 연평도 꽃게 잡이 어민의 근심이 깊다. 연평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우리 바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서해 5도의 꽃게 자원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과연 환경의 변화나 꽃게 개체군의 내재적 변동에만 의한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중국 어선이 엔엘엘(NLL)을 파고들어와 마구잡이로 꽃게를 잡아가기도 하지만, 혹시 우리 역시 지금까지 너무 많이 이들을 잡은 것은 아닐까? 단지 꽃게뿐만 아니라 낙지나 꼬막도, 그리고 알 밴 주꾸미도. 우리가 너무 많이 먹어서, 또는 먹으려는 욕심에서 문제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바다에서 얻는 수산자원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매우 크고, 그 변화가 넓은 바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수산자원의 상태를 확인하고 변화를 예측하기 역시 매우 어렵다. 그래서 수산자원은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또한 어민은 매일 같이 수산자원을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수산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어민의 조업권에 연계하여 잡을 수 있는 어종이나 수확량, 조업일, 그물의 형태나 크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수단들 외에 우리가 아직 잘 활용하지 않는 수산자원 관리 수단이 있다. 바로 앞서 무안갯벌에서 잠시 언급했던 보호구역이다.

그물에는 눈도 발도 없다. 걸리는 건 모두 뱃전에 올릴 뿐

보호구역이란 공간을 정해 그 안에서 일정한 행위를 규제하는 구역을 말한다. 이런 종류의 보호구역은 도시 주변부에 설정된 개발제한구역처럼 지역민의 반발이 심하다. 마찬가지로 바다에 설정된 보호구역 역시 어민들 대부분이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공간에 대한 관리는 사실 가장 기본적인 생태계 관리 수단이며 수산자원 관리의 궁극적인 방법으로, 수산생물이 사는 곳, 그들이 새끼를 낳는 공간 자체를 보호하지 않고 단순히 잡는 방법이나 조업 일수만 관리해서는 해당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없다. 

아무리 그물의 크기와 끄는 방식을 관리한다고 해도 그물에는 눈도 없고 발도 없다. 그물에 걸리는 모든 것들은 뱃전으로 올라갈 뿐이고, 뱃전의 선원들에게는 당장 더 많은 어획고가 필요하다. 

그래서 바다의 일정한 공간에서 채취활동을 규제하는 해양보호구역은 단지 해양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한다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산자원에 대한 관리 수단으로서도 매우 강력한 효과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보호되는 해양보호구역으로 미국 플로리다 주에 ‘메릿섬 국립야생보호구역(The Merritt Island National Wildlife Refuge)’을 들 수 있다. 이 야생보호구역은 대서양에 인접한 플로리다 하구의 습지대에 설정되어 있는데, 그 한 가운데에 과거 아폴로 우주 왕복선 등이 발사된 케네디 우주 센터가 있다. 

이 우주센터의 보안 유지를 위해 설정된 이 야생보호구역에는 수산물의 채취는 물론 사람의 출입도 엄격히 금지한다. 사실상 군사시설 보호구역인 셈이다.3)

2001년 캘럼 로버츠(Callum Roberts)는 동료학자와 함께 이 곳 매릿 섬 야생보호구에서 나타난 생물량 증가 효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1962년 이 해역에 대한 출입이 통제된 이후 보호구역 내에서의 단위노력 당 어획량이 보호구역이 아닌 곳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어종에 따라 최대 13배 가까이 어획량이 늘었다. 

보호구역에서 잡힌 물고기의 크기 역시 커졌는데, 야생보호구역이 플로리다 전체 해역의 13%에 불과한데도 최대 체장의 물고기가 보호구역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플로리다 전체의 50% 이상이 될 정도로, 크기가 큰 개체가 보호구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또한 그림처럼 보호구역의 효과가 언제부터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데, 어종에 따라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들은 보호구역의 효과가 시간을 두고 달리 나타나는 이유를 어종별로 다른 수명 때문으로 설명했다. 

Schwarzer Trommler_Black_drum.jpg » 70살까지 자라는 흑민어. 해양보호구역 지정 덕분에 급증했다. Schwarzer Trommler, 위키미디어 코먼스

예를 들어 가장 늦게 보호구역의 효과가 나타난 흑민어(Pogonias cromis)는 수명이 70살에 가까울 정도로 길고 성장이 더딘 반면, 수명이 15년 정도인 송어류는 비교적 빨리 큰 개체가 발견되며 보호구역의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보호구역의 생물량 증가의 효과는 구역 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보호구역 밖에까지 영향을 주는 “넘침 효과(spill-over effect)"가 존재한다.4)
 
말 그대로 일정한 곳이 가득 차 주변에 넘쳐흐르는 효과인 넘침 효과는 보호구역에서 늘어난 생물이 주변해역으로 바로 이동하거나, 보호구역에서 더 많이 산란하여 늘어난 개체들이 주변해역으로 확산하는 걸 말한다. 결국 보호구역이 일종의 생물 공급기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림3.jpg
 
그림3 플로리다 메릿 섬 야생보호구역 인근 최대어종 발견 기록 추이
설명: 1962년 해역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 이후 흑민어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적민어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송어는 1970년대 초반 이후 최대 체장의 발견 비율이 급격히 높아져 플로리다 전체와 비교해 야생보호구역에서 발견되는 최대 체장의 어류의 비율이 매우 커짐. (검은 점은 플로리다 전체에서 최대체장 기록이며, 빈 점은 야생보호구역 인근에서 발견된 최대 체장의 기록임)
자료: Roberts et al.(2001)

그림4.jpg
그림4 넘침 효과의 개요
자료: Lester et al.(2009)

이처럼 해외에서는 보호구역 전체나 구역의 일부를 정해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거나 수산물 채취를 금지하며 엄격하게 관리한다. 이런 구역은 바다에서 생물다양성 거점이 되어 더 다양하고 많은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게 되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해양보호구역은 아직 이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채취금지와 같은 행위제한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보호구역의 하나인 습지보호지역의 근거법률인 습지보전법을 살펴보면, 법률 제13조에 행위제한 5가지 사항이 규정되어 있다.5)
 
이 중에는 ‘동식물을 인위적으로 들여오거나 경작·포획 또는 채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문제는 1년 이상 생계를 위해 포획·채취한 경우는 채취금지의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이다. 

따라서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해역에서 이루어져 왔던 어업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가하다. 어업활동의 규제가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당 해역에서 이루어지는 조업행위를 관리하지 않고서는 보호구역 지정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수산자원 역시 생물다양성의 일부이기 때문에 수산생물을 그대로 채취하도록 하는 상태에서 해당 생태계의 온전성을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08년 무안갯벌을 관리하는 보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제를 맡았을 때의 답답함이 다시 밀려온다. 습지보호지역이라고 해도 갯벌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없는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의 문제와 한계가 지금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수산물은 낙지나 꼬막, 주꾸미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상태라면 바다생물이 성장하고 산란을 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채 잡아들이기에만 급급하고 바다는 점점 황폐화되어 가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넓은 바다는 몰라도 적어도 마을 사람들이 한 눈에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갯벌에서는 일정한 기간이나 구역을 정해 생물 채취를 금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안의 어르신이 잡으러 다니던 뻘낙지의 수명은 기껏해야 1년 반에 불과하다. 조금만 잡지 않고 기다려주면 그들이 갖고 있는 생명력처럼 갯벌 생태계는 금방 회복될 수 있다.

더욱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면 새로운 관리방식에 대해 지역사회가 논의하고 합의된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도 새로운 관리방식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갯벌에 대한 관리 방식이 근본적이고 과감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과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 ‘갯벌은 살아있다’6) 대신 ‘갯벌은 죽어간다’가 방영될 지도 모른다. 부디 우리 갯벌이 ‘공유지의 비극’의 공간이 되지 않기를, 갯벌에 의지해 살아가는 ‘갯살림’도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육근형(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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