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눈물 닦아주는 오늘의 타잔이 필요하다

김희경 2016. 08. 08
조회수 7135 추천수 1

콩고와 아프리카 괴롭힌 것은 특정인 아닌 수탈 구조

상아고무에서 휴대폰 원료와 다이아몬드로 착취는 계속


타잔_01.jpg » 1970년대 우리나라 텔레비전 연속물로 방영된 타잔의 이미지는 밀림에 사는 멋진 영웅, 동물들의 다정한 친구, 제인을 지키는 든든한 남자 등이었다.


타잔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 텔레비전 시리즈 <타잔>이 방영된 것이 1970년대라고 하니당시의 타잔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40대는 훌쩍 넘은 나이일 것이다타잔에 대해 남아있는 기억이라면 타잔이 밀림에서 밧줄을 타거나 타조를 타던 모습아내 제인과 침팬지 친구인 치타백인들이 원주민에게 잡혀가거나 늪에 빠지는 장면들이다


위기의 순간, ‘아아아아~’라는 고함을 내면 어디선가 코끼리떼가 나타나서 악당들을 짓밟아 주었던 통쾌했던 장면도 기억에 생생하다물론 집 안 기둥 어딘가에 수건을 묶어서 매달리면서 아아아아~’ 고함을 질렀던 추억도 잊을 수 없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만난 타잔의 이미지는 밀림에 사는 멋진 영웅동물들의 다정한 친구제인을 지키는 든든한 남자였다그 타잔이 2016영화로 돌아왔다


타잔을 만드는 사람들도 바뀌었고관객인 나도 변했다. 2016년의 타잔은 과거 기억에 남아있던 모습만은 아니었다.


타잔과 콩고의 슬픔


타잔_02.jpg » 블록버스터로 올 여름 다시 돌아온 <레전드 오브 타잔> 포스터.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의 <레전드 오브 타잔>에 등장하는 타잔의 첫 모습은 영국의 귀족이자 상원의원인 존 클레이턴이다밀림에 살던 타잔은 제인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으나친구들이 있는 콩고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안다


미국인 외교관 윌리엄스아내 제인과 함께 콩고에 간 타잔은 콩고인을 노예로 삼으려는 벨기에 왕과 다이아몬드를 탐내는 악당 롬의 야욕에 맞서 싸운다. 2016년 타잔의 이야기다.


콩고와 벨기에라는 특정 국가의 이름이 콕 찍어 나온 것으로 보아 시대적 배경이 있을 것 같았다영화를 보고 나서 인터넷으로 관련된 몇 가지 키워드를 찾아봤다. ‘식민지 시대’, ‘콩고’, ‘벨기에’. 그러자 레오폴드 2라는 이름이 나왔다


Leopold_ii_garter_knight.jpg » 제국주의 절정기 때 아프리카 식민지를 착취한 벨기에 왕 레오폴드 2세. 위키미디어커 코먼스


레오폴드 2세는 1865년부터 1909년까지 벨기에 왕으로 재임했다당시는 제국주의가 정점인 때였고 레오폴드 2세는 콩고를 지배했다


그는 초기에는 상아그 후에는 고무에 욕심을 냈는데 고무를 수탈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전설로 불릴 만큼 악랄하고 끔찍했다고 전해진다콩고의 고무나무는 그 양이 상당했지만 고무 채취 과정이 상당히 어려워서 원주민들도 기피하는 고된 일이었다


레오폴드 2세 일당은 고무를 확보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했는데강제 동원한 원주민에게 할당량을 정해놓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아내나 자녀의 손을 절단하거나 죽이는 일을 자행했다그뿐만 아니라 못 채운 할당량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가하여 결국 마을 주민 전체를 학살하기도 했다


330px-MutilatedChildrenFromCongo.jpg » 아버지와 남편이 고무 채취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아이와 부인의 손목을 잘라낸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당시의 만행은 고무 테러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그때 학살된 콩고인의 수는 수백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고무 테러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지만상아를 실어 나르고 콩고인을 노예로 삼으려는 벨기에 왕의 야망을 보여주면서 역사적 아픔을 조금이나마 드러내고 있다.


레오폴드 2세는 왜 그렇게 콩고인을 괴롭히면서 고무를 얻어야 했을까당시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고무 활용법이 개발되면서 서구를 중심으로 고무 수요가 급증했다


자전거와 자동차의 타이어호스신발전기 절연장치 등에 고무가 사용됐고수요가 급등하다 보니 그만큼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아직 인조고무가 발명되기 전 고무가 곧 돈이었던 시기였다레오폴드2세의 전설적인 광기는 그런 배경 속에서 진행되었다


Punch_congo_rubber_cartoon.jpg » 1906년 잡지 <펀치>에 실린 만평. 레오폴드 2세를 콩고인을 휘감는 고무나무 덩굴로 그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렇다면 레오폴드 2세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콩고의 슬픔은 없었을까모든 것이 레오폴드 2세 때문이라면 그러한 야만적 일은 단일 사건으로 끝나야 했겠지만물론 그렇지 않았다


원하는 자원의 종류와 그것을 착취하는 사람이 바뀌었을 뿐 유사한 상황은 계속됐다상아고무에서 우라늄콜탄주석다이아몬드로벨기에 레오폴드 2세에서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사람으로 확대됐다


물론 자원으로 고통을 받은 곳은 콩고만이 아니다남아프리카시에라리온수단세네갈르완다우간다부룬디 등 수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고통으로 신음했다결국 콩고와 아프리카를 괴롭힌 것은 미치광이 같은 특정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어떤 구조가 작동한 결과이다.


욕구가 만든 슬픔


congo.JPG » 콩고 킨샤사의 다이아몬드 검사소 직원이 다이아몬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콩고에서 수탈되는 자원은 천연고무에서 다이아몬드, 콜탄 등으로 변해 왔다. 김경호 기자


유럽과 미국 등 오늘날 선진국의 경제 발전 뒤에는 아프리카에서 빼앗아 온 천연자원과 건강한 근력이 있었다이후 노예들의 근력은 석유로 대체됐지만 천연자원의 수탈은 계속되고 있다


남의 나라 얘기일 수만은 없다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편리한 생활 뒤에도 지구 반대편의 희생이 있다. 2-3년마다 바꾸는 휴대폰과 그 원료인 콜탄의 주요 생산지인 콩고의 상황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


사랑의 증표로 주고받은 다이아몬드 반지는 시에라리온의 내전과 연결된다사람의 희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무우라늄콜탄다이아몬드를 얻어내기 위해 훼손되는 숲과 생물들의 생명서식지 파괴는 당연히 이어지는 결과이다


Rob Lavinsky_Ferrocolumbite-Manganotantalite-rh3-36a.jpg » 콜럼바이트 탄탈라이트(줄여 콜탄)는 휴대폰 등 전자제품에 널리 쓰이는 니요븀과 탄탈륨을 함유하고 있는 광물이다. 콩고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Rob Lavinsky, 위키미디어 코먼스


레오폴드 2세만을 탓하기에는 양심에 찔린다물론 그가 엽기적 행각을 벌인 정말 특별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그런 악랄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자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하지만 더 많은 자원을더 빠르게더 싼 가격에 원하는 욕구가 있는 한다른 모습을 한 레오폴드 2세는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의 타잔이 필요하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아쉬움이 많은 영화이다타잔이 롬과 싸운 것은 제인을 구하기 위해서이고원주민의 리더 역할은 백인인 타잔이 맡아야 하고벨기에의 만행을 고발하는 주체는 미국 외교관이라는 점은 마음을 껄끄럽게 만든다


그래도 어쨌거나 타잔은 타잔 구실을 했다자연의 법칙에 순응했고약자 편에 섰으며옳은 일을 위해서 행동했다그래서 그는 영웅이다.


스크린 속 타잔은 허상이지만스크린에서 그린 상황은 현실이다자연은 착취의 대상이고강한 자는 약한 자를 억압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현실에서도 타잔이 필요하지 않을까현실의 타잔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고약자 편에 서며옳은 일을 위해서 행동하는 시민의 모습으로 그려볼 수 있다


Fairphone_back_inside_sim_slots_02.jpg » 지구와 사람에게 해를 최소한으로 끼치도록 설계하고 생산된 스마트폰인 페어폰 모습.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 페어폰이 개발했다. 조립식이고 분쟁지역과 원주민 착취 지역의 광물을 사용하지 않는다.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한 시민은 엄청난 근육과 힘이 필요하지 않는다굳이 고릴라와 대화할 필요도 없다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행동이 미치는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며이를 위해 몸을 움직이는 의지를 갖추면 된다


내가 소비하는 물건의 생산 이력을 고려하고지구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도 그런 시민의 행동일 수 있다그런 타잔이그런 시민이 오늘 필요하다나도 당신도 오늘의 타잔이 될 수 있다.


김희경/ 환경과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경기도환경교육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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