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4만년 전부터 참치를 먹었다

조홍섭 2011. 11. 25
조회수 51375 추천수 1

동티모르 동굴에서 참치 뼈 대거 발굴, 최초의 원양 어업 증거

어획 기술로 바다 진출 가속화, 5만년 전 호주 점령…<사이언스>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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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먼 바다의 표층에 산다. 사진=국립해저자원프로그램(NURP), 위키미디아 커먼스. 

 

현생 인류의 조상은 7만년 전 아프리카를 나와 유럽과 아시아 쪽으로 퍼져나갔지만, 그 속도는 달랐다. 바닷가를 거치거나 바다를 건너는 진출 속도는 육지를 가로지르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아프리카를 나온 인류가 유럽에 도달하기까지 3만년이 걸렸지만 동남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 이르기까지는 2만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비결은 뭘까. 고고인류학자들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능력에 주목한다.
 

수 오코너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고고학 및 자연사 학과 교수 등 연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북쪽에 위치한 섬인 동티모르의 제리말라이 동굴을 발굴했다. 선사시대 주거지인 동굴에서는 다량의 동물뼈가 나왔는데 주로 물고기 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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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제리말라이(Jerimalai) 섬 위치도. 그림=수 오코너.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들 뼈는 4만 2000년 전의 것이었다. 놀랍게도 물고기 뼈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참치, 상어 등 먼 바다에 사는 어종이었다. 참치 뼈는 발굴된 23개 분류군의 물고기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사실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깊은 바다 표면에 사는 참치를 잡았다는 건 이미 그 당시에 상당한 항해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원양 어종인 참치를 잡으려면 고도의 계획과 복잡한 해양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번 발굴 결과는 당시 주민들이 깊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았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인류가 해안에서 조개 등을 채취한 기록은 15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최초의 낚싯바늘 유적은 1만 2000년 전 것으로 낚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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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랜 2만 3000년 전 낚싯바늘. 조개로 만든 것이다. 사진=수 오코너.

 

이번 발굴에서는 두 개의 조개껍데기로 만든 낚싯바늘이 나왔는데 그 중 하나는 1만 6000~2만 3000년 전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랜 것이라고 이 논문은 밝혔다.
 

그렇다면 참치는 이 낚싯바늘로 잡았을까. 연구진은 이 바늘이 빠르고 큰 원양 어종을 잡는 데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바늘을 썼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참치의 크기가 50~60㎝로 어린 개체임에 비춰 낚시보다는 그물로 잡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논문은 적었다.
 

이것을 두고 해안에 접근한 어린 참치를 잡은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는데, 이에 대해 주 저자인 오코너는 “어린 참치라도 빠르기 때문에 해안에서는 잡기 힘들다”고 <사이언스 나우>에서 반박했다.
 

그는 이 온라인 소식지에서 “동티모르의 참치 유적은 이미 4만 2000년 전에 인류가 앞선 항해기술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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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뼈 등이 다량 발굴된 동티모르 해변의 제리말라이 동굴. 사진=주 오코너. 

 

인류는 약 5만년 전 대륙에 붙어있던 인도네시아에서 수백㎞ 떨어진 바다를 건너 호주 대륙으로 진출했다. 이것이 의도적인 장기 항해였는지 아니면 우발적인 표류의 결과였는지는 학계의 뜨거운 논란거리다.
 

오코너는 “이번 발굴이 인류가 장거리 항해로 호주에 진출했다는 직접 증거는 아니”라면서 “그러나 초창기 인류가 세계 각지로 진출하는 데는 낚시 등 바다를 다루는 기술이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티모르 유적지에서는 쥐, 박쥐, 새, 뱀, 도마뱀 등 동물의 뼈는 간헐적으로 물고기 뼈 사이에서 출토돼, 당시 거주민이 잡아먹을 육지동물이 거의 없는 여건에서 바다로 적극 진출해 식량을 찾았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이번 발굴로 동티모르가 낚시의 발상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해수면이 현재보다 60~70m 낮았기 때문에 현재 바닷가에 있는 제리말라이 동굴은 절벽에 위치했다. 다른 많은 바닷가 주거지는 현재 바다 밑에 잠겨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Pelagic Fishing at 42,000 Years Before the Present and the Maritime Skills of Modern Humans
Sue O’Connor1, Rintaro Ono2, Chris Clarkson
Science 25 November 2011:
Vol. 334 no. 6059 pp. 1117-1121
DOI: 10.1126/science.120770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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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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