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고래, 삼팔이 이어 춘삼이도 엄마 됐다

허호준 2016. 08. 16
조회수 8368 추천수 1

수족관 공연 돌고래 자연복원 뒤 야생번식 잇따라 성공

전문가들 "세계적으로 드문 일", 새끼 데리고 유영 확인


dol1.jpg »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은 16일 3년 전 제돌이와 함께 고향 바다에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으로 확인했다. 등지느러미에 숫자 '2'라는 표식이 있는 춘삼이 바로 옆에 새끼 돌고래가 헤엄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포획돼 제주에서 돌고래쇼 공연에 동원됐다가 3년 전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들이 연이어 야생번식에 성공했다. 방류 돌고래의 야생번식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제주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돌고래연구팀은 지난 2013년 제돌이(수컷·17살 추정)와 함께 고향 제주 바다에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16살 추정)가 새끼를 낳아 같이 유영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춘삼이의 출산은 ‘삼팔이’(13~15살 추정)가 번식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진 뒤 4개월 만이다.

 

이화여대 연구팀은 지난 9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등지느러미에 숫자 ‘2’라는 표식이 붙어있는 춘삼이가 새끼 돌고래와 함께 ‘어미-새끼 유영 자세’로 헤엄쳐 다니는 장면을 목격했다. 연구팀은 제주 연안을 돌며 찍은 수천여장의 돌고래 사진을 분석한 결과 6월 중순까지는 춘삼이가 홀로 다녔으나 1개월 전부터는 춘삼이 곁에 새끼 돌고래가 바싹 붙어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dol2.jpg » 춘삼이와 함께 헤엄치는 새끼 옆구리에는 어미 뱃속에서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을 때 생기는 특유의 몸통 줄무늬 자국이 선명하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7월20·25·31일과 이달 9·10·11일 등 여섯 차례에 걸쳐 춘삼이와 새끼의 모습이 목격했다. 또 1m가 안 되는 작은 크기, 어린 새끼 돌고래 특유의 몸통 줄무늬 자국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6월 말에서 7월 중순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삼팔이는 지난 3월28일 같은 연구팀에 의해 새끼와 함께 유영하는 ‘어미-새끼 유영 자세’가 목격된 바 있다.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돌고래 방류는 아시아에서 처음이고, 남방큰돌고래는 세계 처음이었다. 돌고래가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삼팔이와 춘삼이가 연이어 번식에 성공한 사례는 세계에서 처음이다”고 말했다.

 

방류 돌고래는 서식지를 몰라 찾는 일 자체가 어려운데 비해 제주도 연안의 남방큰돌고래는 제주섬 주위를 돌아다니는 정주형 돌고래여서 찾을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김 교수는 “돌고래의 방류에 대해 초기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사람이나 언론들이 있었지만 방류 돌고래의 야생번식이 잇따라 성공함으로써 자연 복원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심어주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dol3.jpg » 지난 3월 삼팔이가 자신의 새끼인 돌고래가 함께 유영하는 모습. 첫 번식 성공이었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

 

제주도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국제보호종으로 110~120여 마리 정도로 추정되며, 등지느러미가 사람의 지문처럼 제각각이어서 개체를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돌이와 춘삼이는 등지느러미에 각각 ‘1’과 ‘2’의 표식이 붙어있다. 삼팔이는 방류 전 바다로 빠져나갔으나 등지느러미에 있는 상처로 확인됐다. 

 

춘삼이는 2009년 6월 제주시 앞바다에서 어민이 쳐놓은 정치망에 걸려 제주도 내 한 공연업체에 1000만원에 팔린 뒤 돌고래쇼 공연에 동원됐다가 지난 2013년 7월18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 앞바다에서 제돌이와 함께 방류됐다. 삼팔이는 한 달 앞선 같은 해 6월22일 서귀포시 성산포항 임시 가두리에서 제돌이, 춘삼이와 야생 적응 훈련을 받다 찢어진 그물 사이로 빠져나갔다.


글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최근기사 목록

  • 코끼리도 고양이도, 포유류 '큰일 보기’ 12초의 법칙코끼리도 고양이도, 포유류 '큰일 보기’ 12초의 법칙

    조홍섭 | 2017. 04. 28

    코끼리와 고양이 몸무게 1천배 차이나지만 배변 속도는 동일큰 동물일수록 직장 점막층 두꺼워…배설은 치약보다 물미끄럼틀“몇 년 동안 아기 기저귀를 갈고 아이 배변훈련을 시키면서 똥 분석 전문가가 됐습니다.”미국 조지아공대 기계공학 및 생물...

  • 비닐 먹는 나방 애벌레, 플라스틱 공해 해결할까비닐 먹는 나방 애벌레, 플라스틱 공해 해결할까

    조홍섭 | 2017. 04. 25

    벌통 밀랍 먹는 꿀벌문패명나방 애벌레, 성분 비슷한 비닐봉지도 '냠냠'생분해 세균보다 40배 이상 속도, 효소 추출·대량생산이 다음 단계취미로 꿀벌을 기르는 어느 아마추어 양봉가가 벌통에서 기생충을 잡아 비닐봉지에 담았다. 이튿날 보니 비닐...

  • 열대 베도라치, 큰 송곳니로 모르핀 독물 주입열대 베도라치, 큰 송곳니로 모르핀 독물 주입

    조홍섭 | 2017. 03. 31

    상대에 고통 주는 대신 몽롱하게 만들어 도망쳐독니 홈이 독샘과 연결, 포식자 삼켰다가도 게워내독을 분비하는 동물이 독거미나 독사 등 일부에 국한된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독을 분비하는 물고기도 세계에 2천 종이 넘는다. 어릴 때 개울에서 퉁...

  • 지구 최대 포식자는 거미, 연간 곤충 등 8억톤 먹어지구 최대 포식자는 거미, 연간 곤충 등 8억톤 먹어

    조홍섭 | 2017. 03. 17

    사람이 먹는 고기와 수산물 합친 양과 맞먹어포식의 대부분은 숲과 초지에서, ㎡당 1000마리까지 살아거미가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것은 고생대 데본기인 약 4억 년 전이다. 현재 4만5000종 이상의 거미가 극지방부터 사막까지 지구 표면에 넓게 분...

  • 공룡시대 바다 괴수의 이빨이 오징어·문어 낳았다공룡시대 바다 괴수의 이빨이 오징어·문어 낳았다

    조홍섭 | 2017. 03. 10

    어룡·상어 등 새 포식자 대응 패각 버리고 민첩한 형태로 진화패각 고집한 암모나이트는 멸종…오징어, 문어 특별한 이유 밝혀져머리와 다리가 붙어있다 해서 ‘두족류’라고 불리는 오징어와 문어, 갑오징어 등은 그런 체형 말고도 여러 가지 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