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전광판은 ‘좋음’인데 왜 숨쉬기가 힘들까

김정욱 2016. 08. 17
조회수 10842 추천수 0
전광판엔 매일 '좋음'표시, 미세먼지·이산화질소 오염은 세계 꼴찌 수준
서울시민은 발표농도보다 최고 3배, 도로변은 최고 7배 나쁜 공기 호흡

05552047.jpg »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옇게 흐린 서울의 하늘.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는 디젤차과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비중이 선진국 대도시보다 높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올해 미국 예일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이 세계경제포럼과 공동으로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2016)를 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평가 대상인 180개국 가운데 173위였고 이산화질소 오염도는 꼴찌였다.

이들의 농도는 위성사진으로도 발표되었는데 과연 우리나라 하늘의 오염이 심하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당연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이유가, 우리나라의 발전소 밀도, 수도권의 자동차 통행 밀도, 온실가스 배출 밀도가 다 세계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epi_2016.jpg » 2016년도 환경성과지수를 지도로 표시했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80위였지만 대기오염 분야는 꼴치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기오염으로 인하여 수도권에서만 해마다 80만 명가량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그중 2만 명가량이 사망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1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도심 가운데에 설치된 대기오염 전광판을 들여다보면 거의 매일 공기가 좋다고 나와 있다. 올해 7월27일 오전 11시경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대기오염전광판을 보니, 이산화질소 현재 오염도 0.029 ppm, 환경기준 0.100 ppm, 상태 ‘좋음’이라고 나타나 있었다. 

관심을 가지고 이 전광판을 들여다본 시민은 거의 매일 공기 ‘좋음’이라는 표시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대기오염도가 세계에서 꼴찌를 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air1.jpg » 지난 7월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시청 앞 대기오염 전광판은 이산화질소 오염 0.029ppm이 '좋음'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그 시각 시청 앞의 이산화질소 오염도 0.029 ppm은 환경기준 0.100 ppm에 견줘 분명히 훨씬 낮다. 그러나 문제는 이 비교의 잣대가 올바르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질소 환경기준에는 세 가지가 있다. 연간 평균치 기준은 0.03 ppm이고, 24시간 평균치는 0.06 ppm, 1시간 평균치는 0.1ppm이다. 

연간 평균치는 만성 호흡기 질환 피해를 고려하여 정한 기준치로서 말 그대로 오염도의 1년 동안의 산술평균치가 이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24시간 평균치와 1시간 평균치의 기준은 24시간 혹은 한 시간 동안만 이런 공기를 마셔도 병약자들이 위급한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급성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정한 기준치로서 최악의 경우에도 이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정해진 기준치이다. 

전광판은 당연히 그 시간대의 오염도를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비교해야 할 기준은 급성피해를 막기 위해서 정해진 1시간 평균치 기준이 아니라 연평균 기준치와 비교를 해야 공기가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정부가 ‘좋은 공기’라고 주장하는 0.029ppm의 공기를 1년 365일 마실 경우, 이는 연평균 환경 기준치에 육박하는 공기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산화질소의 권고기준을 연평균 0.021ppm(40 μg/m3)로 정하고 있어서 이는 분명히 인체 건강상 좋지 않은 ‘나쁜 공기’이다.   
 
air2.jpg » 같은 시각 초미세먼지의 전광판. '좋음'이라 표기돼 있지만 세계보건기구의 기준과 견주면 안참 나쁜 상태이다.
  
마찬가지로 그 시각 시청 앞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7μg/m3로 나타났고 이를 1시간 기준치 50μg/m3와 비교를 하였는데, 이것도 연평균 기준치인 25μg/m3과 비교해야 마땅하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은 10μg/m3인데 이와 비교하면 분명히 한참 ‘나쁜 공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름 10μm 이하의 먼지(PM10)를 ‘미세먼지’, 직경 2.5μm 이하의 먼지(PM2.5)를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PM10을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체내로 흡입되는 먼지(respirable particle)라고 부르고, 그중에서 특히 인체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먼지(PM2.5)를 미세먼지(fine particle)이라 부르는데 주로 PM2.5를 가지고 공기의 질을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180개국 중에서 173위를 했다고 보도된 것도 우리나라의 용어로는 ‘초미세먼지’이다.) 
    
우리나라의 대기 환경기준은 대도시나 공업단지에 사는 사람들의 인체 건강피해를 고려하고 또 현실을 고려하여 만든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에 이 기준을 달성한다고 해서 좋은 공기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환경 정책을 잘하는 나라들에서는 국가 기준이 있지만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지역 환경기준을 설정하되, 총량규제를 엄격히 시행하여 현재의 오염 상태보다 더 나빠지는 사업은 대개 승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경기도와 제주도가 지역 환경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국가의 환경기준을 잘못 적용하고 있어서 마치 이 기준만 달성하면 좋은 공기가 보장되는 듯이 말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35조에는 환경권이 명시되어 있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라고 되어 있는데 이 법이 실제로는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개발업자들에게 환경기준까지는 얼마든지 더 오염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는 형편이다. 

05590923_P_0.JPG »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뜻으로 방독면을 쓴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6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친환경자동차법에 포함된 클린디젤자동차 조항 삭제'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리나라의 대기 환경기준은 대도시나 산업도시에 적용되어야지 농어촌이나 관광휴양지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 인천에 있던 주물공업단지가 충청남도 예산의 농촌 마을에 들어오려고 환경영향평가를 했는데, 공장이 들어서더라도 환경기준은 달성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그 보고서 내용은 엉터리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서류가 참말인지 거짓말인지는 판단하지 않고 절차를 중요하게 본다고 예전에 석궁을 맞은 판사가 말한 적이 있다). 

주민들이 소송을 걸었고 대법원까지 가서 주민들이 패소했다. 주민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살다가 공업단지 수준의 환경에서 살도록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는 분명히 농촌 주민들의 환경권을 무시했고 헌법을 위반한 판결이다. 인권이 존중되는 나라에서는 환경권이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이 정도의 인권은 존중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과연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측정소에서 측정한 오염도가 국민이 숨 쉬는 공기를 대표하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에 서울을 대표하는 지점의 공기를 측정하려면 어디가 가장 적합하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시민은 사대문 안 도심이라든지, 강남의 번잡한 도로변 지역을 꼽겠지만 대기오염 측정소는 그런 곳에 있지 않다. 

많은 측정소가 녹지나 녹지와 인접한 지역에 붙어 있다. 예를 들면 한남동 측정소는 남산에, 불광동 측정소는 북한산에, 신림동 측정소는 관악산 자락에 붙어 있다. 

서울시민들은 그런 녹지 인근에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전철과 버스를 탔다가, 찻길을 걷다가,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상가에도 들리고, 직장에서 일하다, 집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대기오염 측정소에서 측정한 공기를 마실 시간이 없다. 

air3.jpg » 서울시민들이 숨 쉬는 공기 오염도(이산화질소) 직업과 생활공간에 따라 대기측정망의 오염도보다 1.5배 내지 3배 더 높다. (출처: 조재현, 직업별 생활공간, 시간에 따른 이산화질소의 피폭량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1992)

서울시민들이 실제로 숨 쉬는 공기의 오염도를 평가한 바에 의하면 정부에서 발표하는 대기오염도를 숨 쉬는 시민은 찾기 어렵다. 대개가 정부가 발표한 대기오염도의 1.5배 내지 3배 정도 더 오염된 공기를 숨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길바닥이나 지하상가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숨 쉬는 공기가 가장 나빴다. 도로변에 가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에 오염도가 많이 올라간다. 나흘 동안 서울의 마을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이산화질소 오염도를 측정해 보았더니, 정부에서 발표한 서울시의 대기오염도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7.4배나 더 높았다. 
 
air4.jpg » 서울 시내버스로 이동 중 측정한 대기오염도. 대기오염측정망에서 측정한 오염도보다 2.3배 내지 7.4배 정도 더 높다.
  
우리나라의 공기가 나쁜 원인 중에는 분명히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도 있다. 그러나 서울의 도로변 오염도가 특히 높은 것은 분명히 서울의 교통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서울만큼 자동차 교통이 많은 도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은 자동차 교통이 45% 정도를 차지하는 데 반하여 도쿄와 빈은 자동차가 15%, 도보와 자전거가 25%를 차지한다. 

세계 대도시의 교통 분담률
    
서울은 자동차 교통이 47%를 차지하는 데 비하여 도쿄는 자동차 교통이 16%, 자전거와 도보가 25%를 차지하고. 빈은 자동차 13%, 자전거와 도보가 25%를 차지한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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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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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대도시는 출퇴근 시간대에 80% 이상이 전철로 출퇴근하는데 비하여 서울에서는 40% 이상이 자동차로 출퇴근을 한다.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전철과 버스 교통 체계가 잘 만들어져 있는 도시로 평가받는다. 

그런데도 자동차로 다니는 것이 더 편한 것이 또한 서울이다. 자동차로 다니면 전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에너지는 9배가량 많이 들고, 이산화질소는 200배 이상, 먼지는 15배 이상 더 많이 나온다.

air8.jpg » 수송수단별 연료 사용량. 자동차는 기차의 거의 9배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air9.jpg » 수송수단별 대기오염 배출량 (승객 30인을 1㎞ 수송할 때의 오염배출량). 자동차는 기차보다 질소산화물 220배, 먼지 16배, 탄화수소 42,000배를 배출한다.
  
대기오염 중에서도 인체 건강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단연 미세먼지이다. 미세먼지라고 해서 모든 미세먼지가 똑같은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성분의 미세먼지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흙먼지나 고등어를 구울 때 나는 먼지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석탄을 태운 매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것은 누구라도 숨을 한번 들여 마셔보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가 있다. 

자동차 중에서도 디젤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인체에 특히 유해하다. 미국 캘리포니아(South Coast Air Quality Management District)에서 2015년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암 발병 중에서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의 미세먼지가 68%의 책임이 있고 나머지도 자동차의 책임이 크다고 하였다. 

미국에서 디젤 자동차의 점유율은 3%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젤 차량이 절반을 넘어섰기 때문에 디젤 자동차로 인한 건강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흡연이 줄었는데도 폐암 사망률이 다른 모든 암을 압도하며 많이 늘어난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제주도가 203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바꾸겠다는 등, 전기 자동차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늘 한번 쳐다보고 숨만 쉬어 보면 다 공기가 나쁜 줄 아는데 그래도 계속 ‘공기 좋음’을 외치는 대한민국. 제발 자기 최면에서 빠져나와라. 그래서 진짜 공기 좋고 물 좋고 살기 좋은 나라 한번 만들어 보자.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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