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지리산 2배 ‘호랑이 국립공원’ 생긴다
두만강 건너 중·러 국경에 1만5000㎢ 조성 중, 유일한 러시아 번식지 확대 청신호
호랑이 27, 표범 42마리 확인…공원구역 원주민, 밀렵꾼 생업 전환 등 핵심 과제
» 두만강 건너 중국과 러시아 국경 근처 산림에서 무인 카메라에 촬영된 한국호랑이. 2012~2014년 동안 27마리가 촬영됐다. 베이징사범대학
중국이 두만강 근처인 북한·러시아 국경 지대에 한국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아무르호랑이)와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첫 국립공원을 조성 중이다. 이 국립공원이 완성되면 러시아 연해주에 유일하던 한국호랑이와 표범의 번식지가 새로 생기는 셈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심한 멸종위기에 놓인 대형 고양이과 동물인 이들 두 종의 미래에 청신호가 켜졌다.
중국 국영통신인 <신화통신>은 지난 5월18일 중국 동북부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이 호랑이와 표범을 보호할 국립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들 대형 포유류 보전에 대해서는 지난해 양회 때 시진핑 주석이 보전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사이언스 뉴스> 온라인판은 17일 이 국립공원의 좀 더 구체화한 모습을 공원 설계에 참여하는 미국 전문가와 중국 현지 연구자를 취재해 소개했다.
이 보도를 보면, ‘호랑이 국립공원’의 위치는 과거 한국호랑이의 주 서식지였던 백두산 생태계 가운데 중국과 북한·러시아의 국경이 만나는 두만강 건너편 일대이다. 면적은 1만5000㎢로 국내 최대인 지리산국립공원의 2.3배 규모이다.
» <사이언스 뉴스>가 보도한 '호랑이 국립공원' 위치도. 아래 왼쪽부터 표범의 역사적 분포 범위, 호랑이의 역사적 분포 범위, 현재 호랑이 분포 범위, 호랑이 국립공원 후보지, 백두산 생태계 범위. A. Cuadra/ Science
북경사범대학 펑 리민 등 동물학자들이 2012~2014년 동안 무인 카메라 2000개를 설치해 조사한 결과 이 지역에는 호랑이 27마리와 표범 42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러시아의 안정적인 서식지에서 이동해 온 개체수여서 중국 안에서 번식하는 개체는 소수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1998~1999년 국제 연구진의 조사 때 호랑이 12~16마리, 표범 7~12마리로 추정했던 데 견줘 개체수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에 상주하던 개체는 한 마리도 없었다.
중·러 국경지대의 호랑이와 표범은 잣나무 원시림 등 산림 벌채, 밀렵, 먹이 동물인 사슴과 멧돼지의 남획 등 때문에 급격히 감소했다. 1940년대엔 유일하게 남은 러시아 연해주의 야생 호랑이 개체수가 40마리에 이르기도 했다.
보전노력에 힘입어 최근 호랑이 수는 540마리로 불어났다. 50마리까지 줄었던 표범의 수도 러시아에 ‘표범 땅 국립공원’이 생기면서 보호가 자리 잡자 80마리로 늘었다(■ 관련 기사: 한국표범 복원 청신호…연해주 '표범 땅' 번식 순조).
중국은 지금까지 자연보호구역, 국유림, 지방공원 등을 통해 야생동물을 보호했지만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보호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2013년 국립공원 체계를 도입하기로 하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아시아코끼리, 자이언트 판다, 티벳영양, 아무르호랑이 등을 보호하는 국립공원 20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에 따라 호랑이가 서식하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은 벌목 금지, 고속도로 건설 계획 취소, 중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고속철 노선 변경 등을 통해 호랑이와 표범 보호 조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려 8만개의 밀렵도구를 수거했다. 사슴과 멧돼지를 잡기 위해 설치한 밀렵도구에 호랑이나 표범이 걸리기도 한다.
» 호랑이 국립공원 예정지 안에서 벌목에 종사하던 수 푸는 이제 양봉으로 전업했다. 국립공원 지역 주민 대책은 매우 중요한 현안이다. Yugang Liua
공원 설계자들은 국립공원 터에서 생계를 꾸리거나 거주하던 사람들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호랑이나 표범은 매우 예민해서 자신의 영역 안에서 잣을 따거나 개구리를 양식하는 등의 교란이 일어나면 떠나버릴 우려가 있다.
설계자들은 또 국립공원이 조성된 뒤 그 지역에서 벌목이나 밀렵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3만명을 공원 감시원과 보전 일꾼으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밀렵꾼을 양봉가로 전환하는 등의 시범사업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또 황폐한 벌목마을은 생태관광지로 재개발할 예정이다.
호랑이 국립공원 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미스 미국 미네소타대 호랑이 전문가는 “러시아의 호랑이 서식지가 이미 포화상태여서 이제 서식지를 확대할 여지는 중국 쪽밖에 없다”며 “이번 계획은 중국이 호랑이 복원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둘 기회”라고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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