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고릴라도 약초 먹는다

조홍섭 2011. 12. 01
조회수 28309 추천수 0

침팬지 36종 고릴라 26종 확인…세균, 말라리아, 종양 억제 효과

독초, 나무껍질, 낙엽, 흙 등 '건강 식단'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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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을 먹는 어린 침팬지. 어른들을 보며 어떤 약초를 먹어야 좋은지 배운다. 사진=롭 사소, 제인구달연구소.

 

침팬지의 식단은 90% 이상이 열매이다. 하지만 어떤 침팬지는 맛이 이상해 먹지 않는 이상한 식물을 뜯어 먹는다. 영양가가 있어 보이지 않는 낙엽, 나무껍질, 심지어 흙까지도 먹는 침팬지가 있다. 그들은 건강하고 나이가 많은 지위 높은 침팬지이다. 어린 침팬지들은 이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한다.

 

침팬지 무리가 먹이를 먹는 모습을 관찰하면 이렇다. 이런 모습은 아마도 초창기 인류가 약초를 먹는 행동을 진화시킨 실마리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식물은 천적으로부터 도망칠 다리가 없는 대신 화학물질로 적을 물리친다. 식물에 들어있는 타닌, 페놀, 알칼로이드 등의 성분은 떫고 쓴 맛을 낼 뿐더러 독성물질이어서 자칫 저항력이 없는 천적이 먹다간 큰 탈이 난다.
 

그러나 이런 화학물질 가운데는 적은 양을 먹으면 약이 되는 생리활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오랜 문명을 지닌 사람들은 옛날부터 약용식물로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키는 법을 습득해 이용해 왔다. 사람뿐 아니라 침팬지와 고릴라 같은 영장류도 약용식물을 먹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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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이 독화살 재료로 쓰는 식물인 안티아리스 톡시카리아. 침팬지의 약초이다.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파리 자연사박물관의 셸리 마시 등 연구진은 2008~2009년에 걸쳐 우간다의 야생 침팬지 41~44마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야생 고릴라 11~13마리가 어떤 먹이를 먹는지를 관찰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생리학과 행동> 최근호에 실었다.
 

이 연구는 먼저 영장류가 먹이 식물 이외에 다양한 약초를 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상적으로 먹는 식물 이외에도 가끔 먹는 식물이 따로 있었다. 그런 식물은 기존 먹이 터에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어쩌다가 특별한 부위를 먹었다.
 

영양분이 있어 보이지 않는 마른 잎, 나무 껍데기, 흙 등을 소량씩 섭취하는 행동도 목격됐다. 흥미롭게도 이들이 이처럼 가끔 먹는 식물 대부분이 세균 감염이나 종양을 억제하거나 말라리아나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생리 활성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들의 상당수는 지역 주민의 전통의학 재료로 쓰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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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에게 말라리아를 막아주는 약초 모노도라 미리스티카. 토착 주민의 약초이기도 하다. 사진=사무엘 커티스, 윌리엄 후커,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 연구에서 침팬지가 먹는 식물 36종과 고릴라가 먹는 식물 26종이 그런 ‘약초’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침팬지가 먹는 ‘모노도라 미리스티카’란 식물에는 항 말라리아 성분이 들어있으며, 주민들은 위장병과 두통 약으로 쓴다.
 

침팬지는 또 ‘안티아리스 톡시카리스’란 식물도 먹었는데, 이 식물은 화살촉에 바르는 독으로 쓰이는 독초이다. 하지만 이 식물은 종양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며 사람들도 이를 전통 약용식물로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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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로플레움 수아베오렌스. 고릴라의 약초이다. 사진=폴 허만, 빌헬름 타우버트, 위키미디아 커먼스.

 

고릴라가 먹는 ‘에리스로플레움 수아베오렌스’란 식물도 항생 작용과 항균 효과가 있으며, 사람들이 살생 혹은 자살 용으로 쓰는 식물이다.
 

연구진은 침팬지와 고릴라가 약초를 먹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는 점에 주목했다. 조사 결과 침팬지는 고릴라보다 약초를 먹는 빈도가 2배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침팬지의 식단은 대부분 열매이어서 고릴라에 견줘 나뭇잎이나 풀을 덜 먹는다. 더 본격적인 초식동물인 고릴라가 내장 기능 등에서 식물의 독성물질을 잘 해독하고 견디는 생리기능을 갖춘 데 견줘, 침팬지는 초식성으로 전문화가 덜 돼 있어 약초를 이용해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침팬지가 사람의 일부 토착 전통으로 남아있는 흙 먹기를 하고 있음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했다.
 

약초에 대한 경험을 배우는 방식에서도 두 영장류는 차이를 보였다. 식물 독성에 대한 내성이 적은 침팬지는 약초를 고르는데 더 조심스러웠고, 경험과 내성이 쌓인 어른 침팬지일수록 약초를 많이 먹었다.
 

침팬지는 어떤 식물을 먹어야 할지를 무리의 지도자, 곧 나이 들거나 지위가 높은 성체를 흉내내먼서 배우는 성향이 있었다. 반면 고릴라는 미성숙한 동료의 행동을 따라 했다.
 

사람은 유전적으로 고릴라보다는 침팬지에 가깝다. 따라서 약초에 관한 정보를 다 자란 뒤에도 끊임없이 습득하고 수직적으로 전달하는 침팬지의 행동은 사람이 최초로 약초를 어떻게 먹게 됐는지를 유추하게 한다고 논문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Unusual feeding behavior in wild great apes, a window to understand origins of self-medication in humans: Role of sociality and physiology on learning process
Shelly Masia, Erik Gustafssona, b, c, Michel Saint Jalmeb, Victor Narata, d, Angelique Todde, Marie-Claude Bomselc, Sabrina Kriefa
Physiology & Behavior
Volume 105, Issue 2, 18 January 2012, Pages 337-34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2월 2일 오전 10시 51분 기사 내용 일부를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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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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