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펭귄이 첫번째 알을 버리는 이유

조홍섭 2016. 1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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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10배 남극해 영역 이동 중 알 낳을 준비, 과부하가 부실한 첫째 알로

나중에 진화한 장거리 이동이 초래한 진화 ‘부적응’, 생식체계 고치기보다 쉬워


p1_Jerzy Strzelecki _Macaroni_(js)1.jpg » 노랑색 눈썹이 독특한 마카로니펭귄. 가장 개체수가 많은 왕관펭귄의 하나로 두 개의 알 크기 차이가 심한 종이기도 하다. Jerzy Strzelecki, 위키미디어 코먼스


황제펭귄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남극해에는 왕관처럼 휘날리는 멋진 노랑색 눈썹과 수수께끼의 방랑 생활로 눈길을 끄는 펭귄이 산다. 뉴질랜드 근해 등 남극해에 서식하는 왕관펭귄속 펭귄이 그들로 마카로니펭귄 등 6종이 있다.


알을 한 개만 낳는 황제펭귄과 달리 이들은 2개를 낳는데, 처음 낳는 알은 나중 알보다 절반까지 작은 극심한 크기 불균형을 나타낸다. 어미 펭귄은 처음 낳은 작은 알을 어김없이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 드물게 부화에 성공하더라도 작은 새끼는 보살핌을 받지 못해 죽고 만다. 


p3_Didier Descouens_마카로니펭귄.jpg » 마카로니펭귄의 알. 첫째 알의 무게는 두번째 낳는 알의 62%에 지나지 않는다. Didier Descouens, 위키미디어 코먼스


결국 버릴 알이라면 왜 굳이 낳을 필요가 있을까. 애초에 하나만 제대로 낳아 잘 길러내는 편이 유리하지 않을까. 왕관펭귄속 알의 이런 크기 차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두고 1960년대부터 논란이 계속돼 왔다. 


여러 가설이 나왔다. 예비용으로 낳았다는 설이 있다. 알이나 새끼를 잃었을 때를 대비한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첫째 알이 크기는 작아도 부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둥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란 주장도 있다. 왕관펭귄은 번식지에 돌아오면 부지런히 알부터 낳는데, 남보다 먼저 번식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첫째 알을 낳는다는 설명이다. 


p2_Andrew Shiva.jpg » 바다를 헤엄치는 마카로니펭귄. 왕관펭귄 무리는 남빙양의 바다를 떠돌며 겨울을 난다. Andrew Shiva, 위키미디어 코먼스


1990년대부터 왕관펭귄의 방랑 기질에 초점을 맞춘 가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넓은 바다를 헤엄치면서 남극의 겨울을 나는데, 6개월 동안 돌아다니는 바다의 영역이 200만㎢, 곧 한반도 면적의 10배에 이른다.


글렌 크로신 캐나다 댈하우지대 교수와 토니 윌리엄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생물학자는 이런 장거리 이주로 인한 부담이 부실한 첫번째 산란으로 이어졌다는 가설을 주장해 왔는데, 이번에 자신들의 이론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p5_Ben Tubby-Rockhopper-Colony.jpg » 남아메리카 포클랜드 섬에 있는 바위뛰기펭귄 번식지. 먼 바다에서 번식지를 향해 헤엄치는 동시에 알을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Ben Tubby,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들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 4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2개의 알을 낳는 펭귄 16종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첫째 알과 둘째 알의 무게 차이와 번식지에 도달해서 알을 품기까지의 기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장거리 이동을 하는 왕관펭귄속의 펭귄에서만 알 크기의 차이가 나타났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선뿔펭귄(Eudyptes sclateri)으로 처음 81.6g짜리 알을 낳은 뒤 두번째엔 그 2배 가까운 150.9g의 알을 낳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카로니펭귄도 처음 알 무게가 둘째 알의 62%에 그쳤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첫째 알과 둘째 알의 크기 차이가 클수록 번식지에 도착해 알을 낳기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현상이었다. 펭귄의 알에 노른자가 만들어지는 데는 약 15일이 걸린다. 그런데 왕관펭귄속의 펭귄들은 번식지에 도착하고 나서 15일이 되기 훨씬 전에 알을 낳는다. 로열펭귄은 10일, 마카로니펭귄은 10.5일 만에 산란했다.


다시 말해 왕관펭귄은 먼 바다에서 미처 번식지에 도착하기 전에 알의 노른자를 만들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왕관펭귄은 다른 펭귄보다 2배나 빠른 하루 72㎞의 속도로 번식지로 돌아오는데, 막대한 에너지가 드는 헤엄치기와 알 만들기를 동시에 하려니 자연히 알이 부실하다게 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중첩된 이주와 생식이 왕관펭귄의 알 생산에 압박을 가해, 두 가지가 많이 겹칠수록 처음 나은 알과 나중 나은 알 사이의 크기 차이가 커진다는 가설이 옳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p4_Arjan Haverkamp_북방바위뛰기펭귄.jpg » 동물원의 바위뛰기펭귄. 여전히 처음은 작고 나중엔 큰 알을 낳는다. 진화가 일으킨 부적응 상태이다.Arjan Haverkamp,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렇다면 왜 왕관펭귄은 수백만년 동안 진화해 오면서 쓰지도 않을 첫째 알을 포함해 알을 두 개 낳는 방식을 고수해 왔을까. 사육장의 왕관펭귄도 자연 상태에서보다 알 크기 차이는 작지만 두 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보아 이런 형질은 유전적인 뿌리를 지닌다.


연구자들은 가능하면 알을 일찍 낳는 형질이 처음부터 펭귄에 강한 선택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았다. 알을 일찍 낳는 개체일수록 번식 성공률이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 환경변화에 따라 펭귄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었다. 나중에 진화된 형질은 불가피하게 이동과 산란 준비가 겹치는 과부하를 불렀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말하자면 진화는 왕관펭귄에게 깔끔하고 완벽한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 셈이다. 생식구조를 뜯어고쳐 알을 하나만 낳게 하는 것보다는 처음 낳는 알을 포기하는 쪽이 훨씬 쉽고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rossin GT, Williams TD. 2016 Migratory life histories explain the extreme egg-size dimorphism of Eudyptes penguins. Proc. R. Soc. B 283: 20161413.

http://dx.doi.org/10.1098/rspb.2016.141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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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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